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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방법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회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동물들도 의사소통을 합니다. 개가 기억하는 단어가 1,000개가 된다고 하지요. 1,000개의 단어를 사용하여 소통하는 개를 상상하시면 귀엽고 믿음직스럽고 때로는 무서운 개 한 마리가 보이지 않습니까? 말은 존재의 의미라고 믿습니다. 글을 쓰는 방법과 말을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몰아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읽었다고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저를 통하여 증명되었습니다. 마치 유튜브에 올려진 그 많은 테니스 레슨 영상을 숱하게 보지만 결국 아직도 초보 실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조그만 팁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말..

매일 에세이 2024.04.15

세네카의 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메이트북스 간행

고대 로마 스토아 철학자였던 세네카의 말을 번역한 책입니다. 부제는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라고 적었습니다. 세네카는 BC4년부터 65년까지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가 살았던 까마득한 과거 로마시대에 했던 말을 2024년 읽는 소감이 특별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지금을 사는 지혜와 다름이 없다는 생각에 철학이든 인문학이든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는 생각에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던 몇몇 동창이나 선배들은 그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스토아학파의 주장을 검색하면 올바른 이성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사람의 유일한 선은 덕을 행하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책은 초지일관 스토아주..

매일 에세이 2024.04.12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장편소설. 문학동네

1956년부터 1962년 일곱 해를 살았던 시인 백석(백기행)을 작가 김연수는 소설로써 기억합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가집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두리번거리며 당황하게 됩니다. 백석이 시를 쓴 마지막 기간이 1956년부터 1962년이었다고 합니다. 일곱 해의 마지막, 1962년에서 김연수의 이야기가 끝나는 이유입니다(백석은 1996년 사망했다고 합니다). 백석은 1912년 태어났고, 1996년 북한에서 죽은 시인입니다. 동족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던 전쟁통, 낙동강 전선까지 참전하여 인민군 종군기자로서 기사를 썼던 백석은 전쟁 후, 이념의 칼날이 사람을 난도질하는 북녘에서 시인으로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를 기억하며 작가 김연수는 ‘일곱 해의 마지막’을 기억..

매일 에세이 2024.04.09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롤프 메르클레 지음. 유영미 옮김. 생각의 날개 간행

처세술 책이 한때 유행한 때가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할 때 소속원들을 고취하고자 할 때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때는 그 책이 유행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심리상담에 관한 책들이 유행을 하는 모양입니다.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만큼 세상의 경쟁이 치열하여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존감을 갖고 살기 힘든 세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라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책이라도 보면서 자존감을 가져볼까 싶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 읽었습니다. 목차만 읽었으면 될 책이었는데, 그만 내용을 흘끔흘끔 조금씩 읽었습니다. 여기저기 인터넷에서나 신문이나 방송 기사에서 또는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는 중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잠깐이라도 보신 분이라면 동어반복되는 내용을 활자..

매일 에세이 2024.04.03

지적 행복론. 리처드 이스털린 지음. 안세민 옮김. 윌북 간행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심리학자들은 대체로 각 개인의 행복 수준은 안정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을 ‘설정점’이라고 부르는데,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을 반영합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순수한 설정점 이론은 칼뱅주의자들의 예정론처럼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예정론에 따르면 일부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저주를 받아서 구원받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지요. 순수한 설정점 이론은 결정론자들의 관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어떠한 행위 혹은 조정도 개인에게 변화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행복 연구에서 순수한 설정점 이론은 허무주의에 이르게 합니다. 공공 정책 혹은 개인의 의사 결정으로 주관적 행복을 증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206~207쪽) 일전에 김태형 소..

