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3 3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시집. 이미출판사 간행

“서울에도 매미가 살아요” 시집의 발문을 쓴 시골 섬진강 가에 사는 시인 김용택이 놀랐답니다. “아스팔트 사이사이 겨울나무 헐벗은 가지 위에 휘영청 쏟아질 듯 집을 짓는” 새를 보고 놀랐던 모양입니다. “부우연 서울 하늘 무색타 까맣게 집을 짓는” 새가 시골도 아닌 서울에 삽니다. 모두가 싫다며 진저리 치는 서울, “거기 이렇게 당당하게 최영미”가 있음을 김용택 시인은 확인합니다. “응큼 떨지 않는 서울내기 시인”으로 소개된 최영미 시인의 시는 솔직합니다. 그 솔직함의 연유를 거슬러가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이며 사회에 대한 솔직한 자기 발언”이며 최 시인의 “좌충우돌의 사투가 한 편의 시에서 응큼 떠는 우리들의 정곡을 찌른다”라고 김 시인은 소개합니다.  시인과 작품에 대한 소개에서 정직함으로 가슴을..

매일 에세이 2025.02.13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버터북숲 간행 5

11월 11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두 번 태어났다도스토옙스키는 페트라셰프스키와 함께 독서 모임을 가지며 차르에 반대하는 토론을 하였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다. 형 집행 직전, 니콜라이 1세의 사면령이 도착하면서 그는 사형을 면하고 노역형을 받아 시베리아로 유배되었다. 이 경험은 ‘죄와 벌’을 비롯한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 (註 그의 책을 읽으면서 러시아인의 정서와 우리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11월 13일 ‘모비 딕’의 아버지1851년 오늘, 뉴욕에서 ‘모비 딕’의 초판이 출간되었다. 바다와 대지의 순례자였던 허먼 멜빌은 몇 권의 책을 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이 된 ‘모비 딕’은 초판도 다 팔리지 않았다. 다음 작품 역시 운이 그다지 ..

매일 에세이 2025.02.13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버터북숲 간행 4

10월 1일 텅 빈 섬“갈매기가 이곳의 유일한 주민이 될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이렇게 예고했다. 1966년, 이 말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갈매기를 제외한 디에고가르시아 섬의 모든 주민은 총칼에 밀려 추방당했다. 영국 정부는 텅 빈 섬을 미국에 50년 장기 임대했다. 인도양 한가운데에 있는 하연 모래밭이 펼쳐진 이 낙원 같던 섬은 군사기지이자 스파이 위성 정거장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 떠 있는 감옥이자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장소, 벌해야 하는 국가들을 궤멸하기 위한 일종의 발사대가 되었다. 물론, 골프장도 있다. (註1 디에고가르시아 섬은 몰디브 남쪽 1천 킬로미터 해상에 위치한 차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영국령 인도양 지역이다. (중략) 1966년 미국과 영국은 이 섬에 군사기지를 ..

매일 에세이 202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