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35

문상(問喪)

문상 아버지가 떠올랐다. 73살의 아쉬운 나이에 세상을 달리하셨다. 중환자실 침상에서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고통스러웠을 아버지가 기억났다. 의식이 있는지를 의사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곧 돌아가실 것이라고 의사는 확진했다. 나는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냥 운명하실 아버지와 이별을 결심했다. 아내는 반대했다. “아버지” 내가 부르는 소리에 어떤 반응도 없다. “이제 몸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않는답니다. 수액을 끊으면 바로 돌아가신다고 해서 끊지도 못해 몸피가 불어났습니다. 아마 다시 건강을 찾지는 못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를 키우고 보호하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맘 편히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남은 걱정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남은 걱정이 ..

매일 에세이 2018.04.19

산골, 눈보라, 밤 그리고 상념

산골의 밤, 산골의 눈보라, 산골의 추위 뭐 이런 말은 작가들이 쓴 글에서나 간접 경험을 하곤 했었지. 그런데 어제 내리던 눈보라를 보면서 처음으로 직접 보았지. 바람이 불면 날리는 눈보라는 산골을 휘젓고 다녔어.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스크루지를 끌고 차가운 밤을 여행하던 유령이 지나다니는 것 같았어. 아무것도 모르고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더니, 찬 기운이 나를 쫒아버리더군.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갑작스러운 추위에 놀란 내 코가 콧물을 흘리고, 비염에 의한 재채기가 끝없을 것처럼 이어지더라고. 한참을 코를 풀고 몸을 다시 데우려 힘들었어. 밖의 마을은 쥐 죽은 듯 고요했어. 눈보라가 일으키는 바람 소리가 어떻게 그렇게 고요할 수가 있을까? 나무들만 몸을 떨며 바람의 소리를 듣고 있었어. 창문을..

매일 에세이 2016.01.19

솔개와 비둘기의 죽음을 추론하며...

“사무장님. 이게 뭐에요?” 청소를 하시던 정 여사가 사무장인 나를 찾아 계단을 내려오면서 호들갑스럽게 말을 했다. ‘여자들이란 원래 죽은 쥐 한 마리를 두고도 난리를 피우니 원...’ 대수럽지 않고 귀찮은 일을 생각하며 정 여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위에 비둘기 두 마리가 죽어 있어요. 치우기가 무서워요" ‘수명이 다한 비둘기가 죽을 곳을 찾은 곳이 왜 하필이면 이곳이지?' 의아하게 생각하며 쓰레기를 치운다는 생각 정도로, 정 여사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위층 출입문에서 밖으로 나가는 곳가까이에 새 두 마리가 떨어져 있었다. 문을 열어볼 마음이 없었다. 쓰레기로 보이지 않았다. 어떤 죽음이든, 죽음을 바라보는 마음은 왠지 고독하고 외롭다. 죽음 자체도 그렇고, 그런 주검을 보는 나도 그렇다. 죽음..

매일 에세이 2016.01.17

칡캐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2.

칡캐기 체험프로그램을 시연해보려고 며칠을 벼르다, 드디어 했습니다. 겨울이라 혹시 땅이 얼었을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며칠 동안 날씨는 아침을 제외하고는 영상의 기온을 보여서 칡을 둘러싼 땅도 얼지 않았습니다. 소마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마을을 찾아오신 손님들이 12시가 조금 덜 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사무장 회의를 하고 있어서 급히 회의보고를 하고 먼저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점심대접을 하고 칡을 캐는 것을 프로그램화 하였습니다. 어차피 한 두 시간을 땅을 파야 하니, 힘을 쓸 수 있게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마실의 닭이 희생되어야 합니다. ​오른쪽 과수원 관리동이 보이는 곳에서도 몇 백미터를 더 올라가야 합니다. 소마실 촌장님의 소박한 집은 여기서는 보이지가 않습..

매일 에세이 2015.12.25

힘들었지만 주말이다.

40대 초에 옮겨온 직장에서 벌써 6년이 다 되어간다. 3년여의 재미있으면서도 정신없이 흘러갔던 시간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자꾸만 꼬여가는 일들의 원인들을 나름대로 분석해보지만 남의 잘못만 들추는 모양이 되는 것이 긍정적인 태도를 잃어가는 것이라 싫어진다. 민원에 의한 사업진행중단, 많은 이해관계인들과의 갈등노출, 모든 것이 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긍정적인 자세와 생각을 잃어버리는 것은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다. 오늘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하나 사람들을 설득해가면서 꼬인 매듭고리를 풀어보자. 오늘은 주말이다. 청국장과 미나리무침, 콩잎과 잡곡밥이 무척이나 다정하다. 집사람의 존재와 그 고마움, 아이들의 인사가 무척이나 고맙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저녁시간이 어쩌면 꺼지지않는 삶의 동력이 되는..

매일 에세이 200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