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은 신동호 시인의 시집입니다. 처음 듣고 보는 시인이라 책을 고를 때 그가 1965년생이라는 것만 보고 골랐습니다. 동시대를 산 사람들끼리 말이 통하리라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는 유독 장소와 관련한 시를 많이 쓴 듯합니다. 우선 시인의 시를 해설한 문학평론가 오연경의 설명을 보겠습니다.
“신동호 시인은 끝없이 갈라지는 길 위에 서 있다. 그 길은 과거로부터 뻗어왔지만 늘 새롭게 시작되고, 분명 하나의 길을 걸어온 것 같은데 여러 갈래의 길을 지나왔으며, 혼자 고독했지만 여럿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시인은 길에서 배웠고 길에서 사랑했고 길을 살았다.”
고향 화천, 아득한 눈길
설날, 춘천에서 화천 큰댁으로 가는 길. 지금은 삼십분 찻길이지만 예전엔 한시간 반, 겨울 눈길엔 두시간도 걸리곤 했다. 보따리를 든 손님을 가득 태우고 완행버스 특유의 부산스러움과 기름에 연기가 뒤섞인 냄새를 실은 채 버스는 눈길을 달렸다. 과거로, 예스러움으로, 추억 속으로, 아 젊은 엄마와 함께. (아득한 눈길 중에서)
구포를 떠난 버스는 앞서 운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장이 났다고 했습니다. 한 시간에 한 번 운행하는 버스이지만 결행이 되어도 누구 하나 불평을 하는 분이 없습니다. 차주이면서 운전기사인 늙은 아저씨는 매우 떳떳했고 동네 아줌마와 아저씨는 아무리 큰 짐이라도 받아주는 품 넓은 아저씨에게 관대했습니다. 버스 창에 붙은 유리보다 종이박스로 대충 막은 유리가 더 많았던 그 버스가 고향 마을을 종점으로 구포에서 운행하는 유일한 시내버스였습니다. 버스 번호는 15번이었습니다. 동네 아이들 모두의 겨울 썰매에 붙은 번호였고, 모두가 썰매를 탈 때는 15번 버스 기사였습니다.
고향 큰댁으로 젊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설을 쇠러 가던 시인의 기억이 저의 기억에 겹쳐지면서 강원도 화천과 부산 금곡이 그때는 별반 다를 것도 없던 벽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화천도 쌍전벽해가 되었겠지만, 금곡에도 전철역이 생기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약국과 우체통 없는 마을로 부산의 오지라며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던 고향을 시인 덕분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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