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행사로 그 정부의 생각을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이었던 저자는 서문에서 “지난 5년간 있었던 대한민국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일정에 관해서만 썼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했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 그것만 쓰고 싶었다.”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기획하고 연출한 ‘쇼’를 기록하면서 문재인 정부 성과나 문재인 대통령의 치적을 쓰고 싶지는 않았고, 문재인 정부 5년을 함께 했던, 묵묵히 일로써 자신을 드러냈던 사람들의 수고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서평은 남이 만든 책에 대하여 쓰는 글입니다. 하지만 서평은 책의 저자뿐 아니라 서평을 쓰는 사람을 볼 수 있게 합니다. 글이란 것이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자와 책에 대하여 글을 쓴 사람이 보이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자의 주장은 당연히 헛수고가 됩니다. 우리는 작가의 글을 통해 그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제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행사를 치렀던 저자의 책을 읽는 이유입니다.
청와대는 살아있는 권력자들이 기거하는 곳입니다. 권력자들은 자기들의 욕망이 현실에서 이뤄지길 바라며 노력합니다.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권력이기에 우선 자기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주력하게 됩니다. 만약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 다음 권력은 반대파에게 넘어갈 수 있기에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하여 당연히 권력자들이 꾸린 정부의 행사는 국민을 설득하는 기능을 본질적으로 가지게 됩니다. 우리는 정부 행사를 통하여 권력자들이 보이고 싶은 것뿐만 아니라 그들도 모르는, 혹은 그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본색도 읽게 됩니다. ‘권력본색’은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이는” 한계가 있지만, 어쨌든 눈이 밝으면 “안광이 지배를 철하듯” 권력자들의 속내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물며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한 사람이 설명까지 하는 정부의 행사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공을 들여 일을 합니다. 기획하고, 연출하여 만드는 것들이 비단 정부나 방송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 최수종 씨는 부인 하희라 씨를 위해 많은 이벤트를 한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많은 남편들에게 미움을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지요. 최수종 씨의 아내를 위한 많은 이벤트는 그 나름의 기획력을 가지고 연출을 했기에 아내를 감동시켰을 것입니다. 우리가 수많은 정부행사를 보면서 그토록 어려운 감동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게 무대 뒤에서 기획을 하고 연출을 한 사람들의 노력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행사에 보여줄 것들을 보여주고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공을 들여 국민의 설득하고 공감을 형성합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정부 행사가 있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고마운 일입니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소환되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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