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서울의 동쪽. 전우용 글, 이광익 그림. 보림출판사 간행

무주이장 2024. 2. 29. 16:35

 서울 구경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워낙 큰 도시이니 어디서부터 시작을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은 조선이 건국되면서 만들어진 도시라는 것을 알면 사대문 안이 보입니다. 내사산을 이은 서울도성, 여기에 외사산으로 확장하면서 사대문 밖의 임금과 왕비의 무덤을 찾으면 서울구경은 사실 끝입니다. 물론 경기도로 이어지면 문화적 유산이 없는 것도 아니겠지만 서울에 한정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전우용 선생은 현재의 일상과 연관되고 중첩되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교훈을 쉽게 알려줍니다. 동시대를 살면서 이런 분의 지식이 있어 사는 맛이 납니다. 책을 읽는 재미가 이런 것입니다. 해박한 지식을 가진 선생과 시대정신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기쁨이 큽니다.

 

 서울의 동쪽이라는 책을 주문하면서 기대가 컸습니다. 고향을 떠나 6년이 지나서야 여기가 내가 사는 동네구나라는 생각을했던 향수병 환자인 제가 이제는 서울구경을 하려는 생각을 갖게 되었기에 서울의 동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대했던 것입니다. 서울의 북쪽 경복궁과 창경궁 창덕궁을 지은 조선은 종로길을 만들었습니다. 종로의 동쪽 끝이 흥인지문, 동대문입니다. 아마도 서울의 동쪽이면 이곳을 말하는 게지요.

 

 책은 예쁜 그림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두께가 얇은 책을 받아 들고 황당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책을 열고 읽기 시작하면서 60이 넘은 늙은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에 놀라면서 인터넷 책방을 들러 서울의 서쪽을 검색했지만 그런 책은 없었습니다(서울의 서남북쪽 책이 있다면 아마 구매할 것입니다).

 

 조선 건국 당시의 한양도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사실 그림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동대문 밖의 말을 키우던 목장, 아랫대, 훈련원, 가산, 뚝섬 등의 역사를 읽으면서 서울을 조금 더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짧은 직장생활을 하던 때 들었던 면목동, 자양동, 마장동의 이름의 유래를 알고서는 서울 지도를 다시 보았습니다. 서울의 동쪽이 구체적으로 보였습니다. 친척이 있어 걸었던 제기동과 전농동도 동대문 근처임을 알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서울 동쪽 구경은 동대문을 기점으로 동쪽의 동네방네 골목길을 걷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이십 대에 걸었던 그 길을 그때보다는 느린 걸음으로 걸어볼 요량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기획이 된 듯한데, 잘 읽었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