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69

독후감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독후감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된 것,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했던 것을 기억한다. 2003년의 일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여전히 4.3 사건의 발단이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시발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시 득세했다. 다시 나라의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하여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이 2018년 4월 3일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과가 2003년이었고 2018년에야 다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참석하였으니 이 이야기는 15년의 세월이 촛불처럼 타고 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작가 한강은 ‘작가의 말’에서 ‘2014년 6월에 이 책의 첫 두 페이지를 썼다. 2018년 세밑에야 그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으니,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

매일 에세이 2021.11.22

소개 받은 책, 최영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친구의 에세이 글

저는 시집을 읽으려고 노력해도 잘 못 읽습니다. 쉽게 다가오지 않는 시어들에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쉽게 읽으며 감동받은 시집으로는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과 원태연의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정도입니다. 좋아한 시는 윤동주의 서시, 박목월의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 표현된 시(나그네)입니다. 대충 어떤 시어를 좋아하는지 아실 듯하지요. 그런데 친구가 보낸 카톡에서 시집을 소개받았습니다. 책을 소개하려는 글이 아니라, 시집을 읽은 감상을 적은 소감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로 옮겨왔습니다. 동의는 나중에 받으려고 합니다. 허락할 겁니다. 詩 읽기를 생활로 하다시피 하는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최영미 시집 시집을 읽으며 이렇게 마음이 ..

매일 에세이 2021.11.18

C.J.튜더 장편소설 ‘초크맨’, 이은선 옮김, 다산 책방(다산 북스)

C.J. 튜더 장편소설 ‘초크맨’, 이은선 옮김, 다산 책방(다산 북스) 괴기스럽지 않으면 좋겠다. 불가해한 자연현상으로 핑계 대지 않으면 좋겠다. 귀신, 악마, 사탄이 모든 죄를 덮어쓰고 끝내지 않으면 좋겠다.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비현실적인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한다면(그 존재 증명을 요구할 수 없는 악마나 귀신 악령의 출현) 토커티브할 수 있고 수다스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잘 꾸며진 추리 소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어쩌면 과문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워낙 스릴러물이라고 해도 요즘은 악령의 출현이 너무 잦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추리소설이었다. 처음 들어본 이름 C.J. 튜더, 영국 작가라고 한다. 초크맨이라는 제목에서 쉽게 ..

매일 에세이 2021.11.15

시사in읽기 738호 : 법정에서 용기 낸 그 아이 덕분에, 오지원(변호사) 씀

시사in 읽기 : 법정에서 용기 낸 그 아이 덕분에, 오지원(변호사) 씀 법정에서 만난 한 소녀를 말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립니다. ‘낯선 아저씨가 술에 취해 아이를 학교로 끌고 가 돌로 아이의 머리를 치고 바지를 벗겼는데 아이가 겨우 도망쳐서 성폭행을 면했다. 어머니는 아이를 법정에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상처도 크고 무엇보다 아이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피고인이 전면 부인하고 있었기에 아이의 법정 증언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어머니는 완강했다.’ “네 잘못이 아냐” 이렇게 우리는 아이에게 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조심해서 다니지” “그래서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면서 그랬니” 이 말을 듣는 아이는 무슨 생각이 들까요? 왜 저런 걱정을 엄마에게 끼..

매일 에세이 2021.11.12

눈 떠보니 선진국, 한국 사회의 고장난 인센티브 시스템, 박태웅,한빛비즈.

눈 떠보니 선진국, 한국 사회의 고장난 인센티브 시스템, 박태웅, 한빛비즈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책입니다. 이미 뉴스공장이나 유튜브에서 그의 주장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 내용이지만 책을 통해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어 1부, 선진국의 조건. 2부, 고장난 한국 사회. 그리고 3부 AI의 시대로 분류했습니다. 3부의 이야기는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듯 모를 듯하여 읽고 난 후 설명을 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1부와 2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분석하고 문제를 도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이었습니다. 그중 한국사회의 고장난 인센티브 시스템이라는 부제가 달린 글이 유독 마음에 닿았습니다. 요약을 해보지요. 한 사회의 골격은 그 사회의 상벌체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입니다. 정..

