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타당하고 내일도 옳은 저널리즘 찾기
언론은 스피커입니다. 누가 듣던 듣지 않던 계속 말을 합니다. 말이란 게 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하잖아요. 말은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힘이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많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존 필저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으로 종군기자를 오랫동안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가 의미를 둔 저널을 엮은 책입니다. 본인의 저널을 포함하여 21명의 기사를 엮었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검색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자들을 감안하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지요. 남을 속이는 사람은 사기꾼입니다. 있는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은 협잡꾼입니다. 돈 줘서 취재하라고 보냈는데, 밥만 먹고 기사는 없는 사람은 식충이라고 합니다. 밥만 축낸다는 말이지요. 과거 밥이 귀할 때의 욕이었는데, 지금은 흔한 밥이라 욕으로 들리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라는 뜻이라면서요? 매우 많은 별칭을 달고 사는 회사원들이 듣기에 거북한 오명을 쓰고 있는 이유는 말이 말 같지 않아서일 겁니다. 스피커를 가진다는 것은 특권의 하나입니다. 특권의 인정은 전제가 있습니다. 꼰대도 사기꾼도 협잡꾼도 식충이도 기레기도 되지 않는다는 전제입니다.
그럼 말이 힘을 가지려면 어떤 말이어야 할까요? 책을 엮은 존 필저가 인용한 말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7쪽에 있습니다. “진정 객관적인 저널리즘은 사실을 옳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사건의 의미를 옳게 이해해야 한다. 그 같은 저널리즘은 오늘 타당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신뢰할 만한 출처’에 의해 입증될 뿐만 아니라 ‘역사의 전개’에 의해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10년, 20년, 50년 뒤에도 사실이 여전히 사건을 비추는 진실하고 현명한 거울로 남는 저널리즘이다.”(미국 저널리스트 T.D. 앨먼)
사실이라며 팩트라면서 기사를 쓰지만 사건의 의미를 왜곡하는 기사들이 넘칩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쓴 기사가 내일이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신뢰할 만한 출처는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기사가 역사가 될 일은 없습니다. “매일 쓰는 기사가 그럼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데?” 변명만 있습니다. ‘데스크 때문이겠지’라며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오히려 무안해집니다.
일부란 말이 빠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태로 보면, ‘일부’라기엔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피자 한쪽은 ‘일부’지만 네 쪽쯤 되면 ‘반 판’이라고 합니다.”(망월폐견, 전우용 지음, 사탄의 자식 중 PS2 ) 존 필저나 T.D, 앨먼, 그리고 전우용 선생의 말을 새겨들을 기자가 몇 이나 있을지 모르지만 취재가 아무리 바빠도 책도 좀 읽고 사시길 권합니다. 도대체 기사에서 배운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PS: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기자님들에게는 미리 양해의 말씀을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기자님들의 기사는 매우 재미있고 즐겁게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에 만나 뵙게 되면 상세한 말씀 올리고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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