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61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5

조선의 학생운동 권당 (128쪽) 권당이란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학생운동’이었다고 합니다. 정치적이거나 비정치적인 사건이 있으면 유생들이 집단적으로 ‘기숙사’를 이탈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종이 궐 안에 내불당을 짓자 유교를 숭상하던 유생들이 그랬고, 성종 때는 교관이 회초리로 때렸다고 해서 그런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선생은 학생운동은 여러 이유로 일어났지만, 일제강점기 이후로는 주로 ‘지식인 정치운동’의 일환이었다고 설명을 합니다. 대학교육이 대중화하기 전에는, 대학생들은 대개 ‘중산층’ 이상의 가정 출신이었고 스스로 ‘지식인’이거나 ‘예비 지식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이해관계보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우선했었지요. 그런데 근래의 반값 등록금 운동을 보면, 학생..

매일 에세이 2024.01.08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4

선교사의 똘레랑스 (112쪽) 과거 법학개론을 배울 때 기억나는 내용이 있습니다. 총을 고정, 거치하고 사격을 하면 총알은 같은 곳에 탄착점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물리학이라는 자연과학이 항상 같은 답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법학의 결론이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학문으로서 과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사회과학, 인문과학이더라도 깊이 들어가면 자연과학과 상통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법관의 판결에 깊은 법학 지식의 기반이 있다면 그 판결이 과학이 적용되는 현실과 동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검사로서 수사를 한 경험이 있어 그 분야에 전문가다”라는 주장이 참인 것은 아닙니다...

매일 에세이 2024.01.08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3

거짓말 (96쪽) 사람들이 거짓말을 분간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래 글에서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공부를 하면 다른 사람이 자기를 속이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면서 최상급의 정치인을 부리기 위해 역사공부를 권하는 선생을 이미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거짓말의 어원을 찾아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거짓과 거죽은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책을 찾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거짓과 가죽 모두 ‘겉’에서 온 말인데, 거짓은 속이 비었거나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허언이라고 합니다. 달리 사언, 즉 ‘속이는 말’이라고도 하는데’ ‘속이다’ 역시 ‘속’에서 나온 말로 추정합니다. ‘속’을 본래의 것과 다른 ‘겉’으로 꾸미는 행위이지요. 예컨대 개고기를 ..

매일 에세이 2024.01.05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2

정치인의 역사의식 (77쪽) 대학 입시원서를 작성할 때였습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저의 친구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을 정하든, 직장을 다니며 야간대학을 가든 상과 대학으로 갔습니다. 회계학이나 경영학이나 아니면 경제학을 배우길 원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들을 따라 상과 대학의 한 과를 선택하여 입학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서가 정한 대로 빈칸을 다 채우고 나니 별지에 입학 후 어떤 각오로 공부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다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거짓말을 하고 시작한다면 학업을 끝마칠 때까지 괴로울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다시 입학원서를 구해서 이번에는 법과 대학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매일 에세이 2024.01.05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1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 부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용납을 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그런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바보란 말이 될 것입니다.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과거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역사인데 어떻게 반복 여부를 알 수 있겠습니까. 선생의 짤막한 글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역사를 반복하는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조금은 다른 역사를 보기도 합니다. 귤을 키우려다 탱자가 된 아쉬운 역사도 봅니다. 안타까움에 아쉽고 분함에 치를 떨기도 합니다. 그런 인식들이 모여서 우리는 오늘의 역사를 과거의 그것과는 다른 역사로 쓰는 것이겠지요...

매일 에세이 2024.01.04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시집. 창비시선440. 4

신록의 말 고등학교 시절의 일입니다. 봄볕이 너무 좋은 날이었습니다. 어떻게 시간이 났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운동장 낮은 콘크리트 스탠드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햇볕이 좋은지 모두가 교복의 목깃을 조이든 후크를 풀고 윗 단추 하나도 풀고는 갑갑한 가슴에 봄볕을 모았습니다. 겨울을 이기고 난 새싹처럼 한 녀석이 말을 했습니다. “이런 날씨에 놀지 않으면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다” 같이 웃고 동조를 했습니다. 그러나 놀러 나간 친구는 한 명뿐이었습니다. 자유를 찾아 떠난 그 친구는 다음날 담임선생님에게 많이 맞았습니다. 어디 갔냐는 선생의 질문에 그 아이는 묵묵부답한 채 맞기만 했습니다. 제가 놀지 않으면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라는 말을 기억한 것은 대학시절이었습니다. 교정을 흐르는..