매일 에세이 2021.11.11

피가 흐르는 곳에(If it bleeds), 스티븐 킹,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피가 흐르는 곳에(If it bleeds), 스티븐 킹,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영화를 보다가 원작 소설을 찾아 읽은 것이 스티븐 킹이 시작이었습니다. 인터넷 덕으로 쉽게 그의 신간을 찾아내서 읽곤 합니다. ‘피가 흐르는 곳에’라는 제목의 소설은 ‘피가 흐르는 곳에 특종이 있다’는 업계의 격언에서 힌트를 얻어 쓴 글이라고 작가는 소개합니다. 오늘도 우리 언론은 비행기 추락사고, 총기 난사 사고, 테러 공격, 유명인사의 죽음과도 같은 끔찍한 비극의 현장에 출현합니다. 특종을 한다고 사건 사고를 파헤치고, 때로는 엉터리로 조합되어 보다 극적인 소식을 뉴스라는 이름으로 보도하지요. 그러고 보니 피가 흘러야 특종이 나온다는 격언은 사실로 보입니다. 소설에서는 끔찍한 사건과 사고 현장을 보도하던 기자가 스스로 사..

매일 에세이 2021.11.09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추리소설의 서스펜션이 이럴 수도 있구나!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추리소설의 서스펜션이 이럴 수도 있구나! 1990년도 부동산 버블이 발생한 일본에서는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타워팰리스에 살고 싶은 우리네 욕망도 일본보다는 10년 정도 뒤에 불이 붙었을 테니,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의 작가는 한국의 여느 작가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일본과 한국이 이토록 앞서기니 뒤서거니 하며 닮았다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다. 그런데 꼭 이렇게 서로 척지고 살아야 할까? 국가 권력이 너무 나대면 왜곡되고 경직된다. 그러면 발전이 더디다. 일본의 보수정권이 언제쯤 현실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1996년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2025호 고급 아파트에서 4명의 일가족이 살인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을 누가 잡아낼까? 미야베 미유키는..

매일 에세이 2021.10.25

상상하기 싫은 사건(Unthinkable)

상상하기 싫은 사건(Unthinkable) 미국 대도시 세 곳에 핵폭탄이 설치되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면서 테러 위협을 하는 범인을 상대로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야 하는 절박한 상태입니다. 폭탄이 터질 때까지 시간은 72시간이 남았습니다. FBI 대 테러 특수요원이 고문 기술자인 국가 비밀요원과 함께 범인을 취조합니다. 고문 기술자는 자기가 잔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하며, 우선 손도끼로 범인의 손가락을 자릅니다. FBI 요원은 질겁을 하고 고문은 안 된다고 주장을 하지만 FBI 측과 정부 측 관계자는 시민권이 이미 박탈된 사람이며, 만약 폭탄이 터지면 헌법이 무슨 소용이냐며 요원의 주장을 거부합니다. 이어진 고문은 손톱 빼기, 전기고문, 물고문 등으로 이어지지만..

매일 에세이 2021.10.08

왕따와 집단 괴롭힘 이해하기(오은영,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중에서)

왕따와 집단 괴롭힘 이해하기(오은영,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중에서) 1. 아이들이 왕따에 가담하는 이유 가. 가장 흔한 이유가 ‘잘난 척’을 한다는 것이다. 예쁜 척, 돈 많은 척, 짱인 척, 공부 잘 하는 척 등이다. 나. 친구가 하니까 그냥 따라 했다. 재미로 했다는 아이도 꽤 있었다. 다. 왕따를 주동하는 아이가 의외로 한 집단의 리더인 경우가 많았다. 집단의 리더가 왕따 주동자가 되는 이유는 왕따의 메커니즘을 알면 이해가 된다. 2. 왕따의 메커니즘(왕따의 형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 일반성을 가지고 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보면 대부분 그렇게 왕따를 당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왕따를 하는 아이도 대부분 다른 사람을 왕따시킬 만큼 나쁜 아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나. 지..

매일 에세이 2021.09.08

공부의 의미

공부의 의미 오늘도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합니다. 저도 학창 시절이 있었고, 부모님이 생활전선에서 복무하시느라 자주는 말씀 않으셨지만, 게으름을 피우면 “공부 좀 하지” 질책을 하셨습니다. 오은영 박사의 책을 읽다가 공부의 의미를 설명한 글이 있어 정리해 두었다가 손자나 손녀가 생기면 잊지 않고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제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인이 되어 독립하였기 때문입니다. 공부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공부를 할까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목적은 그저 점수나 등수를 높여서 좋은 학교, 회사에 가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재미없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무언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을 배우기 위함..

매일 에세이 2021.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