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37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1.

과학은 구라를 치는 것이 아니라 증거로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생각은 단초가 주어지면 일어납니다. 벌떡. 그리고는 이어서 키가 크고, 근육이 늘어 몸피를 키웁니다. 간혹 끝 간 데 없이 달려가다 노루처럼 ‘내가 왜 뛰지?’ 자문하며 제자리에 서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곁길을 기웃거리기도 하고요. 삼천포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 하기도 하지요(요즘 삼천포는 다리가 연결되어 왔던 자리로 다시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옛날 쓰던 관용구인데 삼천포 시민도 이제는 들어도 사실이 아니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듯하여 사용했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물리의 교과성적이 ‘가’였던 것 때문인지 과학책이 좋습니다(학생들이 물리 수업 시간에 강의를 듣지 않는다고 하여 혼자서 칠판을 보고 수업을 하시고는 칠판이 가득 ..

매일 에세이 2022.10.14

재난, 그 이후. 애플 TV. 재난을 대비하는 지혜를 제안하는 영화 5.

주 검찰청의 조사, 수사, 그리고…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주 검찰총장은 메모리얼 병원에서 나온 시신 45구가 어떻게 된 사건인지 조사를 하라는 지시를 합니다. 조사 중 나온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뜻은 이렇다는 겁니다. 메모리얼 병원 의사 1 : 우리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그런데 병원 안에는 권력을 쥔 사람들로 인하여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그 방향을 바꿀 방법은 없었다. 나는 권력이 없는 의사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돌보았지만, 그들은 나를 흑인이라는 이유로 배제하고 총을 가지고 위협을 했다. 그들은 병원 안에서는 내 등 뒤에 총을 쏘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그들이 나에게 총을 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꼈다. 그들은 환자들을 안락사시켰다. 직접 보지는..

매일 에세이 2022.10.12

재난, 그 이후. 애플 TV. 재난을 대비하는 지혜를 제안하는 영화 4.

주 무대인 메모리얼 병원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먼저 얘기했듯이 허리케인이 상륙해서 지하실이 침수될 우려가 있자 병원 시설 관리자와 다른 병원 직원들이 함께 침수를 막고 지하 창고에 있던 식수와 음식을 빼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 지하 창고에는 아직도 많은 물과 음식이 있었습니다. 병원에 갇힌 시간 동안 환자와 병원 관계자 그리고 대피한 주민들은 물과 음식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허리케인 이후 붕괴된 제방으로 인하여 도시 전체와 병원이 침수되기 이전에 창고에 보관 중이던 물과 음식을 옮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시간은 충분한데도 말입니다. 어렵게 해양경찰헬기가 구조를 시작하여 야간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높은 피로도와 사고의 위험을 감안하여 병원의..

매일 에세이 2022.10.12

재난, 그 이후. 애플 TV. 재난을 대비하는 지혜를 제안하는 영화 2.

허리케인 카타리나 뉴올리언스 상륙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에 8월 29일 새벽 5시 상륙합니다. 메모리얼 병원에서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충분한 대응을 합니다. 병원과 병원을 잇는 연결 통로가 폭풍으로 인해 창문이 부서지면서 고립 위험이 있을 때, 겁에 질린 간호사까지 모두 대피시키는 모습에서 그들은 용기와 지혜를 보입니다. 한때의 정전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여 극복하고 지하실 침수 위험을 모래주머니 등으로 피합니다. 지하실 침수에 대비하여 지하 창고에 있던 물과 음식을 옮기고 저층에 있는 대피 주민을 위층으로 가도록 지시하는 등 대비는 완벽해 보였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 병원은 안정을 찾습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를 호위하던 제방이 유실됩니다. 이 제방은 미시시피 강을 이용한 뱃길보다는 30마일 정도 짧..

매일 에세이 2022.10.12

'재난, 그 이후'. 애플 TV. 재난을 대비하는 지혜를 제안하는 영화 1.

