매일 에세이 837

모르는 사람,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모르는 사람,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지 말자는 말을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는 나를 향해 주문처럼 하곤 했다.’ 책의 차례도 나오기 전에 책의 시작에 한쪽을 할애한 글입니다.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가 기독교를 소재로 해서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저 주문을 나도 기도하면서 했던 기억도 있었을 것 같다는 기시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첫 소설 ‘모르는 사람’에서 저 글을 찾아내고는 ‘참 잔인한 문장이구나’ 반전이 있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꿀처럼 달디단 신혼을 보내고 나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고, 지지고 볶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초로에 접어든 저도 한때는 모든 것이 하찮은 것 같았고 하찮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찮은 것의 ..

매일 에세이 2022.08.16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글, 보리 출판 9. 끝.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선택은? 샌프란시스코체제나 키신저 시스템이 더 이상 굴러갈 수 없을 때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을까. 그것은 어느 때보다도 한국인의 선택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체결하여 신냉전 시대로 후퇴할 수도 있고, 키신저 시스템을 포기하고 다시 미국의 ‘선물’만 바라보며 살 수도 있다. 반대로 다자주의 시대에 걸맞게 미국에게 신식민주의 요소를 줄이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주도적으로 종전 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한국의 힘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체결 시기와 분명히 달라져 있다. 그때는 열강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이 배제되었지만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힘이 생겼다. 미국이나 중국이 선택했다고..

매일 에세이 2022.08.14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글, 보리 출판 8.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자주의 시대를 열 기회가 왔다. 미국의 중국봉쇄 정책은 실패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 자본은 트럼프행정부의 신냉전 전략이 중국을 봉쇄하거나 중국을 추락시킬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미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도달하려고 했던 핵심 목표는 달러 패권을 지키고 위안화를 추락시키는 것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 얻었다고 판단한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커진 정치적 영향력은 미국의 봉쇄 정책을 뚫고 나와 전 지구적 세력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해 유럽이 보여 준 반응은 유럽에서 미국의 패권이 얼마나 무너져 가는지, 중국의 정치적 힘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잘 보여 준다. 미국의 쇠퇴로 중동에서도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해졌다. 중국은 석유 구매력을 바탕으로 이란..

매일 에세이 2022.08.14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글, 보리 출판 6.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자의 현실 인식: 동맹국 사이 상호 이해관계의 충돌 트럼프행정부가 키신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선택한 국가 간 체제는 지역동맹 확대 정책이다. 정치적으로는 쿼드 플러스와 클린네트워크를 계획했고, 경제적으로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선택했다. 트럼프행정부는 2020년 8월에 쿼드를 공식기구로 만들고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뉴질랜드를 포함시키는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려고 했다. 이들 세 나라는 참여하지 않았다. 3개국 모두 중국이 제1교역 대상국이다. 쿼드 플러스에 가입하는 순간 중국과 경제적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미국이 중국봉쇄를 구축하는 신냉전 전략은 동맹국들과 중국 간에 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동맹국 사이 상호충돌도 일으킨다. ..

매일 에세이 2022.08.14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글, 보리 출판 5.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자의 현실 인식: 미국 중국봉쇄정책의 목적과 전망, 눈먼 우리 정부. 트럼프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를 부흥시키기 위하여 키신저 시스템을 파괴하고 샌프란시스코체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키신저 시스템을 붕괴하기 위해 미국은 정치적으로 중국봉쇄 정책을 사용했다. 그러나 트럼프행정부의 신냉전 전략은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군사주의적 지역 동맹체인 쿼드는 미국 이외에 호주, 일본, 인도만 가입했다. 아세안과 한국조차 가입시키지 못했다. 또 다른 군사주의적 동맹체인 클린네트워크는 나토 회원국 30개국 이외에 겨우 20개국 정도만 참여한 유명무실한 단체가 되었다. 중국봉쇄를 성공했는지 아닌지와 별개로 중국과 벌인 무역전쟁이 무..

