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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주의 시대를 열 기회가 왔다.
미국의 중국봉쇄 정책은 실패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 자본은 트럼프행정부의 신냉전 전략이 중국을 봉쇄하거나 중국을 추락시킬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미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도달하려고 했던 핵심 목표는 달러 패권을 지키고 위안화를 추락시키는 것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 얻었다고 판단한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커진 정치적 영향력은 미국의 봉쇄 정책을 뚫고 나와 전 지구적 세력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해 유럽이 보여 준 반응은 유럽에서 미국의 패권이 얼마나 무너져 가는지, 중국의 정치적 힘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잘 보여 준다. 미국의 쇠퇴로 중동에서도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해졌다. 중국은 석유 구매력을 바탕으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동시에 관계 맺는 국가가 되었다. 중남미에서도 미국의 지위는 추락하고 중국의 지위는 상승했다. 1990년대 국제금융 위기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흔들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 진행되던 2018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회의가 열렸다. 57개국 중 단 한 국가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앞으로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했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중국봉쇄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2020년에 중국은 아세안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거나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무너진다고 해서 동아시아에서 강대국의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바이든이 내세운 ‘규범 있는 질서’라는 미국 중심의 질서가 아니라 다자주의가 반영된 ‘규범 있는 국제질서’라면 중국은 기꺼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미뇰로가 “중국의 민족주의는 서구 신자유주의에 대한 일종의 대응”이라는 언급은 일리가 있다. 중국의 부상은 중국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후체제를 균열시키는 데 가장 큰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자주의적 세계질서를 여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전후체제의 위기가 전후체제의 중심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동아시아 전후체제의 핵심은 미일동맹이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전후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체제 변혁적 시도이다. 미일동맹은 샌프란시스코체제의 핵심이고, 일본의 평화헌법은 이웃 국가들이 미일동맹을 받아들인 핵심장치였다. 만약 일본이 평화헌법을 파기하고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강제하고 중국을 봉쇄하는 신냉전 정책을 감행한다면, 이웃 국가들이 그것을 용인할 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정상국가화는 중국에 대한 적대적 봉쇄를 풀고,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해소할 때나 가능한 전후체제 이후의 체제 문제이다.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아시아에 다자주의 시기가 다가오게 된 또 하나의 동력은 샌프란시스코체제에서 배제되었던 남북한의 힘이 성장한 것이다. 북미 정상 간에 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의 힘은 여실히 증명되었다.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나듯 북미 정상들을 한 테이블에 앉힌 동력은 한국의 힘이었다. 한국은 이미 예스맨이 아니다. 한국에게 중국의 부상은 미국이 IMF 사태와 같은 일을 벌일 때 피해 갈 수 있는 하나의 대체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
(IMF때 일본에게서 빌리기로 한 외화를 막은 놈이 미국이었다는 것을 듣고는 피가 거꾸로 쏟는 기분이었다)
전후체제 위기 시대에 미국이 한국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여전히 군사적 지원이다. 그러나 그 효력은 예전만 못하다. 우선 한국의 독자적 군사력이 성장했다. 핵은 보유하지 못했지만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7위로 북한을 억제하는 군사력으로는 충분하다
(왜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군사력을 강화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북한이 글로벌 경제체제에 편입하려는 시도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더 필요없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안보 보수주의자들의 세력이 약화되고 분화되어 미국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집행할 조력자의 동력도 현저히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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