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설 읽기를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고인이 되신 이외수 작가의 ‘꿈꾸는 식물’을 읽은 후로 기억합니다. 사창가의 포주인 형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그와 갈등하는 동생은 식물로 상징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형이 만든 우리를 태우며 탈출하는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완전범죄에 가까운 방화를 꿈꾸고 실행합니다. 문학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깨어졌습니다. 세상을 통찰하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소설가는 세상을 개혁하는 요령을 깨치고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젊은 시절 약육강식 먹이사슬로 합리화되던 세상은 사실은 협잡과 사기와 공갈 폭력이 난무하는 부조리일 뿐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은 무기력한 현실을 위로하는 진통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입니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