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37

저주 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간행 3.

덫 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 집으로 방학이 되면 갔습니다. 시골에 가는 길에는 아버지가 동생과 저를 데리고 동행을 하셨고, 저녁 해거름이면 버스를 타러 정거장으로 향하는 마을 내리막길을 동생의 손을 잡고 가셨습니다. 아버지와 동생을 뒤에서 물끄러미 보면서 몸을 파고드는 외로움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이 어째서 외로움인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왜 나만 두고 가셨을까? 나중에야 어머니를 통해 사정을 알았습니다. 단칸방에서 살던 그때, 아버지는 박봉의 문관 생활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소득에 물에 넣으면 스르륵 녹아버릴 정도의 미약한 힘을 더 보태기 위해 낮밤으로 일을 하셨으니, 아들 둘을 다 근사하기에는 몸과 마음이 피곤하셨을 것입니다. 학교를 쉬는 방학이면 세 살 더..

매일 에세이 2022.10.18

저주 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간행 2.

머리 제가 아는 화장실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들었던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 뿐입니다. 어떤 휴지를 선택해야 죽지 않는지 지금은 잊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화장실 변기에서 머리가 쑥 올라왔다는 얘기에 섬찟하면서도 조금은 우습게 읽었습니다. 뭐 별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상력으로 나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상상하면서 읽었지만 흥미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버렸던 나의 몸속의 오물이 어떻게 알뜰살뜰 이용되어 인생의 황혼녘에 다시 젊음을 지닌 생명체로 돌아오는지 감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아끼던 것을 준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지니면 불편할 것들을 버린 것일 뿐인데, 만들어진 젊은 생명은 창조주에게 무엇을 주었을까요? 창조주는 어떤 보답을 받을까..

매일 에세이 2022.10.18

저주 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간행 1.

저주 토끼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뒤차가 추돌을 했습니다. 소리도 크게 났지만, 출근 중이던 우리 일행 3명이 놀랐습니다. 후방 카메라를 확인하니, 운전자가 전방을 보지 않고 브레이크조차 밟지 않고는 우리를 들이받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속도로에도 정체구간이 있는데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추돌을 한 것입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추나요법을 권해서 치료를 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도착했습니다. 두 달 정도 치료를 받고 무응답이면 2백만 원의 합의금을 보험사에서 제시할 것이니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도움의 말들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를 당한 일행 중 한 분은 딸이 운전을 하다가 선행차량을 추돌했는데, 차에 탔던 할머니의 치료비로 약 1,800만 원을 지불했다는 보험사의 사고처리결과를 문자로 ..

매일 에세이 2022.10.18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8.

홀로세(1만 년 전~ 현재): 우리의 간빙기 지질학자들은 지난 1만 년 동안의 기간을 홀로세(또는 현세)하고 부르면서, 신생대의 독립된 시기로 다룹니다. 사실 이 시기는 플라이오세와 플라이스토세의 전반적인 특징인 10여 번의 빙기-간빙기 주기 중 그저 하나의 간빙기일 뿐입니다. 홀로세 초기의 해양과 육상에 살았던 대부분의 동식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그러나 많은 종들이 지난 수 세기 동안 빠르게 사라졌지요) 1만 년 동안 이어진 홀로세 간빙기에도 기후는 다양하게 변해왔습니다. 지난 1만 년 동안의 기후 주기에 포함되어 있는 소규모의 온난기와 한랭기들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까지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

매일 에세이 2022.10.14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7.

플라이오세(500만년~180만 년 전): 변화하는 세계 플라이오세는 매우 짧은(?) 시대라 한 장을 온전히 할애할 가치는 없지만, 그러나 최후의 온화한 시기였던 마이오세 후기와 플라이오세 초기를 거쳐 북극 최초의 빙하가 형성되고 빙하기가 시작되었던 플라이오세 후기까지, 플라이오세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메시니안 사건 이후, 세계는 여러 면에서 바뀌었습니다. 마이오세 말의 한랭화 후에 대부분의 대양에서는 수온이 회복되었고, 플라이오세 초기는 산소 동위원소 곡선으로 볼 때 더 따뜻해진 시기였습니다. 플라이오세 초기의 온난화를 일으킨 원인에 관해서는 지금도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결국은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늘어났느냐는 설명이겠지요. 플라이오세 말에 우리와 같은 사람속에 속하는 유인원이 최초 등장..

매일 에세이 2022.10.14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6.