영화 소개 프로그램, 좋아요 누르고 구독 중입니다. 제가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지요. 거의 같은 시간대에 방송국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편성해서 다 못 보는 것이 아쉬웠지요. 하지만 요즘은 안 봅니다. 유튜브를 보면 많은 분들이 영화 소개를 하고 있으니 언제든 검색해서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일 때문에 어떤 분은 안 보신다고 하지만, 보통 2시간에 걸쳐 전개되는 이야기를 축약해서 소개한다고 해도 추리물이 아닌 이상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전 영화 소개를 보고 결말을 알아도 볼 영화를 선택하는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선택에 실패할 확률이 작아진다고 확신합니다. 유튜브에 영화를 소개하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OTT가 대세..

매일 에세이 2022.10.12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검사, 메디치 간행 2.

전체 선수의 실력이 팀을 결정합니다. 우리는 법을 만들어 시민 사회를 통제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도 법으로 하고, 범죄자를 조사 처벌하는 것도 법을 이용해서 합니다. 법을 상시적으로 만드는 곳은 국회입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법을 만들고 보완하고 수정하는 일은 국회의원의 임무입니다. 많은 국회의원이 제 일을 잘하면 국민은 국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필요한 법이 항상 유효하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국회의원이 미기상을 받으면 이상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임은정 검사가 있는 조직이 대한민국 검찰입니다. 법무부의 외청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합니다. 부하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법에 따른 임무를 잘 수행하면 장관이 ..

매일 에세이 2022.10.11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검사, 메디치 간행 1.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검사, 메디치 간행. 미기상 이야기 요즘은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과거 고교야구가 실업야구보다 인기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전국 고교 야구대회가 4-5개가 있었던 시절이고(아마 지금도 그 대회들은 여전히 개최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도 야구부가 있어 지역 예선대회에는 응원을 가기도 했습니다. 대회가 끝나면 우수 선수들을 시상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그 당시 유별난 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기상(美技賞)이라고 불렀는데, 대회에서 어려운 수비를 한 선수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프로야구를 볼 때 간혹 수비를 잘하는 경우를 보면서 감탄을 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당시 고교야구에서도 그런 경우가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이 미기상이 ..

매일 에세이 2022.10.11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생각의 길 출판.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생각의 길. 영화나 드라마의 배역을 캐스팅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배역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를 선택하기에 머뭇거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배우에게 덧 씌워진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새 작품이 요구하는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방해를 받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정치와 역사, 시사문제를 논할 때는 유시민의 예리한 시각으로 읽어낸 패러다임을 따라가면서 감탄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나의 한국 현대사, 국가란 무엇인가,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운명이다, 후불제 민주주의,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이 그랬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그의 저서를 확인하여 ..

매일 에세이 2022.10.04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7.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책의 끝에 있는 후기의 제목입니다) 무려 610쪽에 걸쳐 저자의 설명과 주장, 각종 인용된 자료들을 읽으면서 책을 든 것을 잠깐 후회했습니다. 종교이야기가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책을 읽는 주된 이유는 ‘신의 전쟁’이라는 제목에서 추정되듯이 신의 이름으로 벌어진 잔인한 전쟁의 기록들을 보기를 기대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종교가 가진 폭력성, 특히 서구 제국주의에 빌붙어 식민지 주민들을 괴롭히고 착취한 제국주의의 첨병이었던 선교사들의 잔인성을 확인하고, 어떻게 평화와 공존 관용을 주장해야 할 종교인들이 개인적 민족적 국가적 야망을 가진 자들의 하수인이 되었을까 확인하고 반성하고 반복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기로..

매일 에세이 2022.09.29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6.

제국주의와 기독교 비잔티움, 제국의 무기가 된 신앙, 기독교 콘스탄티누스는 주교들에게 제국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권위를 부여했고, 특히 출신이 비천한 일부 사람들은 주교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오늘날 의회의 자리를 놓고 정치가들이 경쟁하는 것만큼이나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4세기 말에는 폭동이 도시 생활의 일반적 특징이 되었다. 이방 부족들이 쉴 새 없이 변경을 공격했고 시골에는 도적이 많았으며 도시에는 난민이 쏟아져 들어왔다. 인구 과밀, 질병, 실업, 세금 증가로 인해 긴장이 생기고, 이것은 종종 폭력적으로 폭발했지만 군대는 국경을 방어하는 데 필요했기 때문에 총독은 이런 봉기를 진압할 군사력이 없어 군중 통제의 책임을 주교에게 넘겼다. 시리아의 주교들은 이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병원에서 들것..

매일 에세이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