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지음, 서해문집 간행

무주이장 2022. 4. 6. 11:10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지음, 서해문집 간행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다.

근로자들의 주 52시간 근로 제한 규정은 곳곳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기업에서는 법이 칼 같이 지켜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자회사가 수용하겠다고 찌라시는 떠들지만 실제 자회사의 설립 소식과 정규직원이 되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끄럽게 떠들던 근로자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직장에서 사라졌다. 최저 임금은 지역별로 차등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이 줄어들었다.

 

 실적을 강조하던 윤석열 정권은 공기업도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을 더 줘도 좋다고 했다. 공기업의 급여는 이미 대기업의 급여와 같거나 그 이상이었다.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따지면 공기업이 월등하게 우월했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장 근로 시 연장근로수당이 시퍼런 지폐로 지불되었다. 반면 대기업의 직원은 40대 중반을 넘겨 정년을 바라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아니 꿈꿀 수 있는 직원은 없진 않았지만 소수였다. 칼퇴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민간기업의 요구에 맞춘 친기업 윤석열 정권은 노동유연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사람을 새로 뽑기보다는 있는 직원을 활용하는 것이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중동이 나발을 불고 있다. 민간기업의 어느 곳도 공기업과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없게 되었다. 민간기업의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이미 갑종근로소득세의 면세점 이하였지만 그러한 통계는 어떤 종이 찌라시에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세상은 조용히 끓고 있었다.

 

 시작은 대학이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노동사회학)의 발언이 공명을 일으켰다.

공기업은, 예를 들면 고용 형태라든지 고용안정성이라든지 인격적 권리라든지 민주적 노사관계라든지 노동자 경영참가라든지 이런 쪽에서 모범 사용자가 되면 되는 것이지, 임금까지 높여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은 임금에서 모범 사용자가 돼선 안 된다. 다르게 보면 임금은 손해를 보는 게 사회적으로 형평성이 있다.”(175쪽)

정교수의 발언은 사실 2017년 이미 있었던 발언이었다.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 정교수의 발언은 부싯돌과 같았다. 노동시장에 석열이 정권은 이미 휘발유를 가득 부어 놓았다. 이걸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진보정당에서 떠들어 댔지만 그 말을 신뢰하는 시민들은 얼마 없었다. 늘 해대는 진부한 주장에 귀 기울이는 시민은 없었다. 그들은 공기업의 근로자도 근로자라며 공기업 직원들을 비판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피커가 단 하나라도 없었다면 더 일찍 점화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진보정당이라고 입만 나불대는 스피커는 소음만 키워 오히려 다른 소리를 못 듣게 했다.

 

정 교수의 발언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생활비 충당이 어려웠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파업을 선언했다. 일하나 일하지 않으나 똑같이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공유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공동의 적으로 공기업을 찍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없는 것들이 비정규직원들을 관리한다는 핑계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 법의 보호를 누구보다 많이 받는다는 것, 시험을 통해 직원을 뽑는 것이 공정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불은 곧장 들불처럼, 태백산맥의 푄 바람을 탄 산불처럼 전국을 태웠다. 정권은 안절부절못했다. 민주화 투쟁이 아니라 생존투쟁이 전국적으로 번진 것을 처음 본 것이다. 대학생이 시작한 싸움이 고등학생으로 번졌다. 전국의 아르바이트 자리는 고등학생들도 많았다. 그들은 더욱 적극적이었고 그 주장은 극단적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주장을 비난할 수 없었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동조 파업을 시작했다. 호헌철폐를 주장했던 그 시절,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은 월급쟁이들이 동조하듯, 전국은 난리였다. 공기업만 고립이 되었다.

 

 세상은 다시 정렬되었다. 윤석열 정권은 전 시민적인 반발에 공기업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즉각 실시한다고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공기업의 급여는 전국 민간기업 급여 평균의 70%를 적용한다.

2. 공기업의 인건비 절감으로 인한 수익은 전액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데에만 사용할 수 있다.

3. 자회사는 공기업이 아니므로 2의 수익을 사용할 수 없다.

4. 위의 사항은 즉시 시행한다.

 

 공기업 직원들이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기들만 오롯이 모였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이 지나 보이지 않았다. 떠들던 직원들은 조용히 보따리를 싸야 했고, 퇴직금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한 정년을 앞둔 직원들은 사표를 쓰기 시작했다. 다시 시민들이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사표는 규정 변경 후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수리하라.”

사직하기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퇴직금을 주라는 주장이었고, 정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혜원 기자의 글을 시사 in을 통해서 이미 봤지만, 책을 통해 다시 보면서 기자의 정확한 자료에 놀라고, 현실을 이해시키는 능력에 감탄하고, 인식을 넓히는 여유에 반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공감을 했다. 그래서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을 섞고, 그래선 안 된다는 의견을 알리기 위해 쓴 글이다.

 

이런 세상이 안 온다고 당신들은 어떻게 확신을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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