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버터북숲 간행 2

무주이장 2025. 2. 10. 15:16

3 20일 거꾸로 본 세상

2003 3 20, 이라크 비행기가 미국을 폭격했다. 폭격 이후 이라크 군대가 미국 영토로 공격해 들어갔다. 양측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었던 수많은 미국 시민이 생명을 잃거나 불구가 되었다. 정확한 숫자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다. 침략자 중에서 희생자 수를 셀 수는 있지만, 침략당한 쪽 희생자 수를 세는 것은 금지된 오랜 전통 때문이다. 전쟁은 불가피했다. 이라크와 전 인류의 안보는 미국의 무기고에 쌓인 대량 살상 무기의 위협을 받고 있었으므로. 반대로 이라크가 알래스카의 석유를 장악하려 한다는 영악하면서도 교활한 소문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퍼져갔다. ( 2003 3 20, 미국과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하여 사암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로 인해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였다. 벌써 20년이 넘었구나~)

 

4 9일 건강한 판단

2011년 아이슬란드인들은 두 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과 유럽연합은 아이슬란드인 32만 명이 은행 파산에 따른 책임을 질 것이며, 한 사람당 1만 2천 유로의 대외 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부채의 사회화는 두 번의 국민투표 끝에 부결되었다. “이 채무는 우리의 채무가 아니다. 왜 우리가 그 채무를 갚아야 한단 말인가?” 금융 위기로 미쳐버린 세상에서, 잊혔던 작은 북해의 섬나라가 우리 모두에게 상식이라는 건강한 교훈을 안겨주었다.

(註 아이슬란드 은행이 영국과 네덜란드로부터 빌린 돈은 누가 갚아야 할까? 법리상으로 채무자는 은행이지 국민이 아니다. 은행을 공적 자금으로 살리지 않고 파산시키면 된다. 굳이 은행을 살리려 세금으로 만든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결국 국민이 빚을 갚게 되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국민은 은행을 파산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저자는 건강한 판단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채권 채무는 당사자에게만 변제 책임이 있다. 당연한 법리다. 채무를 인수할 것이냐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4 12일 범인 조작

기원후 33년 오늘 혹은 이즈음의 어느 날, 나사렛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다. 재판관들은 우상 숭배를 부추기고, 신성을 모독하고, 가증할 만한 미신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몇 세기 후,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유럽의 이단자들에게 똑같은 죄목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그들은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채찍질, 교수형, 화형에 처해졌다. (註 이 예수가 그 예수냐?)

 

4 23일 명성은 허구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알려진 다음과 같은 시를 쓴 적이 없다.”맨 처음 공산주의자들을 데려갔다./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註 예전에 봤던 시와 비슷했다. 검색했다. 마르틴 니묄러는 독일개혁교회의 목사, 반공주의자로서 히틀러를 지지했다가 나중에 히틀러에 반대하는 그룹의 지도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쓴 시를 빌려왔다.)

그들이 처음 왔을 때 / 마르틴 니묄러

맨 처음 나치 정부는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 정부는 사회 민주주의자를 잡아갔다.

그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 민주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 정부는 노동조합원을 잡아갔다.

그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리고 정부는 유태인들을 잡아갔다.

그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므로,

마침내 정부는 나에게 찾아왔다.

하지만 나를 위해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않았다.

[출처] 그들이 처음 왔을 때|작성자 북미 민주포럼

 

5 16일 정신병원으로 출발!

농어류와 여러 물고기, 돌고래, 백조, 플라멩코, 알바트로스, 펭귄, 들소, 타조, 코알라, 오랑우탄 및 기타 영장류, 나비와 기타 곤충들 그리고 동물 왕국의 상당히 많은 우리 친척들이 동성애를 하고 있다. 잠시든 영원히든, 암컷이 암컷과, 수컷이 수컷과. 그들이 사람이 아닌 것은 천만다행이다.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것을 면했으니까. 동성애는 1990년까지 WHO 정신질환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註 미국 정신의학회는 1973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 동성애를 제외하였고, 세계보건기구WHO는 1990년에야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였다.)

 

5 25일 이단

325년 니카이아(니케아로 알고 있다)에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소집한 제1차 에큐메니칼 공의회가 열렸다. 공의회가 열린 3개월 동안 300명의 주교가 이단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한 교리를 몇 가지 승인했다. 그리스어에서 선택을 의미하던 말(그리스문자가 표기되어 있지만 옮기지 못했습니다)에서 유래한 ‘이단haeresis’이라는 단어가 틀림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다시 말해, 신앙의 주인 하느님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하느님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미였다. (註 가톨릭은 대기업, 한국의 개신교는 자영업자로서 도쿠다이로 운영된다는 주장을 하는 심리학자가 있다.)

 

5 28일 오시비엥침

2006년 오늘,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 베네딕트는 폴란드어로 오시비엥침이라 불리는 도시의 정원을 거닐었다. 산책 도중 어느 곳에 이르자 풍경이 바뀌었다. 오시비엥침을 도이칠란트어로는 아우슈비츠라 부른다. 아우슈비츠에서 교황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죽음의 공장에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신이여, 어디 계셨습니까?” 신은 단 한 번도 주소를 바꾼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무도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물었다. “신이여, 왜 아무 말씀도 없었나요?” 입을 다물었던 것은 교회였다는 사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야기해 온 가톨릭 교회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그에게 밝히지 않았다. (註 교인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교회 역사를 마주칠 때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반복되는 것을 확인한다. 그래서 더욱 부끄럽다. 회개하지 못하고 교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 29일 뱀파이어

1725년 여름, 피터 블라고예비치는 키실예보 마을에 묻혀 있던 관에서 벌떡 일어나 이웃 사람 9명을 물어 그들의 피를 마셨다.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명령으로, 치안 당국은 그의 가슴에 못을 박아 처형했다. 피터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첫 뱀파이어였지만, 가장 알려지지 않은 뱀파이어였다. 가장 유명한 사람은 드라큘라 백작으로, 1897년 브램 스토커(그의 대표작 드라큘라 1897)의 펜 끝에서 태어났다. 한 세기가 조금 더 지나 드라큘라도 은퇴했다.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촌스러운 남녀 뱀파이어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새롭게 등장한 뱀파이어들이 그를 고뇌에 빠뜨렸다. 이번엔 그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은행을 만들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세상의 피를 대놓고 다 빨아먹으려 하는 저 어마어마한 대식가들 앞에서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