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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소설(歪笑小說).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재인 간행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미스터리 작가들과 출판사를 배경으로 쓴 소설입니다. 마치 드라마의 한 형식인 시트콤을 연상하게 합니다. 연작소설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건을 주도하는 등장인물들이 각 이야기마다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연작소설이라기보다는 시트콤 소설(?)로 해석했습니다. 시트콤은 코미디 장르를 말합니다.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줄임말입니다. 그런데 웃기기는 한데 그 웃음이 조금은 이상합니다. 왜소라는 말을 우리말 사전을 검색하면 나오지 않습니다. 몸집이나 생각이 작다는 뜻의 倭小와 우리말 음이 같지만 歪笑는 웃음은 웃음이지만 비뚤어지거나 기울어진 웃음을 말하는 듯합니다. 일본어에는 이런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한자로 된 말이니 비뚤어진 웃음, 실소와 비슷한 말로 이해했습니다. ..

매일 에세이 2024.03.10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6

예측 기계 뇌가 하는 일 진화의 명령은 ‘현실과 일치하는 세계를 구성하라!’는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 가능성이 극대화되도록 세계를 구성하라!’는 것입니다. 현실과의 부합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얘기는 앞에서도 했습니다. 뇌가 세상을 만들어내는 기준은 그것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가령 어떻게 하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는가도 기준이 되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잘 기능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도 현실에 맞는지 세심하게 비교하는데 필요한 노력이 적절한지 하는 질문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뇌는 이런저런 기준을 고려해 진화의 명령이 따르는 한도 내에서 현실에 부합하는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기에 인식적 비합리성이 생겨납니다. 이것은 ..

매일 에세이 2024.03.06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5

예측 기계 뇌는 안전이 목적이다 뇌가 정말로 예측 기계라고 할 때, 뇌의 예측은 확률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로지 확률을 기준으로 예측한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인식적-합리적 존재일 것입니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을 찾는 것이고, 다른 것을 추구한다면 좋은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뇌는 진실을 찾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장기적으로 유리하지 않으면 진실성이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예측 처리 이론은 예측과 감각 데이터를 비교할 때 특정 감각 데이터가 특정 자극에 의해 발생할 확률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자극이 개인에게 갖는 ‘중요성’에 더 가중치를 두는 듯합니다. 부정적 형태든 긍정적 형태든 어떤 자극에 대한 개인의 중요성은 예측 정확성을 평가하는데 영향을..

매일 에세이 2024.03.06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4

뇌는 예측 기계 저자는 뇌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것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시각이 생기면 인간의 생각(가령 확신 같은)과 생각의 오류(가령 망상 같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뇌는 머리뼈 안 깜깜한 공간에 갇혀 있습니다. 뇌는 신경임펄스 형태의 활성 패턴만 활용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이런 패턴들은 감각기관에서 보내오는 신호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신호는 전혀 바깥세상에 대한 현실적인 상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뇌는 감각기관이 공급하는 제한된 정보만 얻는데, 이런 정보는 여러모로 단편적이고 신뢰할 수 없으며, 다의적입니다. 책에서는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뇌가 활동하는 패턴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이 설명을 통하여 중요한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학습된 지..

매일 에세이 2024.03.06

천사의 탄식. 마종기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3

젊다는 것, 싱싱하다는 것은 생물적인 개념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달리 마음이 젊은 사람, 생각이 싱싱한 사람 같은 표현은 생물학적인 연령을 기준으로 하지 않습니다. 선거철이 되면서 각 당에서는 늙은 의원을 젊은 의원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합니다. 마음은 늙지 않았는데, 인생 90부터라는데 고집을 부리며 무대에서 내려오길 거부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자기가 한 행동은 뒤돌아보지 않고 남 탓을 하는 사람들은 생물학적인 나이보다 더 마음이 늙어 노추라고 하는 것을 벗겨내지 못합니다. 자신이 한 일조차 스스로 알지 못하는 데, 어디서 의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망령됩니다. 젊을 때부터 가졌던 소신은 언제 팔아먹었는지 뻔뻔하기까지 할 때, 아~ 마음이 늙은 노인은 쉽게 젊거나 싱싱한 경우가 드물구나 깨닫습니다. 그..

