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37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5.

제국주의와 기독교 팍스 로마나 시대 기독교 모습 나사렛 예수는 온 세상이 평화로웠던 로마 황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기원전 30-서기 14년 재위) 치세에 태어났다. 로마의 통치하에 과거 제국주의 세력도 일부 포함된 여러 나라로 이루어진 큰 집단이 꽤 오랜 기간 자원이나 영토를 놓고 서로 싸우지 않고 공존할 수 있었다. 이는 주목할 만한 업적이었다. 그러나 팍스 로마나는 무자비한 방식으로 강요되었다. 로마의 직업적인 군대는 그때까지 세계 역사에서 가장 능률적인 살인 기계였다. 조금만 저항해도 대대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예수는 폭력으로 상처받은 사회에서 태어났다. 복음서들은 거기에 묘사되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나서 수십 년 뒤 도시 환경에서 기록되었지만, 여전히 로마령 팔레스티나의 정치적 폭력과 잔혹성을 반..

매일 에세이 2022.09.22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4.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책의 1부 4장의 제목임) “이방인을 네 몸처럼 대접하고 네 몸처럼 사랑하라.” 기원전 559년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가문의 힘없는 구성원이었던 키루스(고레스)는 현재의 이란 남부인 안샨의 왕이 되었고, 그는 바빌론 제국을 침략했을 때, 놀랍게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주민에게 해방자로 환영을 받았습니다. 키루스는 이제 사상 초유의 거대 제국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유다 추방자 중 4천여 명이 황폐한 도시 예루살렘에 야훼의 성전을 재건하겠다고 결심하고, 네부카드네자르가 징발한 전례 도구를 들고 유다로 돌아가는 쪽을 택합니다. 이를 허용하겠다는 페르시아인의 결정은 분별력 있는 조치였습니다. 그들은 신은 자기 땅에서 섬겨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주면 제국이 ..

매일 에세이 2022.09.21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3.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책의 1부 4장의 제목임) 이스라엘인은 유일신 교도가 아니었다. 모세가 죽은 뒤 약속한 땅을 정복하는 일은 여호수아에게 맡겨졌습니다. 성경의 ‘여호수아’에는 여전히 고대의 자료가 일부 남아 있지만 앞서 말한 개혁가들이 이것 또한 근본적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묘하게 외국인 혐오적인 자신들의 신학 관점에서 해석했습니다. 개혁가들은 여호수아가 야훼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여 가나안의 모든 주민을 학살하고 그들의 도시를 파괴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이런 대대적인 파괴의 고고학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성경의 텍스트 자체도 이스라엘인이 가나안인과 수백 년 동안 공존하며 서로 혼인했다는 것, 또 그 땅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가나안인 수중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합..

매일 에세이 2022.09.21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2.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책의 1부 4장의 제목임) 농경 국가의 폭력성을 비판한 구약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을 때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원죄의 상태로 들어가게 된 것이 아니라 농업 경제로 들어가게 되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단 한 번의 불복종 행위 때문에 야훼는 그들 두 사람에게 힘겨운 농업 노동이라는 무기형을 선고했고(창세기 3:17-18절 참조) 아담은 땅의 주인으로서 평화롭게 땅을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땅의 노예가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아담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죠. 둘 다 충실하게 야훼에게 제물을 바치지만 야훼는 약간 심술궂게 카인의 제물은 거부하고 아벨의 제물만 받아들였지요. 카인은 당황하고 격분하여 동생을 가족의 땅으로 꾀어내 죽입니다. 야훼는 카인을 벌..

매일 에세이 2022.09.21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머리말에서 현대 사회는 신앙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서양에서 종교가 본래 폭력적이라는 생각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자명해 보이기까지 한다며 이런 생각은 괴상하게도 거의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된다며 “종교는 역사상 모든 주요 전쟁의 원인이었다”라는 주장을 소개합니다. 한편, 종교가 인류의 모든 폭력과 전쟁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들조차 여전히 종교의 본질적 호전성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약 50년 동안 종교를 정의하는 보편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 학계에서 점차 분명해졌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설명합니다. 저자의 주장은 모든 폭..

매일 에세이 2022.09.21

카렌 암스트롱의 바울 다시 읽기. 정호영 옮김. 훗 간행 4.

