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61

므레모사. 김초엽 소설. 현대문학 간행

“시간이 흐르면 어떤 죽음은 투어의 대상이 된다. 여행자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면서 침범하고 훼손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쓰며 그 사실을 생각했다.” (작가의 말 201쪽)  재난이 덮친 므레모사를 찾는 사람들은 그곳에 자진하여 귀환한 자들을 궁금해합니다. 재난현장을 도망치기에도 바쁠 텐데 오히려 스스로 귀환을 한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음모가 있지 않을까 의심도 합니다. 의심하는 자는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므레모사입니다. 단내가 풍기는 도시, 암시가 냄새처럼 퍼진 도시, 그곳은 귀환자들과 방문자들이 공생하는 공간입니다. 의심하는 자는 살해되고, 의심하는 자는 추방되는 도시입니다. 암시에 걸려 바늘에 꿰어 사는 사람들은 전혀 고통을 모르고 탈출에 동의하지 않습니..

매일 에세이 2024.11.26

성소년. 이희주 장편소설. 문학동네 간행

이야기를 쓰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짧은 이야기 한 편에 매달려 애를 써보면 알게 됩니다.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창작이 직업인 사람에게도 예외가 없을 것입니다. 시작은 재미있지만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시작이 별 흥미를 끌지 못하더니 갑자기 흥이 돋는 이야기도 있을 법합니다. 요즘처럼 비디오방을 가지 않고도 리모컨 하나만 있고 약간의 여유만 있다면 책 읽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썰을 푸는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만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나 영화감독이나 참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마시고 파이팅 하시기 부탁드립니다.   연예인 출근길에 얼굴 한번 보자고 따라붙는 팬들이..

매일 에세이 2024.11.25

기억서점. 송유정 장편소설. 다산북스 간행

주말 이웃들과 융건릉을 갔습니다. 부부가 함께 합장이 된 뒤 혜경궁 홍 씨의 소회는 애틋함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옆에는 아들 정조가 아내와 함께 합장되었으니 부자가 같은 산 능선 아래 살아서 느끼지 못했던 정을 나누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융건릉(隆健陵)은 사적 제206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장조(사도세자)와 그의 비 헌경왕후(혜경궁 홍 씨)를 합장한 융릉(隆陵)과 그의 아들 정조와 효의왕후를 합장한 건릉(健陵)을 합쳐 부르는 이름으로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에 있다)(위키백과).  능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걷다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고 갑자기 전혜린이 생각났습니다. 그의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은 때가 20대였으니 불확실한 기억이지만 ‘행복은 찰나이고 그 짧은 행복을 기다리며 영원할..

매일 에세이 202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