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37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산문, 열림원 출간.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산문, 열림원 출간. ​ 김애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좋아했다. 산문도 그럴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2000년대 초에 발표한 글도 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나이 20대에 쓴 글도 있었다. 40대의 글을 찾아봤지만 2018년의 글이 가장 최근인 것 같았다. 초판이 2019년 인쇄되었다고 하니 30대의 글이 가장 최근이다. 내가 60을 넘겨서 그런지 그녀의 글에서 호기심을 가질 것이 별로 없었다. 아마도 다른 작가의 작품집에 수록한 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작가가 소개한 다른 작가도 그렇게 깊이 알고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 글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김애란의 책은 두 권이었다. 하나는 짧은 소설, 칼자국이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엄마의 칼자국이 패인 ..

매일 에세이 2022.07.19

칼자국, 김애란 소설, 창비 출간.

칼자국, 김애란 소설, 창비 출간. 자식은 애미와 영원히 같이 살 것처럼 까붑니다. 대들고, 미워하고, 애달파하면서도 사진 한 장 찍어 보관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간이 자기편인 것만 알지 엄마의 편이 아닌 것을 모르는 게지요. 내가 누렸던 시간과 엄마가 겪었던 시간이 달랐다는 것을 아는 때가 엄마를 영정 사진으로 보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매개물이 엄마가 평생을 썼던 칼입니다. 그 칼은 아버지의 무능력을 견디게 했고, 아버지의 정부를 알면서도 참아내는 힘이었습니다. 딸을 나무라면서 “배때지를 쑤셔버리겠다!”는 연극적인 나무람의 바탕이 되는 사랑이었습니다. 엄마의 칼 때문에 딸은 진정으로 배곯아 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리둥절해진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궁핍 혹은 넉..

매일 에세이 2022.07.15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지음, 더숲 출간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지음, 더숲 출간 경제학은 가치중립적인 학문일 리가 없습니다 지은이 이창민 교수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일본에서 있다가 2014년 한국외국어대학교로 오셨다고 합니다. 2019년 7월 1일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 이후 한일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무역전쟁의 승패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라는 부제를 봐도 저자가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하는 사회과학입니다. 많은 이론들이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미래의 경제를 예측, 예상하기도 하고, 경제정책을 분석하고 제시하기도 합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의 부서는 어떤 ..

매일 에세이 2022.07.13

한낮의 미술관. 강정모 지음. 행복한 북클럽 출판 2.

모든 것이 예술이다. 과거 로마인이 만든 길을 걸으며 확인하는 건축물과 건축물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들을 감상하면서 걸작이라고 감탄을 합니다. 근대와 현대에서도 열정으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전시 공간이 만들어졌고, 만들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외관이 아름답던 그렇지 않든,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전시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작품을 소장한 전시공간을 품은 도시는 작품들이 뿜는 미적 감각으로 인하여 다양한 모습을 띠며 사람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도시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도시에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도시는 의미를 상실합니다. 결국 사람이 없다면 예술은 없어진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지요. 사람이 만든 예술이 작품을 만들고, 미술관을 만들며, 나아가 도시를 만들지만, 이들 예술은 ..

매일 에세이 2022.07.10

한낮의 미술관. 강정모 지음. 행복한 북클럽 출판 1.

모든 것이 예술이다. 책이란 것이 한정된 지면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품을 수밖에 없는 사정으로 인하여 주제나 소재의 제한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읽은 미술관에 관한 책들은 그림이나 조각, 건축물 등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이들 작품과 관련된 작가, 그리고 작품이 나온 시대적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작품의 이해를 높이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였습니다. ‘한낮의 미술관’은 미술관을 테마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과 미술관을 소장한 지역, 그 지역을 터 삼아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구글 지도를 열어놓고 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길을 따라 걷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로마와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의 공기를 마시며 ..

매일 에세이 2022.07.10

정치 전쟁,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출간 2.