매일 에세이 2022.08.14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글, 보리 출판 4.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후체제는 샌프란시스코체제와 키신저 시스템의 복합체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설명이 필요한 듯하여 별도의 정리를 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동아시아 체제를 ‘전후체제’라고 부른다. 아베가 말하는 전후체제는 평화헌법,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미일안보조약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아베의 인식과 달리 전후체제는 그것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다. 전후체제는 미국 중심의 샌프란시스코체제가 규율해 왔지만 중국과 한국 같은 체제 내 국가들의 성장이 또 다른 한 축으로 역할을 했다. 1972년 미중 간 체결한 키신저 협약(Shanghai Communique)은 아시아 국가들이 성장한 결과물이다. 이 협약은 냉전을 허물고 미중수교, 중일수교, 한중수교로 이어..

매일 에세이 2022.08.14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글, 보리 출판 3.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자의 현실 인식: 미국 헤게모니의 추락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체제 위기의 근원은 무엇보다도 미국 자체에 있다고 해석한다. 미국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트럼프행정부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실시한 까닭은 미국 산업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현격히 저하된 데서 왔다고 본다. 미국 산업의 경쟁력 저하에는 미국 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화하면서 발생한 미국 제조업의 몰락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추락하자 전후체제의 핵심적인 경제 기구인 WTO, IMF, IBRD 들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현격히 감소했다. ‘미국의 세기가 저물고 있다’(앨프리드 맥코이)라고 표현한다. 은크루마의 정의를 빌리면 신식민주의란 종속국들이 형식적으로 독립을 누리지만 경제체제는 종속적이..

매일 에세이 2022.08.14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글, 보리 출판 2.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짱깨주의의 탄생과 짱깨주의 극복이 필요한 이유 저자 김희교 교수는 짱개주의를 한국에서 급속하게 자리 잡고 있는 주류의 중국의식을 개념화한 말이라고 설명한다. 짱깨주의는 미중 충돌 시기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말한다. 신식민주의와 유사인종주의가 결합된 한국의 특수한 중국인식체계라고 풀이한다. 짱깨주의는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지 못하고 ‘상상 속의 중국’을 보게 한다. 모든 혐오는 혐오를 조장하는 집단의 특정한 목적이 숨어 있고 그런 단어(짱깨)가 사용되어 온 역사가 있다며, 그런 집단은 특정한 국가나 인종의 일상을 자기들의 기준대로 채집하여 분류하고 전시하며 혐오를 유발한다. 짱깨라는 개념이 짱깨주의로 구조화되는 데는 그런 집단의 특정한 목..

매일 에세이 2022.08.14

QT: 야고보서, 1장.

야고보서 저자[편집] 야고보서의 저자는 자신을 '주 하느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야고보서 1장 1절)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성경에는 야고보(제임스: James)라는 이름의 사람이 무려 5명이나 등장한다. 12사도 중에도 야고보가 있다.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 또는 요한의 형제 야고보(장 야고보)는 44년에 이미 순교했기 때문에 이 서간을 썼을 확률은 낮다. 정교회와 개신교에서는 이 편지를 예수의 형제 야고보(정교회 축일은 10월 23일, 12월 26일)가 썼다고 본다. 보수 개신교에서 주장하는 이유로는 소 야고보는 성경의 서신서를 쓸 만큼 영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소 야고보와 예수의 형제 야고보를 동일인(축일은 5월 3일)으로 보고 이 편지를 '소 야고보(예수의 형제 야..

매일 에세이 2022.08.10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출판.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출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는 은근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회현상, 당연한 듯한 사회의 부조리를 배경으로 쓰인 추리소설은 화끈함 대신 은근함으로 고발합니다. 범인의 치밀함 대신 범인에게 강요된 선택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결론을 알면서도 궁금해하며 글을 재미있게 읽어갑니다. 미국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뽑아 든 책이 ‘모방범’입니다. 3권의 분량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니 이 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나쁘지 않고, 불편하지 않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원고지 6천 매가 넘는 분량이라고 하는데, 중간중간 글이 힘이 떨어지고, 맥락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어디가?”라고 물으면 “여기다...

매일 에세이 202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