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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읽기 855호. 뉴스가 독자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최창근 외부 기고

독자에게 뉴스 읽는 맛을 주려면 공급자 중심의 기사가 되면 안 된다는 요지의 글입니다. 공급자 중심의 기사란 독자가 기사를 다 읽었는데도 ‘이게 무슨 말이야?’ 하고 되묻는 경우를 말합니다. 독해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닙니다. 기사가 사건의 앞뒤 맥락과 핵심 용어를 독자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전제한 채 작성되어 그런 것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맥락을 파악하고 다른 이에게 설명하는 일, 이런 경험은 ‘뉴스 읽는 맛’으로 이어집니다. 효용을 느낀 독자는 뉴스를 다시 읽습니다. 뉴스가 어렵다고 외면하지 않고 언론 곁으로 계속 돌아옵니다. 언론도 자극적 이슈와 헤드라인으로 독자와 ‘일회성 만남’에 그치는 일에서 벗어나, 오래오래 독자와 관계 맺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최창근 씨의 주장입니다. 기사를 쓰는 요령..

매일 에세이 2024.02.12

시사in 854호. 심상정 인터뷰.“절실함 나눌 정당 아직, 여전히 필요하다”

요즘 시사in 잡지 읽는 것이 조금씩 지체되고 있습니다. 여행을 갈 결심을 하고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과거 내돈내산 했던 영어교재보다 훨씬 좋은 교재들이 인스타그램에도 유튜브에도 값없이 나와 있어 거기에 빠지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주간지 읽기를 몰아 보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배송되기에 화요일까지 다 읽으려면 몰아 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느 꼭지의 기사든 빼지 않고 읽는다는 점은 말하고 싶습니다. 나경희 기자가 심상정 의원을 인터뷰한 기사를 읽다가 그의 무책임함과 면피성 발언에 조금 격분하여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Keep your pants on, Hwan." 심상정은 현실 정치인입니다. 검색하니 소속정당이 녹색정의당으로 나오네요. 정의당의 이름이 어떻게 변했는지 관심..

매일 에세이 2024.02.12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6

로드 킬이라는 말을 아시죠? 우리 편하자고 만든 길에서 빨리 가자고 타는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을 가리켜하는 말입니다. ‘길에서 살해당한 동물’ 젊은 시절 고향 친구는 일찍 학교를 그만두고 이일 저일 하며 가난한 집안을 받쳤습니다. 여기저기 전전하다 트럭운전을 배웠고 추석이나 설 명절에는 고향에 잠깐 들러 지난 명절 이후 벌어진 자신의 무용담을 소주 한 잔을 걸치며 펼칩니다. 그 친구가 한두 번 오지 않더니 간 만에 왔고 그는 교도소에 갔다 왔다고 고백했습니다. 부산 남산동 고갯길을 내려가다 사람을 치었는데 그만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기는 다행으로 친사람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한때 탕 뛰기 화물차 운전자들은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말을 하며 서로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

매일 에세이 2024.02.12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5

사람이 죽었습니다. 한두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라고 했는데, 하늘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많은 우주가 죽었습니다. 현장을 수습하며 브리핑을 하던 소방책임자의 손이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숱한 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그 조차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전율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죽은 자의 이름을 봉인하고 얼굴을 가린 채 사라진 우주를 추모하겠다고 합니다. 분명 정부 지침 어딘가에 있을 근조 리본은 사실을 뒤집듯 공무원들의 가슴에 뒤집혀 달렸습니다. 근조는 사라졌습니다. 사람의 가치를 정권의 안정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생각하거나, 최소한 어떤 무모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지키려던 그 가치는 무엇일까요? 국력을 채우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함부로 얘기..

매일 에세이 2024.02.12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4

당신은 저 사람들 안에서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시인은 타인 안에서 자신을 봄으로써 타자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108쪽) 그래서 그는 타인의 삶과 죽음을 시의 소재로 삼았나 봅니다. 그런데 ‘타자(타인)’는 ‘나’에게 낯선 것, 이질적인 것입니다. 세계에는 그런 것이 지천입니다.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패키지 상품”(번지점프)에 현혹된 것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산으로 가는 밭’에서도 그렇듯 우리의 부모님이고 지인입니다.(109쪽) 그런데 타자 안에서 자신을 본다는 것이 말만큼 쉽지만 않습니다. 편이 갈렸는데, 사회적 지위가 다른데, 먹고 사는 데 차이가 있는데, 정치적 소신이 다른데 어찌 그런 사람에게서 자신을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니 어떨 땐 타인 안의 자신을..

