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36

코스모스: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코스모스 : 1.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지구 둘레 재기 기원전 3세기 당시의 거대 도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책임 진 도서관장인 에라토스테네스는 파피루스 책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게 됩니다. ‘남쪽 변방인 시에네 지방, 나일강의 첫 급류 가까운 곳에서는 6월 21일 정오에 수직으로 꽂은 막대기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짓날에는 한낮에 가까이 갈수록 사원의 기둥들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점점 짧아졌고 정오가 되면 아예 없어졌으며 그때 깊은 우물 속 수면 위로 태양이 비춰 보인다’ 왜 그럴까요?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 그러면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에 막대를 수직으로 꽂고 6월 21일을 기다렸습니..

매일 에세이 2022.04.13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지음, 서해문집 간행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지음, 서해문집 간행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다. 근로자들의 주 52시간 근로 제한 규정은 곳곳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기업에서는 법이 칼 같이 지켜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자회사가 수용하겠다고 찌라시는 떠들지만 실제 자회사의 설립 소식과 정규직원이 되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끄럽게 떠들던 근로자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직장에서 사라졌다. 최저 임금은 지역별로 차등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이 줄어들었다. 실적을 강조하던 윤석열 정권은 공기업도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을 더 줘도 좋다고 했다. 공기업의 급여는 이미 대기업의 급여와 같거나 그 이상이었다.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따지면 공기업이 월등하게 우월했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장..

매일 에세이 2022.04.06

창백한 언덕 풍경, 가즈오 이시구로, 김남주 옮김

창백한 언덕 풍경, 가즈오 이시구로, 김남주 옮김 상실의 시대를 산 그들의 창백한 이야기, 최선의 전쟁보다 최악의 평화가 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평화는 구걸하면 얻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선제타격을 주장하면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잠꼬대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으면서 민간인들의 집과 재산이 파괴되고 사라졌다. 러시아 군인 7,000명이 전사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우크라이나 여기저기에서 민간인 사망자 소식이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국민이 똘똘 뭉쳐 어려운 전황을 극복해간다는 소식에 위안도 받지만, 애초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없애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지 아쉽기만 하다. 나토에 가입을 시켜 줄 가능성이 당초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왜 나토 가입 의지를 표명하여 러시아에..

매일 에세이 2022.03.27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2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일입니다. 레이몬드 카바를 읽고 목욕을 하고 나는 다시 나의 의자에 앉아 눈 덮인 겨울나무 가지 위에 부지런히 눈을 터는 새를 본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멀리서 빛나고 당신을 위해 나는 이 시를 억지로 완성하지 않으리 (대화 상대, 마지막 두 연, 43쪽) 내가 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시간은 수많은..

매일 에세이 2022.03.26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일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영혼이 우리가 미워했던 육체를 이기리라(쪽 표시 없는 9쪽) 우리가 사랑했던 육체는 우리가 미워했던 영혼을 고치지 못한다. 누가 누구를 정리했다고? 지금 뒤에서 수근대는, 앞에서 염탐하는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끝나지 않았어. 이건 리허설이야..

매일 에세이 2022.03.26

지구 이야기,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6

이제 누구나 아는 지구의 남은 5억 년의 역사 이야기, 그리고 창조론과 진화론의 공진화를 바라며... Pangaea Animation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온 세계가 하나의 무대였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상승하자, 성층권의 오존층도 급격히 두꺼워지면서 이 복사 장벽이 치명적인 태양 자외선으로부터 지구의 고체 표면을 효과적으로 가려줍니다. 그런 든든한 덮개는 식물들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동물이 자유로이 배회하는, 생육 가능한 육상 생물권이 탄생하는 데에 필수적인 전주곡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동물들은 1억 년이 더 지나서야 완전히 육지로 기어올랐습니다. 지구사를 통틀어 지상에 가장 극적인 변형이 일어나려면 육상식물이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3억 년 전 무렵에는 지구에 숲..

