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언부언, 중요해서 다시 한번 더 강조?: 정치는 어디에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 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23~24쪽)
어릴 때 동네에서 배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원숭이 궁둥이는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것은 하늘, 하늘은 파래, 파란 것은 바다, 바다는 넓어, 넓은 것은 마음, 마음은 편해, 편한 것은 쉬워, 쉬운 것은 먹기, 먹는 것은 일, 일은 정치, 정치는 힘들어, 힘든 것은 싫어, 싫은 것은 다시 정치. 이 끝없는 노래를 계속 이어가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르도록 합시다. 우리는 사실 어릴 때부터 노래로 정치를 배웠던 것 같습니다.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스터 프레지던트. 탁현민 지음, 메디치미디어 간행 1 (0) | 2023.09.16 |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4 (0) | 2023.09.13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2 (0) | 2023.09.12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다산초당 간행 5 (2) | 2023.09.10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다산초당 간행 4 (0) | 2023.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