매일 에세이 2024.02.06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3

허 씨 노인에 이은 심만평(75세) 씨 소식 농사를 돈을 보고 짓냐? 그렇게 얘기하며 꼭두새벽에 밭으로 가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밥을 보는 부모 마음이 그렇게 보기 좋다면서요? 그래서 자식들이 “그것 몇 푼 된다고 고생을 하십니까? 제가 버는 돈으로 쌀은 먹을 만큼은 되니 이제 그만 농사지으세요.” 자식의 타박 정도야 참을 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추수 때면 바리바리 자식에게 보내는 아내의 손길에 자꾸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허리 굽혀 밭만 보던 농부도 돈 계산쯤은 해야 사람대접받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돈이 되지 않는 밭은 해고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가 봅니다. 밭이 해고되다 쌀 이십 키로가 손자들 피자 네판 값..

매일 에세이 2024.02.06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2

쓰러진 붉은 돌멩이 한알 6년 전의 기억입니다. 냉장창고 가득히 수확한 사과를 보관하여 내년 재미라도 보려고 했던 농부는 너도나도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로 인해 오히려 사과금이 내리는 불상사를 겪었습니다. 무주 만의 사정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봉화 만 평이나 되는 사과밭을 일구던 농부는 땅을 팔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젠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푸념이 일상이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도 무주와 봉화의 농부는 계속 사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땅을 판 사과밭 주인 허 씨 노인의 근황이 알려졌습니다. 시인을 통해서 알려온 소식은 이러합니다. 쓰러진 붉은 돌멩이 한 알 밭 앞으로 도로가 뚫리자 땅값이 평당 삼십만원으로 뛰었다. 삽시간에 이십오년생 사과나무 수백그루가 베어지고 꿈틀거리며..

매일 에세이 2024.02.05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1

산으로 가는 밭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슬픔을 말리다’는 대지적인 존재로서 흙에 매인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고 합니다. 시인의 관심이 이러할 진 대 이 시집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가끔씩 다니는 무주는 산골입니다. 무주읍에서 30분가량을 차로 가면 거창과 김천에 접한 무풍면이 나옵니다. 행정구역은 전라북도이지만 억양은 경상도 냄새가 짙습니다. 전라도 단어와 경상도 억양이 서로에게 무던한 산골입니다. 1290미터의 대덕산이 허리를 타고 해발 500미터가 조금 넘는 금평마을로 굽이친 곳에는 사과밭이 가득합니다. 지금은 공투라고 불리는 포클레인이 사과를 지탱할 쇠막대를 박습니다. 돈이 없다고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작업차량이 없으면 손도 대기 힘듭니다. 포클레인 한 삽을 뜨면 붉은 흙..

매일 에세이 2024.02.05

싸우는 심리학-한국사회를 읽는 에리히 프롬 다시 읽기. 김태형 지음 7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젊을 때 여자를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오랜 세월을 만났지만 데이터는 일 년에 세 번만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면 서로 좋았다가, 두 번째 만나면 뭔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고, 세 번째 만나면 이별을 통보받았습니다. 같은 패턴으로 서른 번쯤 만나면 여자를 이해하고 싶어 지고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집니다. 제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골랐던 이유입니다. 명백한 실수입니다.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김 소장의 이 책을 통해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 소장은 사랑을 ‘어떤 대상을 귀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으로 정의합니다. 이것은 단지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랑이 아닌, 사랑 일반에 대한 정의입니다. 이에 비해 프롬은 사랑을 ‘사랑받는 자의 성장과..

매일 에세이 2024.02.02

싸우는 심리학-한국사회를 읽는 에리히 프롬 다시 읽기. 김태형 지음 6

프롬을 다시 읽는 이유 이제 이야기는 결론으로 치닫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인간 심리를 김 소장은 설명합니다. 초기 자본주의를 지나 현대 자본주의에서 사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감정을 설명하면서 고립감(추방의 공포), 무력감(복종과 의존과 학대의 연쇄들), 권태감(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 무한한 권태감), 기타 감정들(무가치감과 회의감)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러한 감정에서 자유로운 분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상습적으로 계속해서 느끼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때 불쑥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하면 지나칠까요?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극심해지면 그것을 방어하려는 동기가 그의 주요 동기가 됩니다. 부정적 감정의 비대화는 곧 고통이자 정신병의 본질이기도 하므로, ..

매일 에세이 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