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검찰청의 조사, 수사, 그리고…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주 검찰총장은 메모리얼 병원에서 나온 시신 45구가 어떻게 된 사건인지 조사를 하라는 지시를 합니다. 조사 중 나온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뜻은 이렇다는 겁니다.
메모리얼 병원 의사 1 : 우리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그런데 병원 안에는 권력을 쥔 사람들로 인하여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그 방향을 바꿀 방법은 없었다. 나는 권력이 없는 의사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돌보았지만, 그들은 나를 흑인이라는 이유로 배제하고 총을 가지고 위협을 했다. 그들은 병원 안에서는 내 등 뒤에 총을 쏘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그들이 나에게 총을 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꼈다. 그들은 환자들을 안락사시켰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내 동료 의사에게서 그들이 어떤 의논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메모리얼 병원 의사 2 : 당시의 상황에서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한 것을 지금에 와서 묻고 비난하고 단죄할 수는 없다. 그때 그 당시 그들이 한 행동은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라이프케어 요양병원 책임자 : 그들이 우리 병원 환자들을 돌보려고 온 것으로 알았다.
라이프케어 간호사 : 병원을 지원할 사람들은 어디 있었나? 정부는 무엇을 했나? 의사와 간호사는 지옥 같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누구도 그들을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수사를 한다고? 지금 와서? 이 뻔뻔한 사람들아, 가증스러운 사람들아. 어떻게 너희들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냐!
영화 ‘재난, 그 이후’는 2005년 8월과 2006년에 걸친 이야기만 아니다.
재난은 인간세상을 적나라하게 속옷조차 입지 않은 알몸의 모습을 보게 합니다. 벌거벗은 몸을 보고 생채기를 확인하고 옷을 다시 입는 과정에서 우리는 영웅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희생양의 목에 칼을 긋기도 합니다. 누가 그렇게 구분을 할까요. 일반 시민이 그렇게 할까요. 아닙니다. 재난 시에는 맥 놓고 멍하니 방치했던 정부 당국이 합니다. 정부 당국은 언론을 이용해 자기들의 판단을 옹호하게 만듭니다. 지난 2년, 전 세계에 유행하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각 나라의 당국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평소에 생각했던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버렸습니다. 반면 우리는 우리의 역량이 이제는 주변국의 능력을 벗어나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를 배우려는 나라로 성장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사실에 당혹감과 함께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지난 정부의 능력이라는 말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역량이 그랬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난 정부의 지도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바뀐 후, 우리의 역량이 다시 부끄러울 지경의 모습으로 돌변하니 그렇습니다. 국민은 지난 정부 때나 지금이나 같은 국민이며 시민입니다. 단지 바뀐 것은 정부가 바뀐 것입니다. 정부의 지도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천조국이라며 우리가 그토록 선망하던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꼼짝을 못 한 채 미국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2005년 루이지애나 주의 최대 도시인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타리나가 상륙하고 연이어 제방이 붕괴되어 도시가 침수되었을 때 미국의 주정부와 중앙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방치되고 고립된 뉴올리언스에서 구조를 담당한 것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있는 소방대와 자원봉사자들조차도 활용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던 주정부와 중앙정부는 메모리얼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혼돈 속에 가둔 채, 그들의 판단력에 혼선만을 가중시켰습니다.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용기마저 꺾어 놓았습니다. 5시간의 짧은 구조 시간은 방치와 고립 그리고 배제된 병원 관계자들의 성실함을 무릎 꿇렸습니다.
미국과 친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듯 떠들어대는 우리 당국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도자가 허망하면 바로 그 옆, 아래의 다음 사람들이 시민을 책임져야 합니다. 낭패스러운 지도자의 심기 경호에만 열중하면 시민들은 골로 갑니다.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낮 동안 만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밤에는 좀 쉽시다. 그러려고 우리가 당신을 뽑았습니다. 우리가 뽑은 사람이 지혜로우면 좋겠습니다.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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