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6

무주이장 2024. 1. 8. 16:21

쌍팔년도 (130)

 

 제가 다녔던 과거 상업고등학교에서는 일반상식이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은행의 입행시험 과목 중 하나였습니다. 두께도 제법 두꺼운 책으로 기억합니다. 책의 구성은 말 그대로 일반적인 상식을 나열한 책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한 국제기구인 UNCTAD를 묻고 이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하나의 상식을 설명하는 문장은 그리 길지 않아 책 한 쪽수에 5~6개의 상식을 설명하였습니다.

 

 조각난 상식을 알기 위해서는 좋은 책이었지만 이들 상식이 연결된 지식을 배우기에는 기대 난망이었고 지식이 상식에 그쳐 지혜를 얻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휴전은 6.25 전쟁이 끝난 것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정실인사도 알 듯합니다. 원조물자도 부정축재도 아는 말입니다. 실업자, 용공분자, 깡패두목 이정재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살인교사, 경무대도 아시지요? 이런 현상이 난무했던 쌍팔년도는 무엇일까요? 당나라 군대와 함께 제가 경험한 한국군을 비하할 때 쌍팔년도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라는 표현을 자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쌍팔년도를 설명한 전 선생님의 글을 보고는 이들 상식이 구슬 꿰 듯하였습니다. 선생의 설명을 보겠습니다.

 

 “1955, 깡패 두목 이정재는 ‘꼬붕’에게 신익희 등 이승만의 정적 40여 명을 죽이라고 지시합니다. 꼬붕은 부담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정재는 다른 부하를 시켜 그를 죽입니다. 이정재는 살인교사 혐의로 수감되었으나 경무대에서 직접 담당 검사를 바꿔 곧 풀어주었습니다. 1955년에 명동에서는 깡패들이 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싸움을 벌였습니다. 당시 한국 깡패는 1930년대 미국 마피아와 방불했지만, 경찰은 FBI보다 훨씬 무능했습니다. ‘쌍팔년도는 이 무법천지의 1955년을 말합니다. 단기 4288년이었습니다. 이후로 지금이 쌍팔년도냐?”는 터무니없는 일을 겪을 때 쓰는 속어가 됐습니다.”

 

 선생의 설명을 보면서 쌍팔년도를 상식책에서 보았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았을 것입니다. ‘단기 4288년을 일컬음. 해방 후 무법천지가 된 사회를 일컬어 말하던 속어임’  끝.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