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버터북숲 간행 3

무주이장 2025. 2. 12. 15:35

6 10일 한 세기 뒤

2010년 이맘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그들의 적은 지옥의 결혼에 맞선 신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 안건은 하나씩 장애물을 넘었다.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간 끝에 7 15일 아르헨티나는 성적 다양성이라는 무지개 안에서 모든 사람의 완전한 평등을 인정한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순종 속에 살고 거짓말 속에 죽기를 권유하며 사회를 억눌러온 위선의 패배이자, 이름만 바꿨을 뿐 끊임없이 화형장에 불쏘시개를 공급해 온 종교재판소의 패배였다. (註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멕시코(32개 주),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칠레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볼리비아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6 12일 미스터리에 대한 설명

2010년 펜타곤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 나라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광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광맥에 탈레반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 코발트, 구리, 철 특히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을 포함하고 있었을 뿐이다. ( 2010년에 미국 국방부(펜타곤)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아프가니스탄에 약 1조 달러의 가치를 지닌 미개발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6 14일 국기를 가면 삼아

1982년 오늘,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은 전쟁에서 패했다. 영국에 강탈당한 말비나스 제도를 수복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맹세했던 장군들은 수염도 깍지 않고 나와 순순히 항복했다. 국방부는 무슨 일을 했나. 꽁꽁 묶인 여성을 강간한 영웅들, 용감한 고문 전문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강탈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훔친 자들, 시골에서 모집한 가난한 젊은 신병들을 도살장으로, 다시 말해 저 멀리 떨어진 섬으로 보내 총알받이로 혹은 추위로 얼어 죽게 내몰면서,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민족을 파는 뜨거운 연설뿐이었다. (註 우리 똥별들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자는 주장에 반대했다. 그들은 우리 군대를 무적의 군대라 평소 자랑했다.)

 

6 15일 한 여인의 이야기

몇몇 아르헨티나 장군들은 군사독재 기간에 저지른 일로 재판을 받았다. 독재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던 대학생 실비나 파로디 역시 영원히 사라진 수감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 세실리아가 2008년 재판정에서 증언했다. 병영에서 받았던 고문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매일 밤낮없이 이루어진 고문을 더는 참을 수 없어, 실비나의 이름을 댄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저였습니다. 나는 실비나가 있던 집으로 그 잔인한 인간들을 데려갔습니다. 나는 그녀가 끌려 나오는 것을, 개머리판으로 맞고 발길질당하며 차에 강제로 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비명을 들었습니다.” 재판정을 나서는데 누군가 다가와 조용히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었습니까?” 그녀가 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7 1일 테러리스트 한 명, 명단에서 제외

2008년 오늘, 미국 정부는 위험한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넬슨 만델라를 지우기로 했다. 지난 60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유명했던 만델라를 미국은 어둠의 명단에 올려두었던 것이다. (註 미국 위주의 세계관에 빠진 사람들(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애쓰는 국가다. 미국은 아름답다 등)은 최근 트럼프의 막무가내 언행에 어떤 생각을 할까?)

 

8 16일 자살 씨앗

3 6천만 년 전부터 식물은 새로운 식물과 비옥한 씨앗을 생산해 왔다. 그렇다고 우리 인간에게 이 같은 호의에 대해 대가를 요구한 적도 없다. 그런데 1998델타 앤드 파인회사가 불임 씨앗의 생산과 판매에 대한 특허권을 따냈다. 덕분에 농부들은 매번 파종할 때마다 씨앗을 사야만 했다. 2006 8월 중순, 그 이름도 거룩한 몬산토가 델타 앤드 파인의 소유주가 되면서 특허권도 인수하였다. 몬산토는 이런 식으로 세계에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해왔다. ‘자살 씨앗혹은 터미네이터 씨앗이라고 불리는 불임 씨앗 때문에 농민들은 유전자 변형 약국에서 제초제며 살충제, 여타 독극물 등을 구입해야 했고, 이는 몬산토에 엄청난 이익을 안겼다. 아이티는 대지진 몇 달 뒤인 2010년 사순절에 몬산토 화학 공장에서 생산된 6만 포대의 씨앗이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았다. 농부들은 한자리에 모여 이 선물을 받은 다음 거대한 불을 피워 씨앗 포대 전체를 불태웠다. (註 인도에서 수입된 목화로 인한 피해 때문에 토종 목화 재배지역이 다시 늘어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종 씨앗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단일종만 존재하면 병충해가 늘어난다. 나도 매해 5월이면 심는 호박은 전해 수확한 호박 중 실한 놈의 씨앗을 채취해 심는다.)

 

9 4일 약속합니다

1970년 오늘, 살바도르 아옌데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칠레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구리를 국유화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여기에서 살아서 나가지 않을 겁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註 살바도르 기예르모 아옌데 고센스는 칠레의 정치인으로,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36.62퍼센트의 득표율로 승리하여 라틴아메리카 최초로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 정당(칠레 사회당)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3년 후인 1973,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국방장관의 쿠데타에 저항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 6일 국제 공동체

요리사는 송아지, 새끼 돼지, 타조, 염소, 사슴, , 오리, 산토끼, 집토끼, 자고새, 칠면조, 비둘기, , 명태, 정어리, 대구, 참치, 문어, 새우, 오징어, 그리고 맨 마지막에 도착한 바닷가재와 거북이까지 모두를 소집하였다.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요리사는 설명을 시작했다. “어떤 소스로 여러분을 요리하면 좋을지 물어보려고 이렇게 불렀습니다.” 그러자 초대받은 동물 가운데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요리되고 싶지 않아요.” 요리사는 회의를 끝냈다.

 

9 8일 국제 문해의 날

브라질 북동부의 세르지페. 파울루 프레이리는 가난한 농부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이 사람아, 오늘 어떤가?” 농부는 아무 말도 없이 모자만 꽉 움켜쥐었다.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잠을 못 잤어. 밤새 눈을 붙일 수 없었거든.” 그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제 내 이름을 처음 써봤거든.” (1 파울루 프레이리는 브라질의 교육학자로, 민중의 문해교육, 억압받는 민중을 위한 해방교육을 실천했다. 2 어머니가 글을 배워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동사무소나 은행을 가면 늘 불안했는데 처음으로 당당했다고 말씀하셨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