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버터북숲 간행 4

무주이장 2025. 2. 13. 11:07

10 1일 텅 빈 섬

갈매기가 이곳의 유일한 주민이 될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이렇게 예고했다. 1966, 이 말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갈매기를 제외한 디에고가르시아 섬의 모든 주민은 총칼에 밀려 추방당했다. 영국 정부는 텅 빈 섬을 미국에 50년 장기 임대했다. 인도양 한가운데에 있는 하연 모래밭이 펼쳐진 이 낙원 같던 섬은 군사기지이자 스파이 위성 정거장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 떠 있는 감옥이자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장소, 벌해야 하는 국가들을 궤멸하기 위한 일종의 발사대가 되었다. 물론, 골프장도 있다. (1 디에고가르시아 섬은 몰디브 남쪽 1천 킬로미터 해상에 위치한 차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영국령 인도양 지역이다. (중략) 1966년 미국과 영국은 이 섬에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비밀 협정에 서명했고, 1965년부터 1973년까지 이 섬에 살고 있던 약 2천여 명의 원주민이 모리셔스와 세이셜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2 트럼프가 가자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설레발을 쳤다. 가자지역 주민은 200만 명 정도다. 네타냐후만 트럼프에 동조한다. 문제는 설레발치는 자가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과거 역사 때문이다.)

 

10 14일 문명의 패배

2002년 볼리비아에 있던 맥도날드 매장 8개가 문을 닫았다. 문명화라는 거창한 사명을 띠고 개장한 지 겨우 5년 만의 일이었다. 아무도 맥도날드를 막지 않았다. 불리비아 사람들이 등을 돌렸을 뿐. 부연하자면 맥도날드 음식에 입을 대는 것을 거부했다. 이 배은망덕한 사람들은 아무 사심 없이 존재 자체로 볼리비아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의 선의를 수용하길 거부했다. 후진성에 대한 사랑 때문에 볼리비아는 시대의 대세라 할 수 있는 정크푸드와 근대가 추구하는 현기증 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않았다. 집에서 만든 엠파나다가 진보를 이겼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집에 있는 화로에서 만든 옛날 맛에 집착하여, 아주 천천히 음식을 즐겼다. 전 세계 아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주었다곤 하지만, 조합을 결성했던 노동자들을 해고했으며 많은 사람을 뚱보로 만든 맥도날드는 볼리비아에서 철수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1 엠파나다는 에스파냐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소를 넣은 페이스트리로, 커다란 만두처럼 생겼다. 2 볼리바아뿐만 아니라 이란과 아이슬란드,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공화국, 북한에도 맥도날드가 없다. 3 2016 9 25 4세 여아가 걸린 용혈성 요독 증후군 사고 소식을 접한 뒤부터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 피치 못할 경우 닭고기를 패티로 한 햄버거를 먹는다. 패티를 만들 때 소나 돼지의 부산물을 갈아 넣는다는 소문을 듣고 난 후 그런다. 햄버거회사는 패티에는 부산물을 갈아 넣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나는 아직도 의심한다.)

 

10 15일 옥수수가 없으면 국가도 없다

2009년 멕시코 정부는 실험이라는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유전자 변형 옥수수 재배를 허락했다. 들판을 시작으로 저항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바람이 유전자 변형 옥수수의 침공을 방방곡곡 전해주리라는 사실을 모두 알았지만, 결국 유전자 변형 옥수수는 인간에게 숙명이 되고 말았다. 옥수수를 재배한 덕에 아메리카 대륙 초기 원주민 공동체는 성장할 수 있었다. 옥수수가 사람이고 사람이 옥수수였다. 옥수수는 사람이 그렇듯 다양한 색과 맛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을 존재할 수 있게 한 옥수수를 재배하던 옥수수의 아들들은 전 세계에 독성 물질의 독재를 강요하는 화학 산업의 무자비한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까? 아니면 옥수수라고는 하지만 단 하나의 색만 가진, 맛도 기억도 없는 이 옷수수를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끝날까? (註1 멕시코는 2024 1 31일부터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금지한다는 법령을 발표하였고, 사용과 수입을 모두 금지했다. 인간 소비는 물론 가축 사료나 산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미국은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2 옥수수는 3월부터 6월까지 파종을 할 수 있다. 수확시기를 나눠 심으면 오랜 시간 옥수수를 먹을 수 있다. 옥수수는 꽃이 피면 꽃가루가 주위에 퍼져 다른 옥수수와 이리 이리하여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잡종이 생긴다. 알록달록 옥수수(모자이크 옥수수라고 기억했는데 검색하니 모자이크는 옥수수 병 이름이란다)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 원래 종자가 맛있기만 하다면 교접을 해도 맛이 있더라.)

 

111일 동물을 조심해

1986, 광우병이 영국을 강타했다. 광우병 감염이 의심되는 200만 마리 이상의 소가 살처분되었다. 1997, 홍콩에서 시작된 조류독감이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겼고, 결국 150만 마리의 새를 때 이른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2009년에는 멕시코와 미국에서 돼지독감이 발생했고, 전 세계 사람들은 전염병에 대비해 마스크를 써야 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백만 마리의 돼지가 기침과 재채기로 희생당했다. 이 같은 인간의 전염병에 대해 누가 책임을 졌을까? 동물이었다. 언제나 간단하게, 이런 식이었다. 반면, 식품을 고위험 화학 폭탄으로 바꾼 세계적인 농산물 기업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11 2일 죽은 자의 날

멕시코에서는 매년 오늘 밤 산 자들이 죽은 자를 초대한다. 그러면 죽은 자들은 먹고 마시고 춤추며 이웃에 대한 험담과 새로운 소식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러다 밤이 끝나고 새벽종 소리와 함께 희미한 첫새벽 여명이 밝아오면 작별 인사를 한다. 몇몇 죽은 자는 산 사람인 척 공동묘지의 나뭇가지와 무덤 사이로 숨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들을 찾아내 빗자루로 쓸어 쫓아낸다. “이젠 당장 물러나. 우리를 평화롭게 살게 해달라고. 내년까지는 당신들을 보고 싶지 않아!” 죽은 자들은 조용히 이에 따른다. 아이티에는 관을 묘지로 운반할 때 직선으로 가지 않는 오랜 전통이 있다고 한다. 장례 행렬은 고인이 방향을 잃게끔 일부러 구불구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아이티에는 죽은 자가 산 자보다 많다. 소수의 산 사람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을 지켜야 한다. (註 만화영화 코코를 보면서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늘 죽은 자가 산 자와 함께 집에서 사는 줄 알았다. 오해였다. 죽은 자와 산 자는 같이 사는 법이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국 죽은 자를 달래는 날은 고작 일 년 중 하루였다.)

 

11 5일 노동이라는 병

1714년 오늘, 파두아에서 베르나르디노 라마치니가 죽었다. 그는 환자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희한한 의사였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십니까?” 이런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병과 관련된 최초의 논문을 썼다. 여기에서 그는 50여 가지 직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병에 관해 차례로 기술했다. 논문에서 그는 굶주림에 허덕이며 폐쇄된 공방에서 햇빛도 쐬지 못하고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휴식도 취하지 못하는, 기름에 찌든 노동자들은 치료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사실을 밝혔다. (註 베르나르디노 라마치니는 이탈리아의 의사이다. 직업병에 관한 연구로 널리 알려졌으며 산업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