‘바울 다시 읽기’ 저자의 충고 바울의 사후 그의 운명은 종종 이런 식이었습니다. 골로새서와 에베소서의 저자들은 바울의 평등주의와 제국의 압제에 대항하는 그의 정치적 입장을 버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고, 사목 서간들은 바울의 것으로 부당하게 알려진 여성 혐오를 기독교에 도입했습니다. 바울을 라틴어 번역으로 읽은 데에 근거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 교리는, 루터의 “믿음으로써 의롭게 된다”(이신칭의, 이신득의)의 특징적인 도그마와 마찬가지로 바울의 사상에서는 상당히 낯선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유대인임을 절대 부정하지 않았던 바울에게 반유대주의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바울을 유명 인사로 만든 것,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유대교와 히브리 성경에 대한 의심을 기독교 상상력에 도입한 것은 마르키온과 영지주의였습니다..

매일 에세이 2022.09.16

카렌 암스트롱의 바울 다시 읽기. 정호영 옮김. 훗 간행 3.

바울의 사상 바울은 바울이 살았던 시대에 예수의 재림이 있을 것이고, 예수의 재림은 세속적인 권력으로 로마를 전복시킬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가 세상에 돌아와서 제국의 권력들을 박탈한다는, 임박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주장한 것이지요. 이것이 확고한 바울의 정치적 견해였습니다. 바울은 예루살렘과 비유대인들이 통합하길 희망했고, 그럴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노력했습니다. 바울은 가이사를 정치체의 머리로 여기는 제국의 신학을 전복시켰습니다. 그는 그 안에서 공동체의 다원론적인 이상을 발전시켰지요. 그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열등한” 몸의 지체들이 머리보다 더 큰 영예를 받는 상호 의존적인 공동체였던 것입니다. 바울에게서는 가부장적 전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울은 오히려 유토피아적인 평등주의를 주장했습..

매일 에세이 2022.09.16

카렌 암스트롱의 바울 다시 읽기. 정호영 옮김. 훗 간행 2.

바울이 받은 도전, 할례와 율법 준수의무 논쟁 안디옥에서 바울과 바나바는 “너희가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능히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사도행전15:1)라고 가르치던 예수 운동에 합류한 개종자들 중 유다에서 안디옥으로 넘어온 사람들(침입자들)과 대립했다고 합니다. 바울은 수년째 비유대인들과 함께 살면서 일해왔고,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변화의 경험은 토라의 의례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토라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리고 여전히 윤리적 계명들이 인류를 위한 가치 있는 지팡이의 역할을 한다고 여겼지만, 바울은 메시아의 죽음과 부활이 모든 것을 바꾸었으며 토라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믿었습니다(갈라디아서 3:23-24) 유대인들과의 마찰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매일 에세이 2022.09.16

카렌 암스트롱의 바울 다시 읽기. 정호영 옮김. 훗 간행 1.

바울에 대한 오해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정리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감상을 전하기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바울의 서신서들을 묵상하면서 여성에 대한 비하가 심한 것은 당시 시대상황 때문이라 짐작했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설명에 놀랐습니다. 몇몇 페미니스트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오랜 여성 혐오 전통을 바울 탓으로 돌리는 주장에 대하여 바울이 후기 텍스트들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반박합니다. 바울의 서신들 중 데살로니가전서, 갈라디아서, 고린도전서와 후서, 빌립보서, 빌레몬서, 그리고 로마서 등 단지 일곱 개만이 학자들에 의해 진짜로 판명되었고(이를 ‘진정 서신’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그 나머지인 골로새서, 에베소서, 데살로니가후서, 디모데전서와 후서, 디도서는 제2바울 서신으로 알려졌으며 바울의 사..

매일 에세이 2022.09.16

사랑의 생애, 이승우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사랑의 생애, 이승우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제목이 ‘사랑의 생애’가 된 이유. 사랑은 사람에게 기생한다. 기생하는 생물은 숙주를 조종한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숙주로 삼는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생할 수 없다.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기생한 사랑은 성장하고, 성장과 함께 변하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인다. 숙주가 감당할 수 있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듯한 감정의 변화와 그로 인한 돌발적인 태도를 기생하는 사랑이 강제할 수 있다. 사랑을 하는 숙주는 주체일까 객체일까?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서 성장을 한다. 성장을 마치면 곤충의 몸 밖으로 나와야 한다. 연가시는 물 밖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물로 돌아가야 한다. 연가시는 숙주를 물로 유인한다..

매일 에세이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