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2

무주이장 2024. 1. 5. 10:43

정치인의 역사의식 (77)

 

 대학 입시원서를 작성할 때였습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저의 친구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을 정하든, 직장을 다니며 야간대학을 가든 상과 대학으로 갔습니다. 회계학이나 경영학이나 아니면 경제학을 배우길 원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들을 따라 상과 대학의 한 과를 선택하여 입학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서가 정한 대로 빈칸을 다 채우고 나니 별지에 입학 후 어떤 각오로 공부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다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거짓말을 하고 시작한다면 학업을 끝마칠 때까지 괴로울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다시 입학원서를 구해서 이번에는 법과 대학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잘못한 결정이었는지는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부를 하면서 흥미를 잃지는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법학을 공부하면서 고시를 준비할 요량은 없었습니다. 고시를 빼면 법학을 공부할 이유가 없다고 주위에서 얘기할 때마다 제가 한 말이 있습니다.

공부는 성공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속지 않고 살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이런 뜻으로 말을 했지 그대로 얘기했단 말은 아닙니다)

 

 공부를 마치고 건설회사를 간 첫해 장모님이 원하신다며 조합주택 분양계약을 대신해 달라고 하시기에 도와주다가 사기분양에 속아 장모님의 돈을 모두 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배우고 익힌 공부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기꾼이 작정하고 달려드는데 이길 장사는 없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지만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그 후 장모님의 돈은 다 갚지 못하고 절반 조금 더 갚았습니다.

 

 선생은 정치인의 역사의식이란 제목의 글에서 정치인을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저급한 정치인은 자기 보스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중급 정치인은 지지자들의 눈치만 살피며, 상급 정치인은 국민의 마음을 볼 줄 알고, 최상급 정치인이라야 자기 시대의 역사적 과제를 알 수 있다고 등급을 정합니다. 최상급 정치인을 부릴 수 있으려면 국민이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하면서, 저급한 정치인에게 역사의식 없는 국민은 다루기 쉽다면서 국민의 역사의식을 제 편한 대로 바꾸려 드는 정치인은 스스로 저급한 정치인임을 폭로하는 셈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정치인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부는 왜 해야 할까요? 선생의 마지막 말이 설명합니다.

공부는 성공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속지 않고 살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무슨 공부를 하시든 공부하시면 잘 속지 않게 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