매일 에세이 2022.03.24

지구 이야기,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5

눈덩이 지구와 온실 지구의 순환 : 하얀 지구 7억 5천만 년 전 지구의 기후는 전무후무하게 불안정한 기간으로 들어섭니다. 떠오른 모형은 이렇습니다. 차례로 하위 고리를 내포하는 수많은 양성 되먹임 고리 각각이 지구를 점점 더 차가운 상태로 몰아간다는 발상을 기초로 합니다. 되먹임 고리 하나는 대륙의 풍화에 기댑니다. 풍화 과정이 고온다습한 열대에서 가속되면서, 점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공기에서 끌어당깁니다. 엄청나게 증식한 광합성 조류가 공기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수거하면서, 되먹임 고리 또 하나가 추가됩니다. 한편, 지구 대기의 온실 효과가 약해지고 기후가 차가워지면서, 극지에서는 빙모가 형성되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신선한 하얀 얼음과 눈은 더 많은 햇빛을 우주 공간으로 반사했고, 이 양성..

매일 에세이 2022.03.24

지구 이야기,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4

광합성과 산소급증사건 : 붉은 지구 지구 표면이 칙칙한 잿빛에서 붉은 벽돌빛으로 바뀐 것은 지질시대의 오후, 산소를 생산하는 광합성이란 혁신이 일어나 그 결과 산소를 공급하는 대기가 생겨났을 때였습니다. 미끈거리는 녹조류가 정확히 언제, 얼마나 빨리 진화해 산소급증사건이라 불리는 변화를 촉발했는지는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산소급증사건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암석과 광물을 관찰한 결과에서 나오며, 점점 더 길어지는 증거 목록의 연대는 광범위한 한 덩어리 지구사-대략 35억 년 전부터 20억 년 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편 25억 살이 넘은 많은 암석에 산소가 일으키는 부식 효과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광물들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그때 이전의 환경에는 산소가 없었음을 시사합니다. 산소급증사건의 결정적 증거..

매일 에세이 2022.03.24

지구 이야기,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3

살아 있는 지구 : 생명의 기원 오로지 지구만 살아 있는 행성이 되었습니다. 생물권이 생겨나고 진화했다는 점에서, 지구는 알려진 다른 모든 행성 및 위성과 구별됩니다. 무생물 행성이든 지구가 어떻게 대사와 유전의 얽히고설킨 특성들을 발명했을까? 주기율표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원소인 탄소가 주역을 맡았다는 점. 그만큼 분자 설계가 풍부하거나 그토록 분자 기능이 다양한 원소는 달리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합니다. 다재다능한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분자들만이 생명을 정의하는 쌍둥이 특성인 번식 능력과 진화 능력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자기 개인의 과학적 전공이 부각되는 모형에 끌립니다. 유기화학자는 유기화학에 속한 문제라고 보았고, 지구화학자들은 온도, 압력,..

매일 에세이 2022.03.24

지구 이야기,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2

최초의 암석, 그리고 검은 현무암 45억 년 전 테이아 직후의 연옥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당시 지구와 달은 빛을 뿜는 규산염(규소-산소 결합을 가진 결정체를 통틀어 규산염이라고 불리고 지구에서 가장 흔한 광물로 알려진 종만 1,300종이 넘는다)증기로 이루어진 섭씨 5,500도의 대기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옥을 채우고 있던 기체 상태의 암석이 급속히 식어서 마침내 작은 방울들로 응축되어 새로운 쌍둥이 세계 위로 마그마 비를 내리자, 온도는 2,800도 아래로, 다음엔 2,200도로, 다음엔 1,600도로 거침없이 떨어집니다. 바로 그때 결정들이 최초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최초의 암석 이야기는 실험암석학자들의 영역입니다. 지구 최초의 지각은 감람암(6대 원소가 풍부한 용융물이 섭씨 1,..

매일 에세이 20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