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18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엔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지호 간행 2

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그리고 천문학 1  저자가 소개하는 과학은 따라가기가 어렵긴 했습니다. 수학적 지식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도 알 수 있게 말로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밑줄 쫙’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소란합니다. 기본적인 물질과 힘을 탐구하는 과학이라며 물리학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원자의 성질을 설명하고, 원자들이 서로 반응하는 원리를 알려줍니다. 원자들이 반응하는 원리와 그로 인한 물질과 에너지의 생성, 전자와 전기를 설명하더니 원자들이 만든 우주가 물질과 에너지라는 두 가지 기본 요소로 되어 있다는 설명에 이릅니다. 물질과 에너지는 곧 생명을 뜻한다고 결론을 내면서 물리 이야기에서 화학의 세계로 이동합니다.  MIT의 재료공학과 교수인 도널드 사도..

매일 에세이 2024.11.15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윤이재 지음. 다다서재 간행

전에 노부토모 나오코의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를 읽고 치매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사연에 관심이 더 생겼습니다. 그래서 몇 권의 책을 더 빌렸습니다. 아내도 노부토모 나오코의 책을 읽어보고는 소장하고 다시 읽고 싶다고 해서 예스 24에 책을 주문했지만 품절이라는 이유로 불발에 그쳤습니다. 치매의 고통을 지켜보는 가족의 모습을 담담하게 소개한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윤이재 작가의 책은 아흔 살의 슈퍼우먼을 돌보는 젊은 손녀의 이야기입니다. 젊은 시절 실컷 일을 하셨다며 아쉬운 게 없다는 아랫니 여섯 개 밖에 남지 않은 슈퍼우먼 할머니가 손녀와 일상을 같이 한 이야기가 위의 일본인이 쓴 책 마냥 담담하게 그림을 그리듯, 동영상을 촬영하듯 전개됩니다. 그러고 보니 두 작가의 경험에서 공통점을 찾을 ..

매일 에세이 2024.06.11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소설. 문학동네 간행 1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작가는 템즈 강변에서 뭉게구름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뭉게구름 같은 것이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모두 9편의 작품은 저를 어린 시절로 데려갔습니다. 토끼굴로 들어간 엘리스처럼 잊혔던 세상, 없는 줄 알았던 세상을 마음껏 쏘다녔습니다. 그 세상의 사람들은 무조건 나에게 친절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나를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맹숭맹숭한 세상으로 기억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얼굴이 괴란쩍기도 했지만 되돌아 간 세상은 지금의 나를 만드느라 부산스러웠고 뜨거웠습니다. 13 가구가 들었던 기와지붕을 같이 한 집입니다. 빙 ..

매일 에세이 2024.03.27

매일성경. 욥기(The Book of Job) 3

욥과 세 친구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지만… 데만 사람 엘리바스: 이 친구, 이제 하나님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군. 자네는 자네 입으로 죄인이라 말하는 게야. 사람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깨끗할 수 있으며 여자에게서 난 사람이 어떻게 의로울 수 있겠는가? 이것 보게.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천사들도 신뢰하지 않으시며, 그분이 보시기에는 하늘도 더럽다네. 하물며 가증하고 타락한 사람은 어떻겠나. 내가 겪은 바로는 악인은 항상 괴로움을 당하고, 포악자들의 삶 속에는 숨겨진 재앙이 계속되었네. 징악은 하나님의 뜻이네. (15장) 욥: 자네들은 위로는커녕 괴로움만 더해 주는군. 그런 헛소리 이제 그만하지 못하겠나? 내가 자네들 처지라면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네. 나라면 오히려 자네들을 격려하고 안심시키는 말을 하겠네. 내..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에세이,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간행

이제 점점 에세이를 읽기가 부담스럽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작가가 하든 마음이 쏙 가는 이야기를 찾기가 힘듭니다.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를 동경하는 일본인 스가 아쓰코가 유르스나르에게 어떻게 빠져들었고, 그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했는지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 갑니다. 내면의 풍요로움을 가진 강인한 여성, 아카데미 프랑세르의 첫 여성 회원으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작가라고 스가 아쓰코는 소개하고 있지만, 쉽게 동의할 수 없었던 게 유르스나르의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어쩌면 누구를 소개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소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세태를 살고 있어서 그런 지도 모릅니다. 스가 아쓰코는 1929년에 출생하였습니다. 한 세대를 먼저 산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글..

