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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지음. 이희재 옮김. 김영사

새뮤얼 헌팅턴의 약력을 확인하던 중 그가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1977~1978)을 지냈다는 정보를 보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같은 카터 행정부에서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안보담당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입니다.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이라는 책이 번역되어 읽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의 감상은 한마디로 ‘기분이 더럽다’였습니다. 세계를 하나의 큰 체스판으로 보고 국제적 역학관계와 미국의 전략을 소개하는 책으로 기억합니다. 미국의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사람의 책이니 미국이 세계를 보는 시선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읽었는데 일방적인 그들의 생각에 체스판의 졸이 된 우리나라를 보는 현실이 싫었습니다.    40여 년간 지속된 냉전 체제가 ..

매일 에세이 2024.07.07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 이언 스튜어트 지음. 장영재 옮김. 북라이프 출간

대중을 위한 과학서의 매력에 빠져 제 능력도 잊은 채 구입한 책입니다. 부제가 ‘확률,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해 온 수학의 역사’입니다. 과거 재미있다는 말에 끌려 수학에 관한 책을 샀다가 책을 끝까지 넘겨보지도 못 한 경험이 있었건만… 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래도 책장은 끝까지 넘겼습니다. 앞부분과 책의 뒷부분에서 제가 넘긴 책의 요지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저처럼 분별없이 고른 분들에게 권할 수 있는 말은 1장과 18장을 읽으시고 특별히 이해가 되고 관심이 가는 장을 골라서 세부내용을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사실 이해를 못 한 책을 권하는 것은 여러분의 독서 생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말이지만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이 이해 못 하거나 예측 못 하는 일들에 대하여 예측과 확신..

매일 에세이 2024.06.26

시사in 875호 당원권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전혜원 기자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대단하다는 말을 합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상하기가 힘들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정치학은 사회과학의 영역입니다. 기본적으로 정치가 학문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현실 정치를 해석하는 수단으로써 효능이 있어야 합니다. 어중이떠중이 전문가들이 종편과 공중파의 방송을 허비하는 시절이 계속되었습니다. 웬만한 그들 주장은 시사인을 읽는 독자라면, 정치에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올바른 정보를 찾는 방법을 조금만 안다면 중언부언이요 시간 낭비라는 것을 압니다. 그들이 행여나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며 큰소리나 치지는 않는지 걱정이 됩니다. 자기의 지식이 금과옥조나 되는 듯 강요하는 선생을 만나는 불행이 계속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세상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학위..

매일 에세이 2024.06.25

어떻게 (살) 것인가. 이광수 지음. 에덴하우스 간행

건설회사에서 주로 아파트 분양이나 주택사업허가와 준공업무를 호구책으로 삼아 25년 남짓을 살았습니다. 저는 청약저축을 들지 않았습니다. 건설 경기라는 것이 5년 주기설이나 10년 주기설로 널뛰기를 하니 경기 하강 때 발생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집을 장만했습니다. 이제는 자식이 집을 장만하여야 하는데, 건설업에서 떨어져 나와 이제는 매트리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노후를 준비하고 있어 아무래도 정보력이 떨어집니다. 당연히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를 들여다봅니다.   집값이 오를 것이다. 아니다 내린다. 주장들이 난무하더니 요즘은 대세 하강기라고 정리가 되는 중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제지들은 계속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어 곧 다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

매일 에세이 2024.06.20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지음. 돌베개 간행

요즈음 마을 도서관에는 신간도 꽤 많습니다. 제가 구독하는 주간지에서는 반드시 신간 만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이 책을 소개합니다. 이 책을 검색하면 반 이상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분들이 이미 빌려간 책이라 기다려야 합니다. 읽고 싶은 책이라고 저장한 책이 100권이 넘어 빌릴 수 있는 책부터 보면서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예스24에서 구매한 이유는 기다리다 지쳤기 때문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좋은 문장에는 밑줄 쫙 그을 수 있는 내 책이 너무나 좋습니다.  저도 문과 출신입니다. 그럼에도 대중적인 과학서를 매우 좋아합니다. 과거에는 어려운 책을 끙끙대며 끝까지 읽었지만 요즘은 저의 이해 수준을 뛰어넘는 과학책은 일찍 책..

