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 집으로 방학이 되면 갔습니다. 시골에 가는 길에는 아버지가 동생과 저를 데리고 동행을 하셨고, 저녁 해거름이면 버스를 타러 정거장으로 향하는 마을 내리막길을 동생의 손을 잡고 가셨습니다. 아버지와 동생을 뒤에서 물끄러미 보면서 몸을 파고드는 외로움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이 어째서 외로움인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왜 나만 두고 가셨을까? 나중에야 어머니를 통해 사정을 알았습니다. 단칸방에서 살던 그때, 아버지는 박봉의 문관 생활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소득에 물에 넣으면 스르륵 녹아버릴 정도의 미약한 힘을 더 보태기 위해 낮밤으로 일을 하셨으니, 아들 둘을 다 근사하기에는 몸과 마음이 피곤하셨을 것입니다. 학교를 쉬는 방학이면 세 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