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생각의 길.
영화나 드라마의 배역을 캐스팅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배역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를 선택하기에 머뭇거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배우에게 덧 씌워진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새 작품이 요구하는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방해를 받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정치와 역사, 시사문제를 논할 때는 유시민의 예리한 시각으로 읽어낸 패러다임을 따라가면서 감탄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나의 한국 현대사, 국가란 무엇인가,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운명이다, 후불제 민주주의,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이 그랬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그의 저서를 확인하여 보니, 제가 읽었던 위의 책 말고도 유럽의 여러 나라에 대한 문화를 설명한 책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저의 견문이 짧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가 유시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캐릭터를 잊을 수는 없었습니다. 유럽 도시 기행 1은 그리스 아테네와 이탈리아 로마, 터키의 이스탄불, 프랑스의 파리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여행 정보란 것이 도시의 지도를 펼쳐 보이고는 어디서 어디를 여행했으며, 내가 간 곳은 어디며 어떤 곳이었는가, 내가 머문 숙소는 어땠으며, 내가 먹은 음식은 이랬다는 정보를 기본적으로 담을 것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가지게 된 느낌을 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행 정보를 담으면서 작가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은 자신의 성향에 어울리는 여행지와 방문 장소를 정하는 것이 별도로 허락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방문한 여행지에서의 느낌이 작가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테네를 소개할 때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변화했는가, 로마의 공화정과 왕정의 변천, 이스탄불이 이슬람으로 편입된 과정,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이 어떻게 파리의 성격을 만드는데 영향력을 주었을까 등의 정치 사회적인 면에서의 작가의 느낌을 따라가느라 다른 여행 정보에 관한 글을 읽는데 방해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여행지에 대한 집중력을 잃었습니다. 단지 지도를 보면서 작가가 이동한 동선을 이해하면서 도시를 이해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여행 정보지를 읽으면서도 읽고 난 후 남은 정보가 없었든 경험을 기억하면서 제가 가는 여행(비록 해외여행은 몇 번 없었지만)의 특성을 나름 이해하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유익이었습니다. 여행 정보를 읽으면서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여행지를 다니면서 읽었던 정보를 확인하면서 기존의 정보 해석과 다른 해석을 해보는 여행을 나는 선호했구나 나는 삐딱하구나. 그래서 여행 정보지를 보아도, 그 많은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아! 저곳에 가고 싶구나 열망을 가지지 못했구나 알았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저를 이끌어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는 언젠가는 저도 한 번쯤 방문하여 그의 감상을 기억하면서 제 감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려면 아마도 한 곳에서 한두 달의 시간이 필요할 듯한데 제게 그런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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