매일 에세이 2024.06.14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윤이재 지음. 다다서재 간행

전에 노부토모 나오코의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를 읽고 치매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사연에 관심이 더 생겼습니다. 그래서 몇 권의 책을 더 빌렸습니다. 아내도 노부토모 나오코의 책을 읽어보고는 소장하고 다시 읽고 싶다고 해서 예스 24에 책을 주문했지만 품절이라는 이유로 불발에 그쳤습니다. 치매의 고통을 지켜보는 가족의 모습을 담담하게 소개한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윤이재 작가의 책은 아흔 살의 슈퍼우먼을 돌보는 젊은 손녀의 이야기입니다. 젊은 시절 실컷 일을 하셨다며 아쉬운 게 없다는 아랫니 여섯 개 밖에 남지 않은 슈퍼우먼 할머니가 손녀와 일상을 같이 한 이야기가 위의 일본인이 쓴 책 마냥 담담하게 그림을 그리듯, 동영상을 촬영하듯 전개됩니다. 그러고 보니 두 작가의 경험에서 공통점을 찾을 ..

매일 에세이 2024.06.11

유인원과의 산책. 사이 몽고메리 저. 김홍옥 옮김. 돌고래 간행 2

동물과 인간을 보는 시선의 차이  제인과 다이앤 그리고 비루테가 추구한 것은 옳았으며 그들의 성취는 감탄할 만한 것으로 여겨짐에도 아직도 어떤 이들은 이 여인들에게서 뭔가 불온한 것, 뭔가 미심쩍은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들이 연구 대상 동물에게 이름을 붙인 것이 그 하나입니다. 엄밀한 기록을 위해 각 개체를 서로 분간하는 일은 오늘날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물들과 개체로서 관계를 맺는 것, 혹은 그들과 독특한 관계를 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그들은 봅니다. 인간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 응당 인간 세계에 봉사하고 인간 세계에 머물고 인간 세계를 지원하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며 세 연구자를 비판합니다. 인간행동학자는 우리 인간이 동물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품는 것에 대해 동물에게 ..

매일 에세이 2024.05.27

유인원과의 산책. 사이 몽고메리 저. 김홍옥 옮김. 돌고래 간행 1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의 시원, 루이스 리키  그저 어쩌다 한 번씩 침팬지 이야기가 나오면 듣게 되는 이름이 제인 구달이었습니다. 온화한 모습의 할머니가 침팬지와 같이 있는 사진이 기억이 납니다. 그에 비해 다이앤 포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밀렵꾼들에 의해 도살되어 목과 손목을 잘린 고릴라 사체와 밀렵꾼에 도전하는 주인공. 결국 밀렵꾼에 의해 살해당한 연구자의 이야기가 다이앤 포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영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제가 다이앤 포시에게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아프리카인다운 방식으로 고릴라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유독 세 명의 연구원 중에서 더 매력을 느꼈습..

매일 에세이 2024.05.27

행성어 서점. 김초엽 소설. 마음산책 간행

미래의 이야기는 현재를 바탕 삼아 만들어집니다. 황당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친 이야기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 부정하지 못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 때문입니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미래에 풀고 말겠다는 의지에 마음이 불타기도 하고, 사람에게 실망하여 도저히 긍정적인 세계를 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무간지옥 세상을 그리기도 합니다.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에는 수천 억 개의 별들이 존재하고 우리 은하계와 같은 우주가 역시 수천 억 개가 있다고 하니 외계인이 없다는 주장을 할 수도 없다며,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하는 이야기도 있고, 외계인과 평화적인 교류를 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그를 따라 그가 이야기하는 가깝거나 먼 미래로 저의 발..

매일 에세이 2024.05.21

박지원 소설집. 박지원 지음. 이가원. 허경진 옮김. 김영희 해설. 엄주 그림. 서해문집

사람이 미욱하니 중학교 때 들었던 존함도 잊고,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던 한문 소설인데 비록 초라한 학교 도서관이지만 책이라도 있나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물러났으면 다음 학교에서 다시 찾아볼 마음이라도 있어야 함에도 역시 없었습니다. 동네 도서관 서고에서 발견하고도 한참을 기다린 후가 되어서 마음을 냈습니다. 2022년 10월 15일 초판이 나온 책이었지만 제 마음속 간직된 책은 1973년 발행되었습니다. 51년 전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습니다.  연암 박지원은 조선 후기 학자입니다. 영조 때 출생(1737년) 하여 순조(1805년)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족적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자세히 나옵니다. 책에서도 해설을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18세기 도시화로 달라진 근대 조선의 ..

매일 에세이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