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다산초당 간행 4

무주이장 2023. 9. 10. 13:08

더 많이 사랑하는 당신이 강한 사람

 

  사랑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간혹 둘이 보자마자 찰떡같은 궁합을 보이며 동시에 숨이 넘어가듯 사랑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누가 먼저 마음을 내어 사랑하고, 상대가 낸 마음을 유심히 살펴보며 응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마음을 낸 사람은 쉽게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진심의 정도를 낮춰서 이해하는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섭섭함에 뒤돌아 우울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낸 마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 강자니 약자니 하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둘이서 사랑을 시작하고는 마음을 내고 받는 과정에서 생기게 되는 문제를 지적한 것 같습니다.

 

  작가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다”라는 시중에 회자되는 말을 긍정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부정하는 이유를 작가는 사랑이 끊기는 것은 너무 많이 사랑한 사람의 탓이 아니라 덜 사랑한 상대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수명이 다한 숨진 사랑에서 사랑에 소홀했던 사람보다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 더 성장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우리에게 더 많이 사랑하라고 설득합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짝사랑의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을 듯합니다. 작가가 소개한 단테의 사랑을 봅시다.

 

  단테가 사랑한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자기를 사랑했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지독한 짝사랑을 한 단테는 신곡에서 베아트리체를 위대한 성녀이자 구원자로서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까지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고 합니다. 더 많이 사랑한 단테는 중요한 작품을 남겼고 더 많이 사랑한 결실을 본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단테는 자신의 사랑을 문학 작품 속에서 펼쳤습니다. 베아트리체가 이걸 못 보고 죽은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비록 같이 사랑을 나누지 못했겠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존재를 문학 작품에서 확인하는 즐거움을 베아트리체는 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사랑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설명하는 것이겠지만, 제가 짝사랑으로 이야기를 옮겨간 것은 사랑을 더 하는 방법이 상대를 억압하고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어쩌면 불필요한 노파심 때문입니다. 서로가 사랑하는 것도 더 주고 덜 주는 경우가 있는데, 사랑의 초기 시작 단계에서부터 더 주는 사랑이 억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단테가 9살에 처음 보고 9년이 지난 뒤 다시 본 베아트리체를 사랑하여 이미 결혼한 베아트리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면 그것은 억압이 되었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베아트리체가 24살에 죽지 않고, 단테의 신곡을 보았다면 그리고 베아트리체가 단테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면 지옥과 연옥을 이끄는 자신의 모습에 좋아만 했을까 추리를 해보았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런 ‘사랑을 사칭한 사랑’을 경계했기에 사랑에 관하여 여러 이야기를 책 이곳저곳에 소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부디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내를 아내가 저에 대해 가진 마음보다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만, 아내는 제가 자주 자기를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입니다. 저 또한 역시 변화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대한 아내의 인정결핍에 마음이 불안하고 행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30년 이상을 같이 살면서도 사랑을 하는 방법이 여전히 서툽니다. 강자와 약자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 것은 절대 아님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조건 없이 상대를 먼저 생각하라는데 조건이 슬그머니 개입을 하고, 상대를 배려하라고 하는데, 불쑥 ‘나는?’이라는 생각이 멱살을 잡습니다. 아낌없이 주려고 하는데 줄 게 마음 밖에는 없을 때도 있습니다. 마음은 다른 무엇으로 증명이 되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더 많이 주려고 하는 것에도 그 부부의 역사와 전통과 경험과 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걸 감안하여 글을 쓰려면 아마도 대하장편이 될 것이기에 작가가 간단히 설명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