매일 에세이 2024.04.03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소설. 문학동네 간행 4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라틴어로 된 학명을 줄줄 외우시는 보건소장님을 지켜본 아이의 추억담입니다. 어느 먼 아프리카의 오지에 있는 마을 같은 80번지 마을에 장티푸스가 퍼집니다. 하수도 시설도 없는 마을이라 조금 큰 도시라면 여기저기 한 곳 이상에는 있는 같은 이름을 가진 마을 ‘똥골’같이 위생상태가 좋지 못한 마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80번지 대장쥐가 장티푸스를 퍼뜨린 원흉이라며 쥐를 잡아 하수구 구정물이 모이는 개천에 버립니다. 복개천 아래로 찾아간 보건소장님은 장티푸스균을 퍼뜨려 쥐를 박멸하려던 계획이 틀어져 쥐는 장티푸스에 면역을 가졌다며 장티푸스를 옮기는 종은 이 세상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밖에 없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합니다. 신..

매일 에세이 2024.03.27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소설. 문학동네 간행 3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와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는 조카가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와 함께 멧돼지 사냥을 간 경험담입니다. 삼촌과 조카가 나누는 대화가 격의 없어 좋습니다. 되바라진 조카의 대답에 성질을 낼 법도 한데 삼촌도 그의 친한 도라꾸 아저씨도 쉽게 용인합니다. 나이가 멀다고 친하지 않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저에게는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삼촌은 없지만, 그리고 내놓고 바람을 피워 두 집 살림을 한 삼촌은 없지만(삼촌의 사생활을 어떻게 다 알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믿습니다) 할머니를 꼬드겨 하나 밖에 없는 고구마 밭을 잡혀 돈을 챙겨간 삼촌은 있습니다. 돌아가셨습니다. 살림까지 차린 삼촌이 여자와 헤어지고는 죽겠다며 먹은 수면제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으며 앞에서 씩씩..

매일 에세이 2024.03.27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소설. 문학동네 간행 2

뉴욕제과점과 첫사랑 그리고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가겟방이라는 말이 있던 시절입니다. 가게라도 얻으려면 집 보증금을 빼야 했습니다. 추가로, 덧붙여, 하나 더, 별도로 얻을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가게가 빵집이라도 되면 거기에서 책보 들고 나오는 아이는 보기 좋습니다. 술을 파는 가게에서 교복 입고 나오는 언니라면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미장원에서 나오기 싫어 사주경계 후 나오는 남학생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뉴욕에는 절대로 없을 법한 ‘뉴욕제과점’이 김천 어디쯤 있다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김천역을 나와 광장이라고 할 수도 없는 좁은 마당을 나와 뉴욕제과점이 있던 자리의 국밥집을 찾아가는 작가의 발길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김천역을 지나간 경험이 있어 그랬던 모양입니다. 김천역 옆 ..

매일 에세이 2024.03.27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소설. 문학동네 간행 1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작가는 템즈 강변에서 뭉게구름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뭉게구름 같은 것이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모두 9편의 작품은 저를 어린 시절로 데려갔습니다. 토끼굴로 들어간 엘리스처럼 잊혔던 세상, 없는 줄 알았던 세상을 마음껏 쏘다녔습니다. 그 세상의 사람들은 무조건 나에게 친절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나를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맹숭맹숭한 세상으로 기억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얼굴이 괴란쩍기도 했지만 되돌아 간 세상은 지금의 나를 만드느라 부산스러웠고 뜨거웠습니다. 13 가구가 들었던 기와지붕을 같이 한 집입니다. 빙 ..

매일 에세이 2024.03.27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강인성 외 14인. 생각을 담는 집 간행

글쓰기를 배우는 분들의 글을 모은 문집입니다. 저도 글쓰기 요령을 배우려고 읽은 책도 제법 많지만 읽는 것과 직접 쓰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글쓰기를 배우려는 마음과 현실의 조건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쓴 글에 대하여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가 있어 참여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도 그렇지만, 생활의 조각들이 반짝이는 글들이 좋았습니다. 저도 호기롭게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글은 진심이 묻어나야 좋은 글이라고 합니다.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누구나 다 알 수 있다지요? 거짓에 아무리 화려한 수식을 장식해도 오히려 지저분해진다는 말을 이제 조금은 이해합니다. ..

매일 에세이 202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