매일 에세이 2023.08.18

나에게 거짓을 말하지 말라. 존 필저 엮음. 히스토리아 1

오늘도 타당하고 내일도 옳은 저널리즘 찾기 언론은 스피커입니다. 누가 듣던 듣지 않던 계속 말을 합니다. 말이란 게 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하잖아요. 말은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힘이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많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존 필저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으로 종군기자를 오랫동안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가 의미를 둔 저널을 엮은 책입니다. 본인의 저널을 포함하여 21명의 기사를 엮었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검색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자들을 감안하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지요. 남을 속이는 사람은 사기꾼입니다. 있는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은 협잡꾼입니다. ..

매일 에세이 2023.07.23

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빈 옮김. 1984BOOK 간행.

세상에는 많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헌신적인 아버지부터 자식들의 등골을 빼먹는 백정 같은 아버지도 있습니다. 양 극단에 자리한 아버지를 두고 그 사이에 자리한 아버지를 분류하기 시작하면 수천 종의 아버지가 가지를 뻗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수천 종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아버지를 기억하면 대체로 몇 개의 기억만이 회상됩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젊은 아버지, 어린 나를 키우던 겁 많은 아버지, 자식에게 기대하며 늙어가는 아버지, 자식과 나눌 대화가 남지 않은 병약한 아버지, 그리고 침상에서 눈물 흘리며 작별을 하던 나의 아버지. 무한한 힘과 능력을 가졌던 아버지는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작은 거인으로 변했고, 마침내 한계를 드러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매일 에세이 2023.05.25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문학동네 간행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문학동네 간행 소설의 문체가 힘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가 힘이 있는 것인지, 글을 읽으면서도 일자목이 주는 통증에 목을 의자에 기댄 채 책을 높이 들어 읽고 있음에도, 책을 쥔 손목에 힘이 잘 빠지지 않았습니다. 읽는 내내 힘을 얻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기분 요즘 잘 느끼지 못했던 든든함입니다. 책 속, 작가의 사진에서 좌우로 헝클린 듯한 머리 모양이 자유분방한 소설 속 주인공이 생각났습니다. 누구도 머리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시비 걸지 않을 가족들의 모습을 상상하라고 고른 사진은 아닐까 잠깐 엉뚱한 생각이 스쳤습니다. 심시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로부터 가지가 뻗은 족보가 ‘심시선 가계도’라고 먼저 소개를 하면서 글은 시작합니다. 빌려온 책이라 직접 책에는 ..

매일 에세이 2023.04.14

자전거 여행 1.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문학동네 간행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마음을 먹고 돋보기안경을 챙겨야 그나마 조금 수월합니다. 4단 정도의 낮은 서가에서 작은 글씨로 쓴 도서분류목록을 읽어내는 것은 굳은 근육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관심도서목록에서 책의 위치를 확인하는 메모지를 출력하여 2층으로 올라갈 때는 책을 쉽게 찾을 것 같아서, 돋보기안경도 없이 올라가지만, 한참을 헤매다 끝내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하고 마음을 돌려 먹었습니다. 서가를 여행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책을 고르겠다고요. 제 기억 만으로도 제목만 보면 쉽게 읽고 싶은 책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은 10분이 지나고 눈이 침침해지면서 스러져갔습니다. 지쳐 돌아서는 눈길에 보이는 책, 그래서 서가에서 뺀 책이 ‘자전거 여행 1..

매일 에세이 2023.04.10

QT. 때를 따라 아름답게 (전도서 3:1-15)

인생사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탄식을 하며 삶의 지혜를 깨친 전도자는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은 먹고 마시고 수고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결국 이것은 하나님께 달린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지식과 희락에 감사하고 죄를 지으면 노고를 주신다는 것을 알고 이 땅에서 금방 없어질 것에 연연하지 말고 가난하고 약한 이웃들을 돌봐 하늘에 없어지지 않을 재물을 쌓으라고 권면합니다. 이렇게 깨달으면 사람이 마음먹은 것만큼 되느냐? 아닙니다. 그것 또한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그 이유는 모든 것을 지으실 때 하나님이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기 때문이랍니다. 하나님이 주신 때를 모르고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먹고 마시고 수고함으로 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