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와 집단 괴롭힘 이해하기(오은영,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중에서)
1. 아이들이 왕따에 가담하는 이유
가. 가장 흔한 이유가 ‘잘난 척’을 한다는 것이다. 예쁜 척, 돈 많은 척, 짱인 척, 공부 잘 하는 척 등이다.
나. 친구가 하니까 그냥 따라 했다. 재미로 했다는 아이도 꽤 있었다.
다. 왕따를 주동하는 아이가 의외로 한 집단의 리더인 경우가 많았다. 집단의 리더가 왕따 주동자가 되는 이유는 왕따의 메커니즘을 알면 이해가 된다.
2. 왕따의 메커니즘(왕따의 형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 일반성을 가지고 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보면 대부분 그렇게 왕따를 당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왕따를 하는 아이도 대부분 다른 사람을 왕따시킬 만큼 나쁜 아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나. 지속성을 지닌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번 왕따는 영원한 왕따’라는 이야기다. 이것은 사고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문화의 각 주제들에 대하여 제대로 배우지 못해 이것이 내면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한번 받아들인 정보가 잘못된 것이면 자기 안에서 그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기반이 없다. ‘저 아이가 예전에는 왕따였지만, 생각해보니 우리가 좀 잘못한 것 같아. 이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자기 안의 철학이나 사상의 기반이 없다 보니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 ‘집단 압력’이 있다. 우리 국민은 단일 민족이라는 기본 바탕 아래 집단에서 추구하는 어떤 색깔이나 가치에서 벗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의식이 강하다. 즉 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획일화되어 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개인의 개성이나 창의성 등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가정, 학교, 사회, 국가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집단의 분위기를 따르는 것이다. 튀는 사람은 리더가 되는 사람에게 서너 번 지적을 받고,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응징과 처벌로 왕따를 당한다. 보통 집단 안에는 적극적으로 주동하고 가담하는 아이가 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침묵한다. 이때의 침묵은 무언의 동조로, 나도 그 아이가 튀는 것이 싫은 것이다.
3. 왕따에 대응하는 방법
가. 부모는 아이에게 그 문제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이런 중대한 문제일수록 아이와 대화를 하려면 환경을 갖춰야 한다. 아이와 앉을 때는 마주 앉는 것보다 ‘ㄱ’자로 앉는 것이 좋다. 마주 않으면 약간의 적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중간중간 어깨를 감싸주면 대화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나. 부모 두 사람이 모두 나서야 아이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미리 할 말을 생각해두어야 실수가 없다. 필요하면 미리 각본을 짠다.
다. 아이와 대화를 할 때는 정화되지 않는 감정을 분출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항의하는 것이 된다. 문제의 핵심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나중에는 짜증과 불쾌한 감정만 남는다.
라. “너라도 놀아줘” “잘 지내보렴” 같은 조언은 아이에게 굉장히 부담스럽고 비현실적인 말이다. “이런 행동은 심한 거야.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안 되지!”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자. 한 아이를 왕따시키는 상황은 아이들이 봤을 때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그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왕따는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 여자아이들은 친구를 독점하려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이때는 이런 말을 해줘라. “평생 동안 그 친구와 함께하고 싶은 네 마음은 이해해. 서운할 수 있어 하지만 엄마가 한 명을 더 낳으면 엄마의 사랑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처럼, 네 친구도 다른 친구가 생겼다고 너에 대한 우정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란다. 너에게도 그 친구가 다른 친구를 사귐으로 인해서 다른 색깔의 우정이 하나 더 생길 수 있는 거야. 아주 편하게 허용해주렴. 그래야 그 친구와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다른 형태의 감정이 생긴다고 그전에 있던 감정이 변하거나 없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야. 편안하게 받아주는 연습을 해야 돼.”
바. 교육 현장에서 ‘왕따 프로그램’을 한다며 반 전체 아이들에게 교육용 비디오를 보여주거나 교육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도록 하는 경우나, 왕따를 당한 아이는 따로 보건실에 가 있으라고 하고 담임교사가 종례 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늘어지게 훈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대응하면 왕따를 시킨 아이들은 절대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속으로 ‘걔 때문에 우리가 저 지루한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아이를 더 미워한다. 왕따 주동자나 적극 가담자는 물론이고 중립적인 아이들까지 그 아이를 미워하게 된다.
왕따를 시킨 아이를 대상으로 교육하면 문제가 더 악화되고, 왕따를 당한 아이를 앉혀 놓고 교육하면 그 아이가 미숙했다는 것이 공표되기 때문에 둘 다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왕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극 가담자가 아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가지고 있는 무언의 동조자를 잘 포섭해야 한다. 중립적인 아이들을 조용히 불러서, 주동자의 행동이 심할 때는 너무 심하다는 말을 좀 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주변 아이들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반 분위기도 바뀌어 간다.
왕따 문제는 그렇게 해결해야 한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168~177쪽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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