매일 에세이 2024.01.01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시집. 창비시선440. 3

행복에 대한 저항시 술을 끊으면 세상의 간판 절반이 술집 간판이란 것을 알 게 됩니다. 내가 저 절반의 간판을 단 곳에서 접대를 핑계 삼아 술을 마셨고 술이 좋아 술을 마셨습니다. 술은 제 간에 하얗게 기록을 쌓았습니다. 이건 그때 얼마를 주고 마신 술이고 저건 네가 얻어먹고는 후회했던 술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간의 기록은 술에 대한 저항의 뜻으로 기록을 했던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순순히 술 흐르는 대로 살기를 거부하며 남긴 저항시일지도 모릅니다. 김태형의 행복론을 읽으면서 시간 되고 건강되면 마셨던 술의 개념을 개념치 않았듯이 행복에 대해서도 이러면 이런가 보다, 저러면 저런가 보다 그래서 행복하고 저래서 불행했던가보다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항복하여 살았던 시간들..

매일 에세이 2024.01.01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시집. 창비시선440. 2

망원동 많은 세월을 살아낸 사람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 특징들 때문에 세상이 어려워진다며 사라져 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공부머리가 있는 사람들이 책도 내고 입도 열어 수많은 사람들의 개개의 특성을 일반화하고는 그들 때문에 사회의 화합이 어렵고 협의를 통한 콘센서스 형성이 불가능하다고도 합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좌우 두 쪽으로 쪼개는 것도 일반화의 오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것은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노인이 되어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사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돌아가셔라”라는 말을 들으면 회한이 들까요, 아니면 화가 날까요, 묻는 것이 어리석을까요? 나이 든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오면서 받았던 수모와 모멸감이 어디 한두 번일..

매일 에세이 2024.01.01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시집. 창비시선440. 1

인위적으로 정한 나이테는 달력에서만 보입니다. 그 달력도 떼어지면 사라지는 듯하지만 기록이 있어 세월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시인의 시도 세월을 따라 변하겠지요. 금년에도 시집을 읽으며 섬세함을 배우고 세상을 읽는 따뜻함을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이번 시집은 손택수 시인의 시집입니다. 송종원의 해설에 따르면 “시를 말하면 우울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시는 사실 반쪽짜리 시일뿐이다. 손택수의 시처럼 삶의 기쁨과 경이를 외면하지 않고 나아가는 감각이야말로 시가 꾸는 꿈이고 실제이다.” (117쪽) 시를 읽으면서 우울한 마음보다 기쁨과 경이를 느끼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먼 곳이 있는 사람 언제부턴가 걷는 것이 편하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카드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인식한 후 사람들과 어깨를 ..

매일 에세이 2024.01.01

겨울방학. 최진영 소설. 민음사 간행 2

돌담 어린이용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를 4년 넘게 일했던 그는 회사가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상습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리고 회사를 그만둡니다. 그는 이 사실을 알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가 이미 부당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잊고 싶지만 월급이 통장에 찍힐 때마다, 사장이 돌돌 만 신문으로 그의 정수리를 치며 고함칠 때마다, 죄짓듯 휴가를 쓰고 명절 직원 선물로 남성 양말 세트를 받을 때마다 그는 모욕감을 쌓았다고 합니다. 돌담을 쌓듯. 돌담은 이질감을 가르는 상징입니다. 한 마을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살던 사람들이 뉘 집에는 이 빠진 그릇이 몇 개인지도 아는 마을에서 일어난 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에게 위로하는 이런저런 말들 속에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말도 섞여 함부로 날아..

매일 에세이 202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