매일 에세이 2024.03.06

천사의 탄식. 마종기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2

나이가 드신 분들이 젊은 제게 해준 이야기를 새겨듣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주변에 달리 사회적 성공을 하신 분이 없어서 그랬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사회적 성공을 하신 분들을 초청해서 강연을 하는 것이 상품이 된 세상에서 나이가 들었지만 역시 듣고 싶은 강연을 하시는 분들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성격이 고집스러워서 남의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성격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유전적 상속을 받은 것이고, 성격을 바꾸는 것이 유전자 조작만큼 쉽지도 않을뿐더러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클 수도 있어 위험부담이 큽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먼 아버지 어머니 때부터 적응성을 높여 장착된 유전자가 준 고유한 성격을 바꾸는 ..

매일 에세이 2024.03.06

천사의 탄식. 마종기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1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합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집니다. 수년간 같은 경기도에 살면서도 전화 연락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던 외사촌 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 순간 집에 우환이 생겼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내년이면 구순인 외삼촌이 계시니 그런 생각이 든 겁니다. 다행히 나쁜 소식은 없었습니다. 조카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자주 보진 않았지만 맹랑한 녀석이 벌써 31살이라고 하니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건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생의 근황을 묻다 하던 일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에 “구상 중인 사업은 없니?” 묻자 “이제는 사람들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고 뭔가를 한다는 것이 자신이 없습니다.” 답이 옵니다. 일을 시작하겠다고 생각을 하면 몸도 아파진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 건..

매일 에세이 2024.03.06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3

비합리성의 진화: 오류 관리 이론 우리가 합리적인 확신을 가지려는 이유는 생존하고 번식하는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에 있습니다. 가능한 한 진실에 가까운 세계상을 만들 때 우리의 적합성에 이로울 것이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확신의 진실성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실을 평가할 때 가능하면 실수를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실수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모든 실수가 똑같은 무게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확신을 지녀도 그것이 그리 큰 피해를 가져오지 않을 때도 비합리적 확신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믿으면 안 될 게 뭡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가 비합리성 경향이 긍정적 의미로 적응적일지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심어진 비합리적 사고의 경향이 생존과 번식에 유익이..

매일 에세이 2024.03.06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2

비합리적 확신 메커니즘: 심리학, 진화정신의학, 신경정신학의 설명 비합리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실용적인 경우로 성경의 창조론을 믿는 것이 예입니다)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확신이 합리적이고 사실에 토대한다고 느낍니다. 종종 스스로 속는 듯합니다. 이런 착각은 심리학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학은 사고와 판단에서 오류를 저지르는 경향을 ‘인지 왜곡’이라 합니다. 인지 편향 또는 인지 착각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우리가 생각에서 체계적인 실수를 저지른다는 뜻입니다. 체계적이라 함은 이런 실수가 무작위적으로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늘 특정 방향으로 향한다는 뜻입니다. 인지 편향은 확신을 형성하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일단 한번 생긴 확신을..

매일 에세이 2024.03.05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1

정상과 비정상의 모호함 박문호 박사가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책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니 들은 것 같습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이라는 책명과 짧은 설명을 들었다고 믿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갔다가 이 책이 그 책인가? 혹시 착각해서 읽지도 못할 책을 손에 든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책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대중적인 과학서라는 것이 차분히 저자가 끌고 가는 대로 가기만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읽었습니다. 읽고 난 후 이 리뷰를 쓰지만 오독을 염려합니다. 혹 이 리뷰를 보시는 분은 반드시 책을 통해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엄연한 사실 관계를 두고 논쟁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현실정치를 보는 확신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어떻게 똑같은 사실을 두고 양 극단에서 다른 ..

매일 에세이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