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2

무주이장 2024. 3. 5. 23:53

비합리적 확신 메커니즘: 심리학, 진화정신의학, 신경정신학의 설명

 

 

  비합리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실용적인 경우로 성경의 창조론을 믿는 것이 예입니다)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확신이 합리적이고 사실에 토대한다고 느낍니다. 종종 스스로 속는 듯합니다. 이런 착각은 심리학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학은 사고와 판단에서 오류를 저지르는 경향을 ‘인지 왜곡’이라 합니다. 인지 편향 또는 인지 착각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우리가 생각에서 체계적인 실수를 저지른다는 뜻입니다. 체계적이라 함은 이런 실수가 무작위적으로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늘 특정 방향으로 향한다는 뜻입니다.

 

  인지 편향은 확신을 형성하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일단 한번 생긴 확신을 검증하는데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확신을 되도록 고수하고자 하며, 거기서 또 한 번 일련의 인지 편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확신에 위배되는 정보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기존 확신을 고수하는 현상을 개념적 보수주의자라고도 합니다. 소위 확증 편향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확증 편향이란 기존 확신을 확인해 주는 정보를 주로 찾거나 이런 확신에 부합하는 정보를 지각하거나 그런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흔하게 언급되는 인터넷상의 필터 버블과 에코 체임버에서도 확증 편향을 볼 수 있습니다. 필터 버블은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필터링한 정보만 제공하는 현상을 말하며 알고리즘 작동으로 강화됩니다. 에코 체임버란 끼리끼리만 소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인간적인 확증 편향이 인터넷에서 에코 체임버가 생겨나게 할 뿐 아니라, 에코 체임버가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지 편향을 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현상도 그 자체로 인지 편향으로서 맹점 편향이라 불립니다. 맹점 편향은 우리가 합리적이라는 환상을 갖게끔 합니다. 확신을 가진 근거에 맹점이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래서요?

 

  저자의 주장은 2장의 끝부분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망상적 사고와 ‘정상적’ 사고가 우리 생각만큼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망상은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상적’ 사고 역시 우리 생각만큼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 생각보다는 ‘더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또는 최소한 소위 ‘정신 나간’ 확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신이 헤까닥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저자는 조현병에 대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자세한 설명은 책을 통해서 확인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다만 진화론과 진화정신의학의 설명은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조현병 위험과 연결되는 유전자에 대해서는 음성 선택이 일어나 세대가 거듭되면서 유전적 위험 변이가 서서히 사라져야 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조현병이 모든 문화와 시대를 뛰어넘어 문화권간에 별 차이도 없이 100명 중 한 사람이 조현병을 앓게 되는 것, 조현병이 아직 존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면서 이것이 바로 조현병의 진화적 모순이라고 설명합니다.

 

  진화정신의학은 이와 비슷한 질문에 답하고자 하며, 그에 있어 마찬가지로 유전적 원인이 있는 다른 심리 질환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우울증이 그리도 일상을 침해하고 자살률을 높이고 (재생산에 불리하게도) 성욕을 감소시키는데, 어째서 우울증 소인이 있는 유전자가 우세해졌을까? 자폐증, 섭식 장애, 불안 장애에 대해서도 비슷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진화정신의학은 오늘날 우리를 정신적으로 병들게 만드는 유전적 소인이 지금과 달랐던 옛날에는 적응적이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옛날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에 먹지 못해도 축적된 에너지를 쓸 수 있게 하면서 우리 조상들에게 도움을 주었기에 자연 선택되었던 유전자 변이가 오늘날에는 비만과 당뇨 같은 문명 질환을 유발한다는 설명이 그 예입니다.

 

  조현병이나 망상 경향도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고, 빠듯한 자원을 두고 적과 경쟁해야 했던 선조들에게는 불신과 편집증적 경향이 생존에 유익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더욱 조심하고 위험을 더 빨리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생각에 일리가 있다면 조현병 위험 유전자는 현대사회의 변화된 삶의 상황을 통해 차츰 줄어들고 있다고 추측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라지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사라졌다면 조현병이 더 이상 유전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유전학에서 최근 발표되는 연구는 바로 이런 것들을 주제로 합니다. 소위 진화적 유전자 마커를 분석했더니 현대인의 게놈에서 이미 조현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변이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미하더라도 음성 선택이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오늘날 조현병 발병 위험과 연관된 특정 유전자 변이가 먼 조상들에게는 실제로 자연선택의 이점을 제공했다는 의미입니다. 설득력이 대단하여 호기심이 더욱 빵빵해집니다.

 

  자연선택의 이점을 설명하는 가설들이 계속해서 설명됩니다. 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신경정신과 의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은 ‘정상적’ 확신과 ‘정신 나간’ 확신이 생겨나는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 즉 뇌 속 가정과 관련해 범주적 구분은 존재하지 않고 연속체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요약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