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카렌 암스트롱,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간행 4.

무주이장 2022. 9. 21. 15:11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책의 14장의 제목임)

 

이방인을 네 몸처럼 대접하고 네 몸처럼 사랑하라.”

 기원전 559년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가문의 힘없는 구성원이었던 키루스(고레스)는 현재의 이란 남부인 안샨의 왕이 되었고, 그는 바빌론 제국을 침략했을 때, 놀랍게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주민에게 해방자로 환영을 받았습니다. 키루스는 이제 사상 초유의 거대 제국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유다 추방자 중 4천여 명이 황폐한 도시 예루살렘에 야훼의 성전을 재건하겠다고 결심하고, 네부카드네자르가 징발한 전례 도구를 들고 유다로 돌아가는 쪽을 택합니다. 이를 허용하겠다는 페르시아인의 결정은 분별력 있는 조치였습니다. 그들은 신은 자기 땅에서 섬겨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주면 제국이 튼튼해지리라고 믿었습니다. 또 종속 민족의 감사도 얻을 수 있었고요. 이런 자비로운 정책의 결과 중동은 약 1백 년 동안 상대적 안정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팍스 페르시아나는 여전히 군사력과 종속 민족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에 의존했습니다. 기원전 522년 키루스의 아들 캄비세스가 죽은 뒤 페르시아 왕좌에 오른 다리우스 1세의 경우에서도 우리는 현저하게 평화적인 전통을 제국 통치라는 현실에 적용하는 어려움을 보게 됩니다. 다리우스는 캄비세스가 죽은 뒤 제국 전체의 반란을 진압해야 했고, 여느 황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몰아내려는 귀족을 눌러야 했습니다. 다리우스의 비문을 보면 종교 전통이 단일하고 변함없는 본질로서 사람들을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몰아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것은 근본적인 부분까지 수정되고 바뀔 수 있는 형판에 불과하여 다양한 목적에 이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기원전 539년에 바빌론에서 돌아온 유대인은 황량한 땅이 되어버린 고국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바빌론 사람들에 의해 이곳으로 끌려온 외국인들의 적대감과 싸워야 했고, 또 완전히 다른 문화에서 태어난 뒤 고국으로 돌아온 자신들과는 이질적인, 추방되지 않은 유대인들의 원한과도 마주쳐야 했습니다. 그들이 마침내 성전을 재건하자, 페르시아령 유대는 유대인 사제 귀족이 페르시아의 이름으로 통치하는 성전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제들의 텍스트는 외국인을 악마로 만들며 그들의 소멸을 갈망했던 신명기저자의 경전들과는 달리 똑같은 이야기와 전설에 의존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포용적인 비전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어떤 종교 전통을 늘 폭력에 영감을 주는 단일하고 변함없는 본질로 환원해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제 역사가들은 신명기저자들의 가혹한 거부주의를 누그러뜨리고자 감동적인 화해 이야기들을 포함했습니다(창세기 33: 10, 창세기 1:31절 참조) 이스라엘의 신에게는 적이 없어졌습니다. 이 신은 자신의 모든 피조물 하나하나를 축복하고 심지어 오랜 적 레비아단까지도 축복했습니다.

 

 그러나 유수 이후의 다른 예언자들은 더 공격적이었습니다. 다리우스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은 그들은 야훼가 온 세상을 다스리고 저항하는 민족에게는 자비를 보이지 않는 경이의 날을 고대했습니다(스가랴 14:12절 참조) 이런 예언자들은 일신교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강력한 군주제는 종종 지고의 신, 정치적이고 자연적인 질서의 창조가 숭배를 낳는 듯합니다. 이것은 종교와 정치의 맞물림을 보여주는데, 이런 맞물림은 두 가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종교가 정책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정치가 신학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예언자들은 또 원수들이 자신들만큼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은 너무나 인간적인 욕망-이것을 완화하고자 황금률이 기획되었다-에서 동기를 얻은 것이 분명합니다. 지배 권력의 호전적인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전통에 맞추려다가 그 과정에서 전통을 왜곡한 것은 이들이 마지막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원래 제국의 폭력과 잔혹성에 격렬하게 맞서던 야훼는 첫째가는 제국주의자로 바뀌게 됩니다.

(4장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를 정리함)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