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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지음. 창비 간행.

병원에 갔습니다. 아마도 내가 깜박 정신을 잃었던가 봅니다.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어 매일 처방된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정신을 잃은 사이에 아내가 119를 부르고 나를 허겁지겁 병원으로 데리고 온 모양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팔에는 벌써 바늘이 꽂혀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내가 보입니다. 집에 가자고 말을 하려고 보니,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간절하게 집으로 가자고 눈으로 말을 했지만, 아내는 의사의 말을 듣느라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합니다. 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아내와 같이 썼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내가 잘못되더라도 콧줄을 절대 꽂지 말라고, 마지막은 병원이 아닌 집에서 보낼 수 있도록 병원에 결정권을 넘기지 말라고 자주 당부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내는 그러겠다고 ..

매일 에세이 2026.10.01

오염된 잔. 로버트 잭슨 베넷, 레비아탄의 그림자 시리즈1. 이나경 옮김. 황금가지 간행.

책을 소개할 때, 나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혹 잊습니다. 유명 신문이 추천한 100대 작품이거나,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거나, 광고비를 많이 써서 알려졌다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거나 소개를 받아 연 책 중에서 간혹 실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과거 유선방송에서 시간을 죽이려고 방영한 3류 중국무협영화처럼 그만 보려고 마음먹었다가도 ‘다음에 계속’에 이끌려 이어 보는 것과 비슷하게,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열었는데, 이게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가상의 공간이 나타나면 뜨악하면서도 계속 읽게 됩니다. 진격의 거인을 처음 보았을 때, 거인이 어떻게 해서 출현하게 되었는지 인간과는 어떤 이유로 싸우는지, 거인들의 먹이는 인간 밖에 없는지 등등 궁금해서 보다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매일 에세이 2026.09.29

꿀벌의 예언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간행.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작가나 작품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도 유명하다고 광고를 해서 전에도 구해 읽었지만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봐선 이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썩 들진 않았나 봅니다. 한 작품은 기억이 나지 않고, 다른 하나는 사전 형태의 책으로 조금 읽다가 덮었습니다. 단어에 대한 그 나름의 개념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의 상상력이 광범위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구나 그런 책 한 권은 만들 수 있을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분량을 만들려면 뛰어난 상상력이 필요하긴 할 겁니다. 이 책 ‘꿀벌의 예언’은 일종의 과학서가 아닐까 생각하고 골랐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책 표지 아래에 분명히 ‘장편소설’이라고 자신을 알리고 있습니다. 베르나..

매일 에세이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