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토끼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뒤차가 추돌을 했습니다. 소리도 크게 났지만, 출근 중이던 우리 일행 3명이 놀랐습니다. 후방 카메라를 확인하니, 운전자가 전방을 보지 않고 브레이크조차 밟지 않고는 우리를 들이받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속도로에도 정체구간이 있는데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추돌을 한 것입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추나요법을 권해서 치료를 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도착했습니다. 두 달 정도 치료를 받고 무응답이면 2백만 원의 합의금을 보험사에서 제시할 것이니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도움의 말들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를 당한 일행 중 한 분은 딸이 운전을 하다가 선행차량을 추돌했는데, 차에 탔던 할머니의 치료비로 약 1,800만 원을 지불했다는 보험사의 사고처리결과를 문자로 받고는 흥분을 했습니다. 보험사에 문의하니 골다공증을 갖고 계신 할머니라 치료비가 많이 들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사고 후 종결까지 1년 넘게 걸렸답니다. 보험사의 사고처리반도 아니고, 사고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라 잘 몰랐는데, 세상 많이 무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 테니스를 치려고 다섯 명이 모였습니다. 평상시는 죽기 살기로 테니스를 치는데, 제가 허리가 좋지 않다며 일찍
그만두자고 했더니, 왜 그러냐고 물어서, 최근 교통사고가 있었고, 약간의 후유증이 있다고, 그래서 그런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보상금 얘기가 나왔고 저와 앞에 얘기한 따님의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모두가 듣고는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두 명은 인과응보가 있다. 과한 치료비와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나중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응보를 받을 것을 믿는다고 하셨고, 두 분은 그런 응보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한 명은 의견을 유보했습니다. 저는 인과응보를 믿는다고 했지만, 사실 51%는 응보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49%는 있으면 좋겠다는 믿음이 있다는 쪽이라고 투표와는 상관없는 수정의견을 냈습니다.
‘저주 토끼’를 읽으면서 저는 스티븐 킹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재밌는 공포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구나 생각하며 작가 정보라의 이야기에 쏙 빠졌습니다. 저주를 받아도 될 집안이지만 너무나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천불이 납니다. 그렇지만 양밥을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니, 이렇게 이야기에서나마 속의 천불을 식힐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개인적인 용도로 저주 용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업으로 만든 물건을 개인적인 저주에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달이 어스름하게 구름에 가린 밤, 혹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길거리의 가로등 불빛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밤, 자연의 빛도 인공의 빛도 모두 힘을 쓰지 못하는 어둡고 적적한 밤이면 주인공은 계속 듣습니다. 할아버지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그런 밤이면 집으로 오셔서 손녀에게 토끼 전등 이야기를 계속하십니다.
저주를 받은 사람도 저주를 하는 사람도 저주를 피할 수 없나 봅니다. 함부로 인과응보를 얘기하는 게 아닌 듯합니다. 인과와 응보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읽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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