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무주이장 2022. 9. 21. 12:13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머리말에서 현대 사회는 신앙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서양에서 종교가 본래 폭력적이라는 생각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자명해 보이기까지 한다며 이런 생각은 괴상하게도 거의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된다며 종교는 역사상 모든 주요 전쟁의 원인이었다라는 주장을 소개합니다. 한편, 종교가 인류의 모든 폭력과 전쟁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들조차 여전히 종교의 본질적 호전성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약 50년 동안 종교를 정의하는 보편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 학계에서 점차 분명해졌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설명합니다. 저자의 주장은 모든 폭력과 전쟁에 대한 책임을 신앙에 돌린 것은 일종의 희생양을 만든 것이란 주장입니다.

 

 종교에 대한 보편적이지 않은 정의는 책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저자는 농경 문명이 인간 역사상 처음으로 체제 폭력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구석기 공동체, 수렵-채집인은 수렵의 곤경과 위험을 함께 하지 않는 특권 계급을 먹여 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아마 평등했을 것이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를 든 것이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작은 공동체는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는 선에서 살아갔고 경제적 잉여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의 불공평은 불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농업에 의존하던 중동, 중국, 인도, 유럽의 여러 제국에서는 인구의 2퍼센트가 되지 않는 엘리트 집단이 소수의 가신 무리의 도움을 얻어 대중이 재배한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강탈함으로써 귀족적 생활 방식을 지탱한 체제 폭력이 모든 농경 문명을 지배했다고 대비하면서 근대 이전의 모든 문명이 이런 억압적 체제를 채택했다고 설명합니다(사회사가들이 이런 부당한 구조가 없었다면 인간은 아마 절대 생존 수준을 넘어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은 별개의 문제겠지요?) 농경사회의 체제 폭력적인 약탈은 불가피하게 종교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는데, 종교는 국가 건설과 통치를 포함한 모든 인간 활동에 스며들어 있었기에 당연했을 것입니다. 실제 근대 이전의 정치는 종교와 분리할 수 없었고, 종교와 세속이 구분되지 않았다고 책에서 계속적으로 증거를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는 현재 가장 주목을 받은 종교이기 때문에, 주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 전통에 초점을 맞추는데 유일신교, 즉 단일한 신에 대한 믿음이 특히 폭력과 불관용을 낳은 경향이 있다는 신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종교적인 사람들은 파충류 뇌(인간의 초기 진화 단계에서 가졌던 뇌를 말합니다. 박문호 박사님의 설명이 기억납니다)의 독단적인 사내다움에 대처하고, 폭력을 억제하고, 삶을 고양하는 예의 바른 공동체를 건설할 온갖 기발한 방법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비록 국가 체제의 호전성에 반대하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 실패했지만, 종교적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사람들이 더 친절하게 서로 더 감정 이입을 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다른 길을 제안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저자의 머리말을 정리하니 책을 읽어가는 방향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종교인의 비폭력을 위한 노력들은 어떤 것들이었으며 어떻게 좌절되고 변질되어 갔는지를 확인하면서 그럼에도 폭력에 대항하는 불굴의 노력을 어떤 방향으로 기울여야 하는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노력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해서 저자의 머리말 마지막 문장을 소개합니다.

 

희생양은 황무지에서 상처를 핥다가 곪아가는 원한에 사무쳐 자신을 몰아낸 도시로 다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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