‘언론 운동장’은 누구에게 기울었는가? 지난 대선이 가까웠을 때, 제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방송이라는 것들이 모두 여당 편이라서 볼 게 없어요.” 의외의 말이었습니다. “전 많은 언론이 모두 야당 편인 것 같은데요.” 제가 한 말입니다. 언론지형이 여당에 불리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사람의 시각은 뇌의 판단에 따라 왜곡이 되는가 보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팩트라고 하지요)을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론지형을 보는 시야의 편향에 대한 설명을 찾아봤지만, 무력했습니다. 강준만 교수가 설명을 하고 있어서 옮겨봅니다. 별도의 따옴표를 생략합니다.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이란 말이 있다. 진보와 보수, 또는 여야 정당 중 어느 한쪽이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 시장에서 자..

매일 에세이 2022.07.06

정치 전쟁,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출간 1.

정치 전쟁,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출간 1. 저는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눈 뜨고 당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을 했습니다. 당시 은행원의 월급은 은행이 결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재무부에서 점심값까지 간섭을 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많다는 이유도 있었고, 월급이 많으면 우수한 대졸 인력들이 은행으로 쏠려 박통이 추진하는 수출입국 정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우수한 인재가 종합상사에 가서 수출에 매진해야지,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는 은행업무는 상고 졸업생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된 것은 5.16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박정희 소장이 군에 있을 때 옆집..

매일 에세이 2022.07.05

공터에서, 김훈 장편소설, 해냄 출간

공터에서, 김훈 장편소설, 해냄 출간 김훈 선생의 글에서는 수고가 느껴집니다. 감정의 현을 건드리는 글들에서 활줄로 연주하는 것처럼 정성스럽고 정확한 음을 내려는 열정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연주되는 이야기들이 화려하거나 수다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다를 줄이려는 노력에서 감정은 더욱 증폭되고 함부로 뭐라 말할 수 없게 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니 독자라는 이유로 어찌 수다를 떨 수 있겠습니까. 글쟁이가 글을 억제한다는 것이 마치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 같을진대, 독자 또한 글을 읽는 동안 숨 쉬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선뜻 넘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한 문장마다 인물들의 신산한 삶이 느껴져 종이 한 장의 무게가 침 묻은 손가락으로 넘기기에 버거웠습니다...

매일 에세이 2022.07.05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문학동네 중에서 ‘48GOP, 저만치 혼자서’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문학동네 중에서 ‘48GOP, 저만치 혼자서’ 6.25 때 전사한 할아버지의 유골 수습 문제를 꺼내자 할머니가 갑자기 윗몸을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들쑤시지 마. 냅둬. 제발 냅둬.” 임하사가 근무하는 48GOP 임무는 망원경으로 강 건너 북한군 GP를 관찰해서 상황일지에 기록하고 영상을 컴퓨터에 저장하는 일이다. 북한병들은 움직이지만 임하사가 있는 쪽에서는 그들을 그냥 둔다. 단지 기록하고 저장할 뿐이다. 임 하사의 할아버지 임종석 이등중사가 소속된 대대가 51년 7월의 양성 지구 전투에서 궤멸되었다는 것은 당시 사단 전황일지에 기록되어 있다. 양성 지구 전투 지역을 발굴하니 한 구덩이에서 남북한 양쪽의 유품이 모두 나왔다. 북한군 AK소총의 총열과 아군 M1 ..

매일 에세이 2022.07.01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문학동네 중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 영자’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문학동네 중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 영자’ 70이 넘으니 대장 내시경을 수면으로 하려면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하단다. 삼십 년을 같이 산 아내와 다툼은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사소한 것들로 싸운 것이 사소하지 않은 것으로 쌓였고, 무의미한 것들도 쌓이면 무의미하지 않게 된다. ‘지겹다’는 말이 여자만의 결론도 아닌 것이 지겹기는 마찬가지라 이혼은 쉽게 되었다. 황혼이혼, 이것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닌 모양이다. 딸이 전처와 나 사이를 왕래하며 소식을 전하는 것이 그 증거 같다. 불편한 것은 고작 수면 대장 내시경의 보호자를 데려가는 것 정도다. 가사 도우미에게 부탁하면 5만 원이면 해결되는 불편이다. 70년을 살고 나면 불편만 조금 있다. 그러나 사실은 고통은 세월에 마모되어..

매일 에세이 202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