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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This generation).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RHK 간행.

요즘 애들이라면 어떤 세대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이 책에서는 밀레니얼을 가리킵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 밀레니얼은 1980년대 초반과 199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기회를 상실한 세대로 설명되기도 하고, 현대 미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살 것이 거의 확실 시 되는 불행한 세대라고도 합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망가진 체제를 확인하였고, 일자리가 혹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가 오래갈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으며, 많은 사람이 언제든 빚더미의 폭풍에 집어삼켜질 거란 두려움 속에 사는 세대라고 합니다. 광범위한 불안정에 길들여진 세대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능력주의와 예외주의를 믿었던 세..

매일 에세이 2024.09.30

노력의 배신. 김영훈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헬조선’ 유행어가 한참 동안 들렸습니다. ‘흙수저’가 살기에는 지옥 같은 나라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저도 젊은 시절 한때 인풋에 비례해서 아웃풋이 나온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면 제가 희망하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일단 이 믿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답을 하기로 하고, 헬조선에 살던 젊은이는 ‘노오력’에 대하여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경상도에서 쓰던 말로 “쎄빠지게” 애만 쓰다 지친 이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기왕이면 쓸데없는 ‘노오력’을 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실컷 애만 쓰다 지친 모습이라 안타깝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노력신봉공화국’이라 명명합니다. 모든 길은 노력으로 통하는 나라입니다. 잘못되면 노력이 ..

매일 에세이 2024.09.26

H마트에서 울다. 미셀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 간행.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얼굴보고 같이 살면서도 저는 아내의 마음,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지 못했습니다. 소설을 읽고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읽어낸다고 믿었지만, 책은 책이고, 생활은 ‘따로’였습니다. 아내는 지쳤습니다. 간혹 제가 바뀌지 않았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럽습니다. “뭐가 바꼈다는 거야?” 말투도 눈총도 무섭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라고 자격 시험을 치르고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닙니다. 자격 시험을 치렀다고 해서 무어 그리 달라지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도 없이 아이를 낳으면 사랑으로 키울 것이라는 막연한 결심만으로는 육아의 현실은 냉엄합니다. 제가 클 때 부모로부터 매도 맞았습니다. 가난에 찌든 부모가 무슨 마음의 여유..

매일 에세이 2024.09.23

관리자들. 이혁진 장편소설. 민음사 간행.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이 건설회사였습니다. 무슨 꿈이 있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대학도 졸업했으니 어디선가 밥벌이는 해야 하는데, 혼자서 낑낑거리며 장고 끝에 악수를 두어 잘못 들어갔던 곳을 빠져나와 갈 곳을 둘러보니 건설회사 한 곳뿐이었습니다. 제가 지원한 회사의 계열사에 계시는 형님이 수소문을 하더니 낙방 소식을 전하며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일을 하러 오라는 소식이 뒤이어 들렸습니다. 이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이후 한 번의 전직을 하고 마지막으로 시행사에서 십여 년을 끝으로 건설과는 이별을 했습니다. 30년 남짓 건설밥을 먹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을 다녀본 경험과 비교하면 건설회사는 나름 매력적인 직장입니다. 건설현장은 본사의 감독을 받지만..

매일 에세이 2024.09.03

요즘 역사 근대. 황현필 지음. 역바연 간행.

요즘 역사 전쟁이 한창입니다. 조용히 꼼수로 친일라이트 또는 매국라이트, 전우용 선생은 뉴또라이또(전에는 이들을 뉴라이트라 불렀고 저는 전우용 선생의 용어를 사용하겠습니다)라 불리던 자들이 나라에서 세운 역사연구기관에 장이 되거나 이사가 되어 스멀스멀 기어들어가더니 드디어는 독립기념관장까지 차지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광복회장이 용산에 밀정의 그림자가 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밀정이 있다는 증언을 하면서 필요하면 그들이 어떤 일들을 해왔는가를 증언하겠다고 합니다. 제 눈 제 손으로 찌른 형국이지만 그건 그것이고 역사를 두고 전쟁을 도발한 뉴또라이또 무리들이 얼마나 되길래 이런 형국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혹자는 한 줌밖에 되지 않는 무리라고 하고, 혹자는 이번 판에 권력을 등에 업고 한 ..

