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제학의 다양한 방법
저자는 경제학의 다양한 학파를 소개하면서 어느 한 파의 주장 만을 고집하는 것은 터널 비전(좁은 시야)과 오만과 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으며 심하면 뇌사에 빠질 수 있다고 주의를 줍니다. 그러면서도 경제학을 너무 어려워할 독자들을 위하여 각 학파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이를 정리합니다. 따로 따옴표를 붙이지 않았지만 모두 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가. 고전학파: 시장은 경쟁을 통해 모든 생산자를 감시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고전학파는 18세기말에 시작되어 19세기말까지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었다. 이 학파의 창시자는 애덤 스미스(1723~1790)이다. 그의 사상은 19세기 초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세 명의 경제학자(데이비드 리카도, 장바티스트 세,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에 의해 더 발전되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세의 법칙’을 너무 고수한 나머지, 불황이나 실업처럼 전반적인 경제 상태와 관련된 거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여전히 국제 무역에 한해 가장 뛰어난 이론 중 하나이지만, 한 나라의 기술을 이미 정해진 것으로 가정하고 시작하는 정적 이론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개별적 경제 주체 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미시 경제적 이론 역시 무척 제한적이었다. 시장의 무제한 경쟁이 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적인 도구가 없었다. 일부 고전학파 이론은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더라도 현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119~124쪽)
나. 신고전학파: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 놔두는 것이 좋다. 1870년대 윌리엄 제번스와 레옹 발라의 연구를 토대로 형성되기 시작해 1890년 앨프리드 마셜의 ‘경제원론’이 출간되면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순수과학을 지향한다는 선언을 했다. 신고전학파는 고전학파의 계승자를 자처하면서도 ‘신(Neo)을 붙여 구분해야 할 만큼 고전학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두 학파의 다른 점
1)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는데서 소비자가 제품에 내리는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 좌우되는 수요 조건의 역할을 강조한다. 반면 고전학파는 재화의 가치가 공급 조건, 즉 생산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노동 가치설)
2) 경제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 반면 고전학파는 뚜렷이 다른 계급들이 모여 경제를 구성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을 ‘기쁨을 추구하는 기계’라고 부르며 아주 협소한 물질적 의미에서 최대의 기쁨(효용)과 최소의 고통(비효용)을 누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3)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의 초점을 생산에서 소비와 교환으로 옮겼다. 이들은 경제 체제를 ‘독립 의지를 가진’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궁극적으로 돌아가는 교환 관계의 그물로 본다. (124~126쪽)
두 학파의 유사점
신고전학파는 고전학파의 중심적인 생각 두 가지를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1) 경제 주체들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움직이지만, 시장의 경쟁으로 인해 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는 사회에 이로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다.
2)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자유방임주의적 결론은 20세기 초 사회의 개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고안된 중요한 이론적 발전에 의해 더 강화되었다. 빌프레도 파레토는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목 아래 더 이상 개인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파레토 기준’이라 부르는 개념을 만들어 사회의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제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 변화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126~127쪽)
반 자유주의 혁명: 시장 실패 접근법
신고전학파 경제학과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은 갈라지는데, 첫째 후생경제학(시장 실패 접근법)으로 아서 피구는 시장 가격이 진정한 사회적 비용 및 편익을 반영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주장했다(부정적 외부 효과와 긍정적 외부 효과) 시장 실패론보다 영향력은 작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이론의 수정이 1930년 나온 보상 원칙이다. 이 이론은 사회 변화로 혜택을 본 사람들의 이익 총합이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면, 파레토 기준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 사회는 개선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문제는 실제로 이러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127~128쪽)
반혁명: 자유시장 견해의 부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 대다수가 자유 시장적 경향을 보이는 오늘날의 분위기는 1980년대 이후 정치 이데올로기가 변화한 것이 큰 이유이다(정보 경제학은 비대칭 정보 상황이 시장 오작동을 촉발하거나 아예 시장의 존재 자체를 왜 없애는지를 설명하고, 반면에 정부 실패 이론이 나와 정부가 시장보다 더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28~129쪽)
신고전학파의 강점과 한계
어떤 현상을 분석해 개인 단위까지 내려가서 분석하는 덕분에 고도의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를 가진다. 융통성 또한 가지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머리만 좋으면 어떤 정부 정책, 어떤 기업 전략, 어떤 개인의 행동도 신고전학파 경제학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현 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한다. 개인의 선택을 분석할 때 저변에 깔린 사회 구조, 즉 돈과 권력의 분배 구조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사회 변화 없이 가능한 선택만 고려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신고전학파는 교환과 소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생산 영역을 무시한다. 그러나 생산은 우리 경제의 큰 부분이자 다른 많은 경제학파에서 얘기하듯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30~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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