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르크스학파: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사유 재산이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면서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마르크스 학파는 고전학파의 많은 요소를 계승했다. 신고전학파보다 고전학파 이론을 진정으로 계승한 것이다. 노동가치론 채택(신고전학파는 이 이론을 노골적으로 부정한다),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신고전학파는 소비와 교환이 주 관심 대상이다), 경제 체제가 개인보다는 계급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신고전학파는 거부한다)했다.
마르크스 학파는 치명적 흠을 많이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이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 학파는 자본주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또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기술 혁신이 갖는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이론의 중심 요소로 삼은 최초의 주요 경제학자였다. (131~137쪽)
라. 개발주의 전통: 후진 경제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 놓으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16세기 말, 17세기 초에 시작되었으며 고전학파보다 약 2세기 앞서 있었던 지적 전통을 저자는 이름 붙여 개발주의 전통이라고 부른다. 뚜렷한 창시자나 명백한 핵심 이론이 없어 따로 학파라고 부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인류 역사상 성공을 거둔 모든 경제 발전은 개발주의 전통의 힘을 빌렸다. 그들은 대부분 실용적이고 절충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원천에서 요소를 끌어왔다.
개발주의 전통은 경제적으로 뒤처진 국가들이 경제 발전을 하고 선진국을 따라잡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첨단 제조 산업과 같은 특정 경제 활동이 다른 산업보다 한 나라의 생산 능력을 개발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137~141쪽)
마. 오스트리아학파: 모든 것을 충분히 아는 사람은 없으므로, 아무한테도 간섭하면 안 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모두 자유 시장 경제학자는 아니다. 그리고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모두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도 아니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은 대부분의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보다 자유 시장을 더 열렬히 지지한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신고전학파에서 주장하듯 인간이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모든 것을 다 알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다지 합리적이지 못하고 본질적으로 ‘알래야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에 너무도 많기 때문에 자유 시장이 가장 좋은 경제 체제라고 주장한다. 이런 변호는 신고전학파의 가정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다.
의도적으로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은 100퍼센트 옳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의도적으로 ‘구축된 질서’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거부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시장은 사실 자생적으로 생긴 질서가 아니라 인간이 의도적으로 구축한 질서인 것이다. (142~145쪽)
바. (신)슘페터학파: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기업이 대형화하고 관료주의화하면서 쇠락하게 되어 있다. 기술 발달이 자본주의의 원동력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마르크스의 이론을 더 발전시켜, 기업가의 혁신을 통해 자본주의가 발달하다고 주장했다. 기업가 이윤은 일시적 독점으로 인한 이례적인 이윤을 말한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의 출현으로 기업 경영이 관료화되면서 자본주의는 역동성을 잃게 되고 서서히 시들어 사회주의로 탈바꿈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실패했다. 기업가 정신이 기업가뿐 아니라 기업 안과 밖의 수많은 주체가 참여하는 집단적 노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145~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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