매일 에세이 2024.09.02

내 남편. 모드 방튀라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간행

세상은 여전하다는 말을 간혹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전한 것은 거의 없는듯합니다. 작년과 달리 금년은 여름이 더 덥습니다. 작년보다 금년의 농사 작황이 별로입니다. 콩은 꽃을 피우지만 열매를 매달지 못합니다. 봄만 해도 비가 적당히 왔고, 장마도 꾸준했는데 더위 통에는 가뭄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 탓에 콩꽃이 핀 후 그냥 시들어버렸습니다. 호박도 종전처럼 시원하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과일 값이 작년에 이어 금년도 비쌉니다. 한해 두 해가 서로 다른데 사람이 일생을 통하여 만나는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어머니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 자식 세대, 손자 세대가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르더니, 어른들의 부양의무와 함께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로서 샌드위치 세대..

매일 에세이 2024.09.01

동급생. 프레드 울만 소설.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간행.

역사 속에 던져진 인간이란 참으로 왜소하게 보입니다.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고, 사회 개혁에 투신하는 개인은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공연히 힘 빼지 마라.” 많은 어른들이 충고라는 허울을 쓴 무력감을 강요했습니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옥죄고 무장해제 당합니다. 자신의 세계관의 터를 알게 모르게 만들어 가는 시기가 청소년기입니다. 부모와 선생에게 반항하며 실패와 조그만 성취를 통해 게으른 무력감과 싸우고, 비겁한 변명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두꺼운 벽이라 달려들어도 얻는 것은 머리가 깨지고 손이 까지는 상처뿐입니다. 그 시절을 함께 울고 위로하고 결심하고 행동하게 한 것은 몇 안 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어깨 걸어 뛰고 쉬며 걸었던..

매일 에세이 2024.08.26

밤의, 소설가. 조광희 장편소설. 문학과 지성사 간행.

소설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소설가라고 부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소설가는 자료를 조사합니다. 자료가 부실하여 리얼리티가 떨어지면 작품에 몰입할 수 없습니다. 소설가의 관심과 지적 능력이 우수하다고 할지라도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조사는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로빈 쿡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존 그리샴의 소설을 읽으면 그가 법과 관련한 직업을 가졌을 것으로 추리할 수 있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의학에 관한 호기심이 충족되고 사건을 분해하고 해석하는 법적 능력을 확인합니다. 그들이 공부하고 직업을 통하여 배운 지식은 훌륭한 글솜씨와 어울려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치밀함으로 독자들은 이야기에 빠져 책이 끝날 때까지 딴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

매일 에세이 2024.08.26

잡동산이 현대사 1. 일상.생활, 전우용의 근현대 한국 박물지. 돌벼개 간행

박학다식한 전우용 선생에게 반하면서 그의 책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그가 가진 지식을 전수받는 방법입니다. 마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부제인 ‘전우용의 근현대 한국 박물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의 일상,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물건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가 경험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는 물건은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사진도 실렸는데 제 어릴 적 흑백 사진을 보는 듯 가난한 추억에 빠지기도 합니다. 저자가 쓴 ‘빵’에 대한 글을 읽다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글을 소개하는 겸해서 저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얻을 심산으로 이 글을 씁니다. 강호의 고수께서는 댓글로 지식을 공유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빵은 포르투갈어 ‘팡데로’를 일본인들이 축약하여 만든 ..

매일 에세이 2024.08.21

치매 진행을 늦추는 대화의 기술. 요시다 가즈야키 지음. 전지혜 번역

치매라는 질병의 일반적인 사항을 알려주고 간병인이 치매 환자의 일반적 특성을 파악하여 적절한 대화 기술을 익힘으로써 치매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알려 주는 실용서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통칭을 하지만 알츠하이머형 치매, 루이소체형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로 분류하고 각기 환자의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가성 치매라고 불리는 것으로 노인 우울증과는 구별이 됩니다. 간병인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치매를 앓는 환자인지 의사의 진단을 확인한 후 대처하여야 할 듯합니다. 각각의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한 약물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책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간병인이 치매 환자를 대하는 기본적인 원칙은 환자의 기억력은 손상을 입었어도 환자의 감정은 병이 들기 전과 전혀..

매일 에세이 202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