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박지원 소설집. 박지원 지음. 이가원. 허경진 옮김. 김영희 해설. 엄주 그림. 서해문집

무주이장 2024. 5. 17. 16:30

 사람이 미욱하니 중학교 때 들었던 존함도 잊고,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던 한문 소설인데 비록 초라한 학교 도서관이지만 책이라도 있나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물러났으면 다음 학교에서 다시 찾아볼 마음이라도 있어야 함에도 역시 없었습니다. 동네 도서관 서고에서 발견하고도 한참을 기다린 후가 되어서 마음을 냈습니다. 2022 10 15일 초판이 나온 책이었지만 제 마음속 간직된 책은 1973년 발행되었습니다. 51년 전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습니다.

 

 연암 박지원은 조선 후기 학자입니다. 영조 때 출생(1737) 하여 순조(1805)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족적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자세히 나옵니다. 책에서도 해설을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18세기 도시화로 달라진 근대 조선의 사회상을 보여줍니다. 개인주의와 합리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근대라는 시기에 강조된 새로운 인간상을 그려냅니다. 그간 쓰인 중세의 소설들이 성리학적 질서를 강조하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이상적인 방안을 제시하려 했다면, 박지원의 작품들은 온전히 개인에게 초점을 둡니다. 그 시대 인물 각각의 모습을 관찰해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일상의 평범한 사람을 소재 삼았다는 점은 한국 문학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변화랍니다.” 중학생으로 돌아간 저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여 주십니다.

 

 연암의 한문 소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하도 많이 들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에서 300년 남짓의 시간차가 있어 세상이 많이 변했기에 그의 이야기는 고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창작물이나 발명은 언뜻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처음 생각을 하고 만든다는 것은 대단합니다. 지금도 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시대를 달리하여 그의 이야기를 오늘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낡았지만 낡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은 그의 이야기를 읽는 우리가 새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을 읽고 표지를 살펴보니 청소년 고전문학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후딱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이 그냥 먹은 것은 아닌 것입니다. 느낀 점 하나쯤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풍자와 비판이 자유로운 연암의 정신이 사라진 2024 5월의 쾌청한 하늘이 너무나 푸르러 오히려 슬픕니다. 입틀막이 유행어가 되고 현실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연암과 시대를 함께 했던 소가 웃을 일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소가 웃는 일을 보면 같이 웃지 못하고 슬퍼집니다. 소가 골분을 사료로 먹으면 광우병의 원인이 될 수 있듯이 소가 웃으면 세상은 슬퍼집니다. 소는 엄매~ 울어야 합니다. 빚 갚은 기분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