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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소설. 문학동네 간행

연작소설이라면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도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는 데 힘이 덜 들 텐데, 어떤 이야기에도 작가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 떠나지 않고, 이야기마다 다른 듯, 같은 느낌이 떠나지 않으면 이야기들을 이어 붙이다가 떼어 놓기를 반복하여 읽고 따라가기 힘이 듭니다. 아무리 따라붙으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절망하는 마라토너가 된 기분입니다. 좋은 코치가 필요할 때입니다. 전승민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 ‘혁명의 투시도’가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어렵다기보다는 작가가 천착하는 주제가 저에겐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마치 안(전파)남이 된 듯하였고(334~337쪽) 두 딸을 가지면서 이해했던 페미니즘의 졸렬함이 드러나 괜히 작가에 대한 원망과 비난의 눈초리가 되었습니다. ‘혁명의 투..

매일 에세이 2024.12.03

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장편소설. 네오픽션 간행

경쾌하게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로 저는 고 최인호 선생을 기억합니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어 책을 통해 책을 소개받은 경우라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이 몇 권 되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본 건지 책을 본 건지 그것은 제 서가를 찾아봐야 확인을 할 수 있겠지만 그의 글이 술술 읽혔다는 것은 기억이 선연합니다. 잃어버린 왕국, 길 없는 길, 유림(이건 전체를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처럼 역사나 종교를 소재로 쓴 글도 쉽게 설득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훌륭한 글쟁이, 소설가로 기억합니다.  고 최인호 선생을 이어 경쾌한 글을 쓰는 작가로 저는 극작가 김수현이 생각납니다. 맞받아치는 대사의 경쾌함은 궁합이 맞는 연기자와 찰떡이었습니다. 대부분 드라마를 통해서 그의 작품을 만났지만, 1..

매일 에세이 2024.11.27

므레모사. 김초엽 소설. 현대문학 간행

“시간이 흐르면 어떤 죽음은 투어의 대상이 된다. 여행자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면서 침범하고 훼손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쓰며 그 사실을 생각했다.” (작가의 말 201쪽)  재난이 덮친 므레모사를 찾는 사람들은 그곳에 자진하여 귀환한 자들을 궁금해합니다. 재난현장을 도망치기에도 바쁠 텐데 오히려 스스로 귀환을 한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음모가 있지 않을까 의심도 합니다. 의심하는 자는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므레모사입니다. 단내가 풍기는 도시, 암시가 냄새처럼 퍼진 도시, 그곳은 귀환자들과 방문자들이 공생하는 공간입니다. 의심하는 자는 살해되고, 의심하는 자는 추방되는 도시입니다. 암시에 걸려 바늘에 꿰어 사는 사람들은 전혀 고통을 모르고 탈출에 동의하지 않습니..

매일 에세이 20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