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천사의 탄식. 마종기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1

무주이장 2024. 3. 6. 13:50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합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집니다. 수년간 같은 경기도에 살면서도 전화 연락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던 외사촌 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 순간 집에 우환이 생겼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내년이면 구순인 외삼촌이 계시니 그런 생각이 든 겁니다. 다행히 나쁜 소식은 없었습니다. 조카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자주 보진 않았지만 맹랑한 녀석이 벌써 31살이라고 하니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건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생의 근황을 묻다 하던 일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에 구상 중인 사업은 없니?” 묻자 이제는 사람들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고 뭔가를 한다는 것이 자신이 없습니다.” 답이 옵니다. 일을 시작하겠다고 생각을 하면 몸도 아파진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 건강이 최고다. 몸이 부대끼면 안 되지” 나도 수긍을 하고는 동생의 나이를 짐작했습니다.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한 차례 암을 경험했고, 심장에 피를 전달하는 녹슨 파이프에는 새로운 관을 덧댄 경력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파를 넘을 자신감을 잃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러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이 억지스러울 경우도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식에는 같이 내려가자고 약속을 하고는 이렇게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동생이 있고, 참석할 수 있는 조카의 결혼식이 반갑습니다. ‘다행입니다.’ 누군가가 찾아주고 불러주고 그래서 얼굴 볼 수 있는 노년이 다행입니다.’

 

  나이 든 시인의 감상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소개합니다.

 

다행이다                       

 

왼쪽 다리가 언제부터 저릿저릿 아프다.

해가 갈수록 아픈 게 더한 것 같다.

척추관협착증인가, 뭐라더라, 수핵탈출증?

어쨌든 늙어 생긴 퇴행성 변화가 틀림없어.

그래도 은퇴를 한 뒤니 얼마나 다행이냐.

잘 적에는 아프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절뚝이지 않고 걸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나이 들면 어디가 아픈 것은 흔한 일인데

그게 사람을 좀 겸손하게 만드니 다행이다.

물론이지, 부자가 못 된 것도 다행이다.

냉동 생선같이 차가운 눈을 안 가져도 되니까.

힘이 달려 생각을 천천히 하는 것도

조금은 조용히 말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것도

나이 들어가는 내 안이한 머리에는 다행이다.

 

제일 다행인 건 들은 듯한 곳으로 향하는 걸음,

그 길에서 가끔 들리는 따뜻한 음성의 위안,

누구는 그게 다 생각 나름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기댈 곳이 늘 있으니 다행이다.

어둠 속에서 혼자일 때, 세상을 헤맬 때

손잡아주는 동행이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