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암석, 그리고 검은 현무암
45억 년 전 테이아 직후의 연옥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당시 지구와 달은 빛을 뿜는 규산염(규소-산소 결합을 가진 결정체를 통틀어 규산염이라고 불리고 지구에서 가장 흔한 광물로 알려진 종만 1,300종이 넘는다)증기로 이루어진 섭씨 5,500도의 대기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옥을 채우고 있던 기체 상태의 암석이 급속히 식어서 마침내 작은 방울들로 응축되어 새로운 쌍둥이 세계 위로 마그마 비를 내리자, 온도는 2,800도 아래로, 다음엔 2,200도로, 다음엔 1,600도로 거침없이 떨어집니다. 바로 그때 결정들이 최초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최초의 암석 이야기는 실험암석학자들의 영역입니다.
지구 최초의 지각은 감람암(6대 원소가 풍부한 용융물이 섭씨 1,500도 아래로 내려가면 규산마그네슘인 감람석 결정을 형성하면서 굳어집니다)이었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는 청소년기였고, 모태는 원시 마그마 대양이었습니다. 마침내 식어서 굳어진 순간, 감람암은 어디든 표면 근처에 남기에는 밀도가 너무 높다고 판명되어 지구 깊은 곳으로 다시 가라앉았습니다. 지구를 둘러싸려면 그보다 밀도가 낮은 다른 암석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현무암입니다. 검은 현무암은 모든 지구형 행성 표면 근처에서 가장 두드러진 암석입니다. 수성의 외부도, 금성과 붉은 화성의 표명도, 달의 바다도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억 년의 지구사에 걸쳐, 감람암이 부분적으로 녹으면서 수억 세제곱킬로미터의 현무암질 마그마를 생산했고 멀리 지하에서 발이 묶인 채 더 천천히 식어 1인치 선반 모양의 장석 및 휘석 결정을 형성하는데, 이 결정들을 포함한 암석을 휘록암 또는 반려암이라고 합니다.
현무암 지각이 필연적으로 형성되자, 지구는 난생처음으로 둥둥 뜰 수 있으면서도 튼튼한 고체 표면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젊은 지구에서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수증기와 온갖 휘발물질들이 많았지만,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산소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명왕이언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암석이나 광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이런! 그럼 앞의 감람암, 현무암은?) 지구의 유아기인 탄생 후 5억 년 가량은 신비에 싸여 있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검은 지구는 검은빛을 오래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지구 규모의 화산활동이 뜨거운 질소, 이산화탄소, 유독한 황화합물, 수증기를 짙어가는 대기 속으로 하루에 수십억 톤의 속도로 토해냈습니다. 그러한 휘발성 원소와 화합물이 급속히 진화 중이던 지구에서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대양(큰 바다)의 형성 : 파란 지구
수증기, 물은 처음부터 늘 지구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일부분만 보겠습니다. 원시 지구가 존재한 처음 수백만 년 동안의 대기는 현대 세계의 대기보다 몇 곱절 더 짙었을 것입니다. 물이 액체 형태의 표면 위로 쏟아져 나와 최초의 암석들을 식히고, 수천만 년 안에 넓고 얕은 바다를 형성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대충돌이 그 모두를 날려버립니다. 힘겹게 표면에 도달한 거의 모든 분자가 우주공간으로 사라졌을 텐데, 거대한 재시동 단추를 누른 꼴입니다. 그다음 5억 년 동안에도 지름 100Km가 넘는 암석들이 더 작은 규모로 수십 번 충돌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대양의 상당 부분이 증발해 휘발물질 재고는 더욱더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충돌이 일어난 지 수백만 년 안에 수증기는 다시 원시 대기의 주성분이 되어 전 지구에 먹구름이 요동치는 폭풍우를 일으키고, 바람을 휘몰아대고, 번개를 내려치고, 줄기차게 비를 퍼붓고 있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친 현무암 지각 표면이 식어 굳어지자, 낮은 곳에 있는 분지들이 점차 채워지면서 서서히 대양을 형성했고 그렇게 점점 넓어지는 바다는, 얇게 덮여 있던 표면의 물이 크고 작은 틈새로 스며들어 아래쪽의 뜨거운 암석과 접촉한 다음 으르렁대는 수증기와 과열된 물이 거대한 간헐천이 되어 표면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한동안 온 지구를 사우나로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격렬한 물과 암석의 상호작용이 지각의 냉각을 재촉하는 구실을 하면서, 더 깊은 연못에게, 그다음엔 호수에게, 그다음엔 대양에게 길을 내준 것입니다. 이때 지구의 나이는 2억 살이었습니다.
최초의 화강암 지각 : 잿빛 지구
지구 이야기는 분화의 무용담입니다. 원소들이 이합집산해 새로운 암석과 광물이 되고, 대륙과 바다가 되고, 궁극적으로 생명이 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대륙의 부상도 지구를 분화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단계였습니다. 그렇다면 초기 지구는 어떻게 화산들이 점점이 박힌 현무암 세계에서 잿빛 화강암 대륙들이 폭넓게 펼쳐진 행성으로 바뀌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지구가 형성되던 무한히 긴 시간 동안 최대 지름 150Km의 큰 소행성-최초의 행성들이 형성되던 시기의 방황하던 잔재-수십 개가 지구와 충돌했음이 틀림없다고 추정합니다. 40억 년 전의 각본을 상상해봅시다. 젊은 대양지각 밑에서 뜨거운 마그마 상승기류가 올라옵니다. 수십 개는 되었을 상승류가 지구 깊은 곳에서 올라와 효율적인 대류 과정을 통해 내부의 열을 전달했음이 틀림없습니다. 모든 상승류 위쪽에서 거대한 화산들이 분화해 현무암질 용암을 토해냈고, 그 순간 다시 녹은 현무암 지각이 화강암 성분을 생성해 육지를 두껍게 만듭니다. 그런 다음 재난이 옵니다. 지름 45Km의 소행성이 밀집한 화산들을 강타해 반지름 450Km 이내의 모든 육지를 흔적도 없이 뿌리 뽑습니다. 이 우주적 만행에 가로막힌 맨틀 상승류는 표면으로 가는 새로운 경로를 찾습니다. 이 기발한 각본에 따르면, 충돌 이후의 상승류는 경로를 바꾸어 현무암질 뿌리와 성장 중인 화강암 박판과 함께 소형 대륙을 밑에서 찍어 올립니다. 일단 상승류가 열을 가두어 두꺼운 현무암 뚜껑 밑에 자리 잡으면, 이 새로운 열원이 일정 간격으로 새로운 화강암을 잔뜩 생산해 육지를 확장하고 두껍게 합니다.
이 검증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마 가장 초기의 지구에 대륙이 형성되던 과정의 일부일 겁니다. 소행성 충돌에 의해 보강된 수직 지구조운동이 10억 년 동안, 현무암과 화강암이 섞인 중심부를 지닌 대양의 화산섬들의 목록을 끊임없이 늘려갔을 것입니다. 육지가 점차 바다에서 솟아올랐습니다. 40억 년 전 무렵에는 지구 곳곳에 마구잡이로 분포한 큰 섬들이 지구 표면에서 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판 지구조운동이 등장했고, 지구 표면 근처의 진화는 기어를 고속으로 전환합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지각평형설에 기초한) 수직구조론이라는 예전 정설이 거의 삭제되면서 모든 지질학 교과서가 완전히 다시 쓰여야 했던 이유입니다. 이때 지구는 5억 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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