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4

무주이장 2024. 1. 8. 16:05

선교사의 똘레랑스 (112)

 

 과거 법학개론을 배울 때 기억나는 내용이 있습니다. 총을 고정, 거치하고 사격을 하면 총알은 같은 곳에 탄착점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물리학이라는 자연과학이 항상 같은 답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법학의 결론이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학문으로서 과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사회과학, 인문과학이더라도 깊이 들어가면 자연과학과 상통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법관의 판결에 깊은 법학 지식의 기반이 있다면 그 판결이 과학이 적용되는 현실과 동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검사로서 수사를 한 경험이 있어 그 분야에 전문가다라는 주장이 참인 것은 아닙니다.

 

 역사학자인 전 선생이 쓴 글을 보겠습니다. “자기 확신이 강하면 자기와 달리 생각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모두 불쌍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동정심까지 많으면 남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 것이야말로 진정 그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게 됩니다. 똘레랑스는 자기 안에 의심의 여지를 남겨 두어야 생깁니다.(…) 똘레랑스는 다른 것과 공존하려는 의지입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과거 우리가 가난하던 시절 흔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그로 인해 한국인들은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뇌과학자인 박문호 박사님의 말을 보겠습니다. 최근에 나온 대단한 책을 소개하면서 박사님은 인간의 뇌는 50% 이상의 오류가 전제되어 있다고 합니다. 뇌라는 카메라가 찍는 사진에는 절반 이상의 오류가 찍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풀숲에 떨어진 새끼줄을 보고는 뱀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실제 뱀이라면 그것도 독사라면 물려 죽을 수 있기에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 뇌가 새끼줄을 뱀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유전자는 위험에 대한 대비를 이렇게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오류를 인식하길 거부하는 것이 자기 확신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확신은 망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오 마이 사이언스입니다.

 

 자기 확신이 망상인데도 이 망상에 기반하여 상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함부로 불쌍히 여기고, 고집스럽게 개조시켜야 한다며 날뛰는 것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비역사적이며, 비법률적인지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어쨌든 과거 배웠던 법학개론의 책 한쪽에 있던 주장을 기억하고 있었던 덕에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의 설명과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이 분은 여러 학문에 능통하신 분이라 뇌과학자라고 소개한 것이 잘못일 수 있습니다)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선생님의 글은 똘레랑스는 다른 것과 공존하려는 의지이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결론입니다. 자기 확신이 난무하는 요즘, 망상에 빠진 사람, 즉 미친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