마이오세(2,300만년~500만년 전): 사바나 이야기 신생대에서 두 번째로 긴 세인 마이오세는 엄청난 변화의 시대였습니다. 지구의 기후는 끊임없이 요동쳤고, 올리고세 말의 극심한 추위와 마이오세 초기의 따뜻한 시기를 거쳐, 마이오세 중기에는 오늘날 남극에 있는 빙모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중위도 지방에서는 기후의 한랭화와 건조화가 최고조에 이르러 사바나 초원이 형성되었습니다. 신생대 초기에 일어났던 모든 대륙의 분리와 해저 확장과는 대조적으로, 마이오세의 특징은 지각판의 충돌과 조산운동입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인도양의 심해로 퇴적물이 유입되는 속도를 확인하면, 마이오세 중기에 인도와 아시아의 충돌이 끝나고 히말라야 산맥의 융기가 가속화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융기가 활발한 풍화작용을 일으..

매일 에세이 2022.10.14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5.

에오세(5,500만년 전~3,400만년 전): 현세의 새벽 팔레오세 후기의 메탄 대방출로 에오세 초기는 별안간 더 따뜻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지구 전체가 진짜 온실상태가 되었는데, 신생대 그 어느 때보다도 온도가 높아서 백악기에 가장 온도가 높았던 시기만큼 따뜻했다고 합니다. 현재 에오세의 온실조건을 설명하는 기체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메탄입니다. 확실히 팔레오세는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방출되면서 종말을 맞았습니다.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열대지방에서 뚜렷한 온도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도 극지방을 따뜻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대기 중의 메탄은 극지방의 성층권에서 렌즈처럼 두꺼운 얼음구름의 형성을 촉진합니다. 이 시기의 식물과 동물의 생육상태 등은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51쪽에는 앞으로 읽..

매일 에세이 2022.10.14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4.

팔레오세(6500만년 전~5500만년 전): 용감한 신세계 신생대가 시작될 무렵의 지구에서 곤드와나 초대륙을 형성했던 남반구의 대륙들은 백악기 중기나 그보다 조금 이른 시기부터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백악기 후기에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온 인도는 인도양을 가로질러 빠르게 돌진하고 있었고, 결국 아시아의 아랫부분과 충돌해 히말라야 산맥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대륙이 이동하고 해수면의 높이에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팔레오세의 기록은 특정 지역에서만 퇴적되고 잘 보존되었습니다. 이들 지역을 조사한 기록들을 토대로 우리는 팔레오세의 기후와 생물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따분하긴 합니다. 대강의 내용만을 문단별로 끊어서 쓰윽 일별 하는 독법을 권합니다. 모든 장에서의..

매일 에세이 2022.10.14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3.

지구 멸종 사건(백악기-제3기 멸종을 중심으로) 지층이 화석 기록에 따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세 개의 시대로 구분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고생대 말기에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으로 지구상에서는 당시 생물종의 95퍼센트가 사라졌습니다. 이 대멸종으로 인해 트라이아스기에는 그 전과는 대단히 다른 해저생물이 나타났고, 판이하게 다른 모습의 중생대 동물상이 형성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생대와 신생대도 백악기-제3기 멸종이라는 두 번째 대멸종으로 경계가 나뉩니다. 이 사건을 줄여서 K/T라고 부릅니다. K는 백악을 뜻하는 독일어 크라이데(Kreide)에서 따온 것입니다. T는 제3기를 의미합니다. K/T는 공룡이 멸종되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공룡 멸종에 초점을 맞춘 주장들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습니..

매일 에세이 2022.10.14

공룡이후.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 이파리 2.

신생대 지질시대의 구분은 어떻게 확립되고 명칭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시기 대 기 세 주요 사건 180만년~1만년전 신생대 제4기 신제3기 플라이스토세 10만 년 주기의 빙하기 500만년~180만년전 제3기 플라이오세 파나마 지협 연결(아메리카 생물 대교환) 북극 결빙 2300만년~500만년전 마이오세 초원 지대 확산(풀을 먹는 포유류 번성) 남극에 영구적 만년설 생성 아프리카 포유류의 유라시아 도착 3400만년~2300만년 전 고제3기 올리고세 오스트레일리아/남아메리카 분리 대규모 빙하 형성/해수면 하강 대간극 최초로 남극 빙하 형성 5500만년~3400만년전 에오세 오스트레일리아/남극 분리 타격은 있었으나 멸종은 없었음 지구전체의 한랭화/대멸종(열대 해양 생물의 멸종) 최초의 고래 박쥐 등장 온실효과 ..

매일 에세이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