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를 읽는 오후’ 중 두 시인의 시를 보며 든 생각 하나. 선거가 끝난 후, 아직도 뉴스를 보기가 싫습니다. 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모두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떠들어대는 믿기 어려운 말들이 싫어서입니다. 우리는 정치에 민감한 국민입니다. 독재권력이 휘두르는 방망이에 매 찜질을 당하고 입을 봉했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서슬 퍼런 권력이 백주 대낮,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구부러지더라도 부러지지 않아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결심입니다. 권력의 하수인의 꾐에 빠져 그대가 우리 깊게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내 친구가 되었으나; 그래도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나, 잠의 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