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지구 이야기,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4

무주이장 2022. 3. 24. 15:25

광합성과 산소급증사건 : 붉은 지구

  지구 표면이 칙칙한 잿빛에서 붉은 벽돌빛으로 바뀐 것은 지질시대의 오후, 산소를 생산하는 광합성이란 혁신이 일어나 그 결과 산소를 공급하는 대기가 생겨났을 때였습니다. 미끈거리는 녹조류가 정확히 언제, 얼마나 빨리 진화해 산소급증사건이라 불리는 변화를 촉발했는지는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산소급증사건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암석과 광물을 관찰한 결과에서 나오며, 점점 더 길어지는 증거 목록의 연대는 광범위한 한 덩어리 지구사-대략 35억 년 전부터 20억 년 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편 25억 살이 넘은 많은 암석에 산소가 일으키는 부식 효과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광물들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그때 이전의 환경에는 산소가 없었음을 시사합니다. 산소급증사건의 결정적 증거는 뜻밖에도 흔한 원소인 황의 동위원소들에 관한 최근의 주목할 만한 자료에서 나왔답니다(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과학자들이 오존 말고 자외선을 차단하는 다른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황 동위원소 자료는 산소급증사건의 시작을 약 24억 년 전으로 못박습니다(자외선 차단과 생명 유지는 관계있다는 것은 상식으로 압니다만 지금은 산소급증사건만 다루고 있습니다)

 

  산소급증사건으로 발생한 그 모든 산소는 다 어디에서 왔을까요? 바로 광합성입니다. 이산화탄소에 물(또는 전자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어떤 화학물질)을 더해 당과 기타 생체분자를 만든다니 골자만 추린 화학반응만큼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광합성의 세부사항은 엄청나게 복잡해서 지금도 여전히 알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지구사를 통틀어 온갖 세포들이 산소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다른 광합성 경로들을 이용해왔습니다. 그 복잡한 광합성의 기원이 바로 생화학자 로버트 블랭큰십의 연구 주제였고 그는 생명체가 당혹스러울 만큼 다양한 광합성 전략을 고안해왔음을 발견했습니다. 적어도 다섯 가지의 다른 경로가 지구 진화사의 아득한 시점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35억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가장 오래되고 원시적인 반응들은 분명 산소를 전혀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그 초기 세포의 조상들은 오늘날까지도 살아남아 가장 뿌리 깊은 생화학은 혐기성임을, 산소를 요구하지도 않고 심지어 견디지도 못함을 예증합니다. 블랭큰십과 공동연구자들의 연구는 이 광범위한 각종 화학전략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집광 유전자들을 뒤섞고 교환하면서 경쟁자들의 광합성 경로를 마치 산업계의 영업기밀 빼내듯이 끌어들이는 경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사실상 모든 식물이 사용하는 현대의 광합성 도식은 더 원시적인 두 가지 도식의 조합처럼 보입니다.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유기체들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햇빛을 채집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산소를 생산하는 모든 기제 가운데 광합성이 챔피언이라는 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광합성이 없어도 지구 표면은 수소 분자들이 우주공간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여유있지만 시시한 산소 증가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산소가 급증한 정확한 시점이 언제였든, 지구는 25억 번째 생일을 앞두고 표면이 다시 한번 바뀌었습니다. 최초의 극적인 변화는 육상에서 일어납니다. 지구가 녹슨 것입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20억 년 전 지구의 대륙은 붉어서, 파란 대양과 소용돌이치는 흰 구름이 함께해서 극적으로 화려한 대비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녹은 많은 심원한 광물학적 변화들 가운데 가장 알기 쉬운 것일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최근에 수행한 화학적 모형화 작업은 산소급증사건이 길을 닦아준 광물이 3,000종에 달함을 시사합니다. 우라늄, 니켈, 구리, 망간, 수은의 수백 가지 새로운 화합물이 생명체가 산소를 생산하는 묘기를 배운 뒤에야 비로소 생겨났습니다. 놀랍게도 이 새로운 광물들 가운데 일부가 진화하는 생명체에게 새로운 환경의 생태적 지위와 새로운 화학에너지원을 제공했으므로, 생명체가 계속해서 암석 및 광물과 공진화해온 것입니다.

 

  마법처럼 변화를 일으키는 원소인 산소가 이 기나긴 역사에서 주역을 맡습니다. 전자에 굶주린 산소 원자는 모든 양태의 광물과 격렬하게 반응해 암석을 풍화시켜버리고 그 과정에서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을 형성합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20억 년 이전에 처음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높아졌을 때는 광합성을 하는 모든 생명 형태가 대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육지는 생명에게 절대적 불모지였지만 생명체가 전 지구에 걸쳐 궁극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산소가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지구의 유한한 원자들은 공기, 바다, 육지와 그것의 살아 있는 형태 모두의 사이에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오 마이 사이언스입니다.

 

  잠시 지구 나이 27억 살에서 37억 살까지는 건너뛰겠습니다. 왜요?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진화의 역사가 건너뛰기가 가능하지 않다고 믿지만 그래도 건너뜁니다.

예스24에서 빌린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