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의미
오늘도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합니다. 저도 학창 시절이 있었고, 부모님이 생활전선에서 복무하시느라 자주는 말씀 않으셨지만, 게으름을 피우면 “공부 좀 하지” 질책을 하셨습니다. 오은영 박사의 책을 읽다가 공부의 의미를 설명한 글이 있어 정리해 두었다가 손자나 손녀가 생기면 잊지 않고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제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인이 되어 독립하였기 때문입니다.
공부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공부를 할까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목적은 그저 점수나 등수를 높여서 좋은 학교, 회사에 가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재미없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무언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을 배우기 위함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그러한 경험을 가르치기 위해 교과과정을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바로 이 공부의 의미입니다. 부모들이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이것저것 막 시켜본다고 하는데 뭐라도 아이가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 박사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네요. 학교 공부를 통해 배워가는 기쁨이나 하기 싫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요리를 시키든, 운동을 시키든, 음악을 시키든, 미술을 시키든,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열심히 하는 태도’를 배우기 위해서라는 것이지요. 어차피 공부로 먹고사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내 아이가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무엇을 하든 필요한 것은 지금 배우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태도’랍니다. 그러한 태도를 가르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학교 교과과정을 통한 시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공부를 절대로 못 따라가는 아이라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그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오 박사는 말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가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는 태도, 즉 탐구하고 탐색하는 능력이 생기면 다른 것에도 ‘어, 이것은 왜 그렇지?’ 하는 의문을 품게 되고, 그것을 알아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공부는 충만한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감화를 받으면 그것을 닮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알고, 시행착오를 통한 교정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영어 단어 몇 개를 더 외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주는 정서적인 안정과 편안한 경험은 공부의 토양이 된다고 합니다.
아이가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면 부모가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하더라도 아이를 무시하거나 다그쳐서는 안 됩니다. 또 작은 변화에도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오 박사가 권하는 부모의 태도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다고 넋 놓고 가만히 있거나, 방향이 다른 노력으로 힘을 뺄 일도 아닙니다. 이렇게 알게 된 지식과 지혜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이겨내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여야 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낙제점을 받더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공부의 의미를 배우는 이유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이지만,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먼저 공부의 의미를 깨닫고 먼저 실천을 해야 합니다. 왜 인생은 끝없는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나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기를 때, 저는 이런 개념을 아예 몰랐습니다.
오 박사는 이 책에서 부모의 불안이 나타나는 양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많이 나무랐습니다. 아내가 아이 문제로 상의를 하려고 하면 다 듣지도 않고는 버럭 화부터 냈습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하니 제가 불안해서 지레 혼자서 화내고, 짜증을 낸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이렇게 못 배운 남편과의 일을 다락방에서 다른 분들에게 얘기를 하면서 하소연을 하였더니, 가만히 아무 말도 않고 듣고 있던 순원 한 분이 채 다락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급히 집으로 돌아가시더랍니다. 아내는 무슨 실수를 했나, 많이 걱정했는데 다음 다락방에서 그분이 일찍 돌아간 사정을 설명하였답니다.
“제가 어제 아이에게 크게 화를 내며 질책을 했습니다. 아이가 수긍하지 않아 더욱 화가 났고 그래서 심한 말도 했습니다. 아이도 화를 내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며칠을 엄마와 얘기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락방에서 저의 못난 행동의 원인을 깨닫고는 곧장 아이에게 가서 엄마가 불안해서 너에게 화를 냈다고 사과를 하고는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아이도 같이 울고 사과를 하였답니다.
아이와 솔직하게 얘기하며 관심을 표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걱정보다는 격려를 하고, 아이에게 튼튼한 울타리로 비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아이들에게 투자한 것이 미천하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모든 부모님께 건투를 빕니다.
오은영 지음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김영사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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