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69

카렌 암스트롱의 바울 다시 읽기. 정호영 옮김. 훗 간행 1.

바울에 대한 오해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정리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감상을 전하기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바울의 서신서들을 묵상하면서 여성에 대한 비하가 심한 것은 당시 시대상황 때문이라 짐작했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설명에 놀랐습니다. 몇몇 페미니스트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오랜 여성 혐오 전통을 바울 탓으로 돌리는 주장에 대하여 바울이 후기 텍스트들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반박합니다. 바울의 서신들 중 데살로니가전서, 갈라디아서, 고린도전서와 후서, 빌립보서, 빌레몬서, 그리고 로마서 등 단지 일곱 개만이 학자들에 의해 진짜로 판명되었고(이를 ‘진정 서신’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그 나머지인 골로새서, 에베소서, 데살로니가후서, 디모데전서와 후서, 디도서는 제2바울 서신으로 알려졌으며 바울의 사..

매일 에세이 2022.09.16

사랑의 생애, 이승우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사랑의 생애, 이승우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제목이 ‘사랑의 생애’가 된 이유. 사랑은 사람에게 기생한다. 기생하는 생물은 숙주를 조종한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숙주로 삼는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생할 수 없다.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기생한 사랑은 성장하고, 성장과 함께 변하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인다. 숙주가 감당할 수 있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듯한 감정의 변화와 그로 인한 돌발적인 태도를 기생하는 사랑이 강제할 수 있다. 사랑을 하는 숙주는 주체일까 객체일까?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서 성장을 한다. 성장을 마치면 곤충의 몸 밖으로 나와야 한다. 연가시는 물 밖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물로 돌아가야 한다. 연가시는 숙주를 물로 유인한다..

매일 에세이 2022.09.07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4.

허기와 탐식 아브라함에게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이스마엘과 이삭이지요. 아브라함은 이삭을 사랑하여 이복 형인 이스마엘을 쫓아냅니다. 그런 이삭을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려 제물로 바치라고 하자 아버지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를 따릅니다. 제단의 제물이 될 뻔한 이삭이 하나님을 만나고, 아버지 집으로 갈 수가 없어 산을 내려와 광야를 걸어 만난 사람이 형 이스마엘이라고 저자는 짐작합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행위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삭은 이스마엘 형에게는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추론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비록 어린 날, 형이 쫓겨나 형과의 사귐이 오래 지는 않았지만, 형의 존재를 모를 리 없고, 형의 부재의 이유 또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

매일 에세이 2022.09.02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3.

사랑이 한 일 제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 폭력적인 선생님이 많으셨지요. 어떤 분은 문패를 만드는 나무를 이용해서 뺨을 때리거나, 아예 도구는 사용하지 않으시고 손목시계를 푼 뒤 권투를 하던 분도 있었고, 격투기를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박봉에 시달리면서 집에서는 아내의 바가지를 들어야 했고, 학교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 사춘기 소년들과 시루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었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간혹 학생을 훈육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몽둥이에 ‘사랑의 매’라고 턱도 없는 문구를 새긴 선생님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행위는 ‘사랑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당시가 아니고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든 생각일 뿐이지만, 이해를 한다고 끝나는 일도 아닙니다. 아직도 눈에 선한 선생님들이 ..

매일 에세이 2022.09.02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2.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하갈의 노래: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확인할 수 있는 게 믿음일까? 성경의 구약을 읽으면 공의로운 하나님이란 표현을 하지만, 실상은 징벌의 하나님을 자주 봅니다. 하도 유대인을 사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방인의 다른 하나님을 따르는 유대인들에게는 참지 못하고 벌을 내립니다. 창세기에서는 노아의 가족과 노아의 방주에 탄 짐승들을 제외하고는 몽땅 물귀신을 만들어 버리시지요. 소돔과 고모라에는 유황불을 내려 다 타 죽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불타는 성을 돌아보면 그 사람은 소금기둥으로 만들지요. 무서운 하나님이어서 그런지, 저는 이런 하나님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너무 사랑하면 집착이 생기고, 집착이 심하면 탈이 나지요. 전지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매일 에세이 2022.09.01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1.

소돔의 하룻밤: 롯 아내의 진술. 이승우 작가의 소설입니다. 창세기 아브라함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성경을 번역했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번역자의 시선은 성경을 기록한 자의 시선과는 다릅니다. ‘작가의 말’입니다.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성경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누가 듣느냐에 따라서도 이야기는 다양해집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고, 읽은 후, 전해주는 이야기도 다채롭습니다. 저는 작가가 인간의 마음으로 접근하면서도 빠뜨린 사람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롯의 아내의 시선입니다. 남편은 삼촌인 아브..

매일 에세이 2022.08.30

한낮의 시선, 이승우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출판.

한낮의 시선, 이승우 장편소설, 자음과 모음 출판. 아버지를 찾아 ‘휴전선에서 가까운 인구 3만의 도시’를 찾아가면서 주인공은 불길한 조짐처럼 ‘말테의 수기’의 첫 문장을 떠올립니다. 도대체 나는 그곳에 살려고 가는 것일까, 죽으려고 가는 것일까. 어머니의 부족한 것 없는 보살핌 속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의 존재를 생각하지도 않았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지극한 모성애가 부담스럽습니다. 29의 나이에도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는 자신은 모성애가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온 자신을 보는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부담스러운 사랑을 제공하는 어머니의 서울 근교 집에서 요양을 하다가 주인공은 어디선가 자신을 보는 시선이 있고, 자신에게 금령을 내..

매일 에세이 2022.08.26

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도시든 시골이든 무리를 지어 살고 있습니다. 모여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외로움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고립의 시대라고 부르면서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제안을 합니다. 한때 소외의 문제를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소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이 책은 소외보다는 조금 더 광범위한 외로움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소외는 외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일 뿐이지요.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이란 단절되고 소외되고 배제되어 무시당하는 존재의 느낌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외로움은 정신건강과 신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경제적 위기를 부르고 정치적 위기를 불러 우리 ..

매일 에세이 2022.08.21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안톤 숄츠 글, 문학수첩 출판.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안톤 숄츠 글, 문학수첩 출판. 한때 이 세상에 진리가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도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만 사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과학에서 나오는 말이니, 사회. 인문과학에서는 물어 무엇하겠습니까. 제가 배운 법학에서는 통설, 다수설, 소수설이란 목줄을 달고 이론을 펼칩니다. 공부하는데 애먹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박정희와 그를 추종한 군인들이 만든 교육이념이나 적이 아니면 아군이고 아군이 아니면 적이다는 양단을 자르고 흑백을 분리하며 회색은 간첩이라는 강요에 너무 절어서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의심을 할 때가 있습니다만 어쨌든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습니다. 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과거의 사건은 과거의 조건을 배제한 채 오늘..

매일 에세이 2022.08.19

안정한 날,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안정한 날,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마음속에 있는 어떤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듯, 어떤 감정을 표현했다고 해서 그 감정이 있다고 확신을 할 수도 없습니다. 감정의 표현은 그것이 입을 통하여 나오는 말이든지, 몸의 근육을 사용하여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있다고 할 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분명히 있다고 느끼면서도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몸이든 마음이든 혼란이 찾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주인공은 여동생의 억울한 피해와 그로 인한 자살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지만, 제도권에서는 피해를 보상받지 못함을 알고 ‘어린이용 야구 배트’를 사용하여 개인적인 복수를 합니다. 두들겨 팼지요. 그러나 피해자가 가진 권력은 가해자를 협박하여 외국 생활을 강..

매일 에세이 2022.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